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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밥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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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라디오 시민세상

<밥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 방송: 2026. 1. 17.(토) 08:38~09:00 (부산MBC 95.9)

● 녹음: 2026. 1. 16.(금) 10:00~10:40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3층 녹음실)
● 출연: 하마터면협동조합 김수연 이사장, 하마터면작은도서관 조윤희 관장
● 제작지원: 이세은
● 진행: 노주원

 



S.G. “라디오 시민세상”

 

[오프닝멘트]

 

MC: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밥을 먹지만, 

누군가와 마주 앉아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밥은 

어느새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산 전포동의 한 작은 공간에서는 밥 한 끼를 통해 이웃이 되고, 

일상이 이어지는 공동체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일상의 온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체,
하마터면 협동조합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1 :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밥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고 있는 공동체, 하마터면 협동조합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눌 ‘하마터면협동조합’ 김수연 이사장님, 하마터면작은도서관 조윤희 관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수연, 조윤희 : 안녕하세요.

 

MC 2 : 네, 반갑습니다. ‘하마터면협동조합’, ‘하마터면작은도서관’, 이름부터 참 인상적인데요. 먼저 어떤 취지로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수연: 네, 하마터면 협동조합은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기억을 기록하고,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관계를 회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공동체 중심의 협동조합입니다. 하마터면협동조합은 출판사를 하고 있고, 하마터면 작은도서관은 책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마터면협동조합은 지역의 사람, 지역의 이야기, 지역의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책을 발간하고 있고, 하마터면 작은도서관은 책모임, 마을밥상, 인문학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성과보다 일상의 결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MC 3: 와~ 거창한 성과보다 일상의 결을 지키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하마터면’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특히‘함께 밥 먹는 공동체’ 모임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밥 모임은 어떤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 처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조윤희: 한국사람에게 밥이 시사하는 의미는 대단합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 밥을 먹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과 격려를 하는 사이가 되는 것을 공동체 활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마을 안에서 식구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밥 모임은 그런 밥의 힘을 다시 회복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걱권자 조현란 선생님을 중심으로 보조주걱권자들이 함께 요리를 준비하며, 각자의 집 냉장고에 잠자고 있던 식재료를 가져오기도 하고, 주변에서 음식을 기부받기도 합니다. 또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밥상 저금통에 모인 기금으로 식재료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각자의 근황을 나누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이 누군가를 위한 봉사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회복하려는 시도였습니다.

 

MC 4 : 그러네요.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자 자리가 되고 있는 밥 모임이네요.
밥 모임 이야기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조윤희 : 밥 모임은 매주 수요일 점심에 열립니다. 식사시간은 12시부터이지만 보통 10시 30분부터 주방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주걱권자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주방이 돌아가지만, 강제적인 규칙보다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입니다.
대화 주제도 미리 정하지 않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 최근에 마음에 남은 뉴스, 개인적인 고민까지 이야기는 밥상 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참여는 열려 있지만 강요는 없습니다. 오고 싶을 때 오고, 쉬고 싶을 때 쉰다. 이 느슨함이 오래 가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수연 : 지난해에는 밥상과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사람책을 진행했습니다. 사람책은 말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 책이 되어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북토크입니다. 세상에 너무 잘난 사람, 성공한 이야기 등등 넘쳐나지만, 우리는 사람책을 통해 실패했지만 견뎌낸 이야기, 찌질한 고백등을 하면서 위로받고 격려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서로에게 한발 성큼 다가가는 아주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MC 5: 자연스럽게 식사를 함게 하고, 사람책 북토크까지 진행되었다고 하니 이런 것이야말로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함께 밥 먹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달라진 모습도 있었을까요?

 

조윤희: 일단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지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위로해주고,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해주는 그런 일상이 밥상 안에서 당연해졌습니다. 작년 있었던 일화를 말씀드리면 재작년 사별 하신 후 저희 동네로 이사 오신 공남신(남 70세) 선생님의 경우 영화모임에 들어오시면서 밥상에 합류하시게 되었는데, 작년에 맞으신 칠순잔치를 마을에서 해드렸습니다. 조촐한 잔치였지만 마을 사람들이 함께 축하해주는 경험이 무척 의미있었습니다. 특히 그날은 지방에 계신 두 따님들도 함께 오셨는데, 혼자 계신 아버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아버지가 좋은 이웃과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MC 6: 아, 정말 감동적인데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마터면의 활동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공동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마터면협동조합이 생각하는 공동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김수연: 솔직히 마을 활동가로서 느끼는 감정은 성공보다 실패와 위기의 순간이 훨씬 많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도 이상적인 유토피아는 없기도 했었습니다. 하마터면협동조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마터면이 생각하는 공동체는 언제나 평화롭고 사이좋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딪히는 일이 많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끊지 않는 상태, 완전히 외면하지 않는 상태를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를 책임진다기보다는, 서로의 존재를 지운 채로 살지 않는 것. 그 정도의 관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동체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MC 7: 네, 그렇다면 밥을 매개로 한 이런 활동이 지역 안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조윤희 : 밥은 가장 낮은 문턱을 가진 매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필요로 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밥을 중심으로 한 모임은 의견이나 이념보다 먼저 사람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지역 안에서 갈라진 관계를 조금은 느슨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책이나 사업 이전에,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을 먹는 공동체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지역의 바닥을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희 밥상의 슬로건은 “밥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입니다. 

 

MC 8: 지금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 중에도 “저런 밥상,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이 밥 모임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라시는지, 그리고 꼭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세요.

 

조윤희 : 이 모임을 크게 키우고 싶은 욕심은 없습니다. 대신 오래 가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무리하지 않고, 누군가 빠져도 괜찮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형식화되거나 프로그램화되기보다는, 밥을 먹는 시간 자체가 목적이었으면 합니다. 확장보다는 지속, 성과보다는 리듬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MC 9: 네, 오늘 이야기 들으면서 밥만 있으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는 슬로건에도 공감하게 되고, 밥 한 끼가 사람 사이를 다시 잇는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실까요. 

 

김수연: 요즘은 함께 밥을 먹는 일이 점점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각자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끼니는 해결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쉽게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밥 한 끼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관계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공동체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안부를 묻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마터면의 밥상은 특별한 사람이 모이는 자리가 아닙니다. 누구나 잠시 앉아도 괜찮은 자리입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분들도 오늘이나 이번 주 안에,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을 한 번쯤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선택이 일상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매주 수요일 12시 하마터면 작은도서관으로 놀러 오세요~!! 

 

조윤희: 예전에 인기 있었던 드라마 제목이 생각나네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포동이 밥상에 예쁜 누나는 장담 못해도 맛있는 밥은 있어요. 전포동 주민 누구나, 아니면 이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 누구나 이웃이 함께 밥 먹는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놀러오세요. 밥 한끼하면서 이웃이 되어 보아요.

 

MC 10: 네, 누군가와 함께 밥 한 끼 나누는 시도, 저도 꼭 실천해 보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신 하마터면협동조합 김수연 이사장님, 하마터면작은도서관 조윤희 관장님 고맙습니다.

 

김수연, 조윤희 : 고맙습니다.

 

<라디오 시민세상>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 부산센터 지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기획 : 퍼블릭액세스운영위원회

제작 : 하마터면협동조합/ 박복남

제작지원 : 이세은, 김주미

진행에 노주원이었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시고 

<라디오 시민세상>은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부산MBC라디오시민세상 다시듣기]

[팟빵]

https://dlink.podbbang.com/45e6334b

[부산MBC 홈페이지]

https://bus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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