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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부산발도르프학교, 세상을 변화시키는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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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제목:   세상을 변화시키는 배움〉 

 

[방송 정보]

  • 방송: 2025. 2. 22(토) 08:35~09:00 (부산MBC 95.9)
  • 녹음: 2025. 2. 21(금) 10:00~11:00
  • 녹음장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3층 라디오녹음실
  • 출연: 강서윤, 권부경, 안지형, 홍대환
  • 제작: 강서윤, 권부경, 김민채, 안지형, 홍대환 (부산발도르프학교 졸업생)
  • 제작지원: 박지선(퍼블릭액세스 제작지원팀/ 미디토리협동조합)

[방송 다시듣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8717/episodes/25093769?ucode=L-gHMBxD

 

2025년 2월 22일_[대담]세상을 변화시키는 배움(부산 발도르프 학교 졸업생 이야기)/[2월 뉴스의 발

 

www.podbbang.com

 

부산발도르프학교 5기 졸업생들의 라디오 제작현장

 

[방송대본] 

 

[오프닝] 

S.G. “라디오, 시민세상”

 

MC: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2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요. 졸업과 입학을 맞이한 분들도 많으시죠? 진학하는 학생도 있지만, 긴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졸업과 동시에 성인이 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부산 발도르프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송] 

MC 1/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는 올해 대안학교를 졸업한, 부산 발도르프학교 강서윤, 권부경, 안지형, 홍대환 졸업생들이 나오셨습니다.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모두/ 안녕하세요.

 

MC2/ 네, 반갑습니다. 대안학교 졸업생은 흔치 않은 타이틀인 것 같은데요. ‘부산발도르프학교’ 라고 하면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을지 저도 참 궁금한데요.  먼저 학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강서윤/ 네, 저희 학교는 부산 남구에 위치하고 있는 대안학교입니다. 정식 명칭은 부산 발도르프 학교이고요, 루돌프 슈타이너라는 독일의 학자이자 사상가의 인지학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입니다. 조금 어려우시죠? 사실 학교 이름부터가 어렵다보니 많은 분들이 되물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학교는 교과과정이 다르다보니, 학교를 졸업해도 학력 인정은 받기가 어렵구요, 따로 검정고시를 치러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입을 위한 교육이 아닌 한 명의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둔 교육을 하기 때문에, 학생도 부모도 모두 만족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공교육을 받다가 전학을 왔는데요, 1학년부터 8학년 때까지 같은 선생님, 같은 친구들과 지낸다는 점이 놀라웠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특별한 방식들 덕분에 교사와 학생이 서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요, 다양한 경험과 관계들을 쌓고 졸업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MC3. 그렇군요. 같은 선생님, 친구들과 12년을 지내왔으니 졸업에 대한 감회도 특별할 것 같습니다. 어떠세요? 

 

안지형/ 네, 확실히 특별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저희 학교를 12년 동안 다니면서,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세상과 만나고 교류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세상에 대해 배우고, 인간의 사고를 통해 우주까지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수업을 받으면서 많이 느꼈고, 이런 무한한 배움을 제 속에 잘 품고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학교를 다니던 때 졸업하기 싫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요,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도 있지만 졸업 이후에 삶에 대해서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MC 3-1. 그렇군요. 그런 여러가지 마음을 가지고 맞이하게 된 졸업식은 어떠셨나요?

 

홍대환/ 사실 여전히 좀 막막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는 저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도 있고, 학교에서 배운 아름다움과 용기를 안고 저의 길을 찾아가고픈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졸업식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학교에서는 입학식 때 입학의 의미를 담아서 부모님들이 만든 꽃문을 지나거든요. 그리고 12년 뒤에 졸업식날 그 꽃문을 나가요. 졸업식 마지막 순서로 꽃문을 지나면 양쪽에서 학교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시는데, 그 순간이 마음에 오래 남아서 큰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 

 

MC4. 졸업식 장면이 생생히 그려지네요.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학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뭘까요?

 

권부경/ 학교를 다니며 기억에 남는 부분은 아주 많았는데요, 그 중에 하나는 “측량실습”입니다. 측량실습은 10학년 때 수학 선생님과 함께 진행되는 실습인데요, 기구들을 이용해 산과 산의 거리라던가 광안대교의 길이라던가 하는 먼 거리나 높이들을 측량하는 법을 배우고 직접 계산하며 알아보는 수업입니다. 기구 사용과 계산이 둘 다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혼자는 하기가 어렵고요, 모두가 힘을 합쳐서 집중해야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없는 의논과 협동이 필요한 작업이죠. 저는 성격상 제 의견을 내는 것을 주저하는 편이었는데 측량실습을 하면서 용기를 좀 더 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실습도 잘 마치고 저 스스로도 한뼘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강서윤/ 추가적으로 올해는 태국으로 특별한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 9개국의 발도르프 상급학생 700명이 함께 모여 2024년 아시아 청소년 컨퍼런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우리는 세상과 세상의 미래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고 귀 기울여 듣고 이해하며 서로에게 스며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사회로 나가게 될 세상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해보고 나눈 다음 발표하는 시간까지 가졌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 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문화공연, 700명이 함께했던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 모두 함께함에서 오는 전율이 느껴질 만큼 멋진 순간들이었어요. 

 

권부경 /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꼽으라면 저는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프로젝트는 8학년 때 한 번, 12학년 때 한 번 진행하게 되는데요, 자신이 관심 있거나 연구하고픈 주제를 정해 반년간 여러 관련 활동들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논문 작성과 발표를 하는 활동입니다. 논문과 전시, 발표 모두 전체 학교 사람들 앞에서 하고요, 그렇기에 스스로가 세상에 하고픈 말은 무엇인지 더욱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주제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지만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어요. 저 자신에게 오로지 집중하고 스스로 묻고 답했던 시간들이 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요. 저에게는 그 기회가 제 삶에서 큰 행운이자, 저 스스로를  많이 변화시킨 것 같습니다.

 

MC5. 네, 부산발도르프학교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한 것 같아요. 특히, 요즘 많이들 걱정하는 미디어 사용과 관련하여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건지 소개 부탁드릴게요.

 

홍대환/ 네, 저희 학교는 모든 학생이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맞춰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가이드라인이란 모든 학생이 직접 참여해서 어떻게 하면 미디어를 슬기롭게 사용하며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토론하여 세운 규칙들입니다. 학년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가 미디어에 매몰되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세운 규칙들이기 때문에 약간의 제약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지형/ 한 예로 저희는 졸업 전까지 타당한 이유 없이는 휴대전화 소지가 불가능하고요, 영화 관람도 횟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언뜻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럼으로써 저희는 더 많은 것들을 직접 느끼고 또 집중할 수 있어서 학생들 모두가 동의한 부분이고 매년 교사회와 소통하여 가이드라인 수정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가이드라인 없이도 미디어를 잘 조율하는 생활을 해나가는 것이죠.

 

MC6. 그렇군요. 사실 불평할 법도 한데 모두가 함께 지켜 나간다는 건 참 멋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다른 교과과정이나 미디어문화와 같은 차이들로 인한 어려움이나 오해가 있진 않나요?

 

강서윤/ 아무래도 대안학교라는 특수성과 더불어 독일식 교육을 하다 보니 이해하기 어려워 하시는 분들도 많고, 대안학교라고 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줄 아시는 분들도 아직까지 계세요. 시험이 없는 학교다 보니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는 학생들을 성적으로 나눠 등급을 매기지 않을 뿐이지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고 또 배우고 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공교육 학생들보다도 공부량이 많을 거예요. 저희 스스로가 저희가 받고 있는 교육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잘 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외부의 오해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쓰지는 않아요.

 

MC7. 그렇군요. 수업을 받는 장소의 의미를 넘어서는 것 같은데, 여러분이 느끼는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홍대환/ 제가 느끼는 학교는 참 따스한 곳인 것 같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집처럼 편한 장소에서 사람들과 가족처럼 지냈고, 그 안에서 저는 오롯한 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가끔은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작은 투정들도 결국 제가 학교에서 받는 사랑과 안정감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겠죠. 학교 건물에 머무르는 시간만이 아닌 제 모든 일상이 학교와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책상 앞에 앉아 배운 것도 많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어요. 세상은 이런 곳이야, 너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닌, 세상이 어떤 곳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저 스스로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저를 자유로운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준 것 같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를 키우기 위해 온 학교가 힘을 모아주었고 그렇기에 저에게 학교는 집과 같고 가족과 같아요.

 

MC8.  학교를 아끼는 마음이 잘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공동체 안에서 12년을 보내고 이제 졸업하셨는데요, 졸업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안지형/ 사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졸업 이후에 제가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자주 고민했어요. 앞서 졸업한 선배들 중에는 대학에 간 사람도 있고 유학을 가거나 취직을 한 사람도 있지만 저 스스로 가보지 않은 길이니 막막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에 집중했던 것 같고, 졸업 후 시간이 많이 생긴 지금 본격적으로 제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정해진 진로는 없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보내고 방황도 해보며 저에 대해 알고, 또 다양한 부분을 탐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급해하기 보다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에 시간을 쏟고 싶어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제 앞의 가능성과 선택지의 폭을 넓히고 찾아볼 계획입니다.

 

MC9. 그렇군요. 방황의 시간을 기꺼이 보낼 것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전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해주세요. 

 

강서윤/ 저희 학교의 슬로건이 <learn to change the world>, 세상을 변화시키는 배움 이라는 뜻인데요, 배움은 학교건물 안에만 있지 않고 어디든 존재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안지형/ 그리고 저희가 졸업식날 자작곡 ‘여름날’을 발표했었는데요, 많은 분들과 그 곡을 나누고 싶어 가지고 왔습니다. 조금 어설프지만 예쁘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의 ‘여름날’을 담은 곡입니다.

 

MC10. 음악 선물까지, 감사합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랄 수 있는 학교, 부산 발도르프 학교 졸업생들과 함께했습니다. 자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Insert] 

자작곡 <여름날> 음악 삽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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