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시민세상] 느린학습자 아이들을 위한 조례를 준비하는 엄마 모임
● 방송 : 2025. 4. 5. (토) 08:30-09:00 (부산MBC 표준FM 95.9MHz)
● 제작/출연: 이정은(연제구여성회 지부장), 박인혜(느린학습자 학부모)
● 제작지원: 황지민 (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노주원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느린학습자’인데요.
지능이나 발달에 큰 장애는 없지만, 학습 속도가 느리고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오늘은 느린학습자 아이들을 위한 조례를 함께 배우며 만들고 있는 엄마들의 모임, <맘편한 느린 숲>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01 / 최근 느린학습자라 부르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심과 인식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 지원은 부족해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도 많은데요.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연제구에서 느린학습자 아이들을 위해 조례를 함께 배우고 만들어 가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맘편한 느린 숲>의 이정은 씨, 박인혜 씨 나오셨습니다. 두 분, 청취자 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이정은 / 안녕하세요. 연제구여성회 지부장 이정은입니다.
박인혜 / 반갑습니다. 연제구에서 느린학습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인혜입니다.
MC 02 / 네, 반갑습니다. 앞서 느린학습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렸지만, 여전히 이 용어가 낯설거나 편견이 따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청취자분들을 위해 느린학습자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설명해 주실까요?
박인혜 /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잘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고, 나이에 맞는 사회집단과 어울리려는 사회성 욕구가 있는 다른 모든 이들과 같은 사람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두려움이 학교에서부터 경험상 내재되어 있어서 새로운 일이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심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아이 경우는 선천성 희소질환에서 오는 전반적 발달지연이었어요. 이 아이가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죠. 때문에 이 아이가 크면서 발달이나 학습 부분에서 느릴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이미 각오를 한 부분이 있었어요. 각오는 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난관에 많이 부딪힐 것이라는 게 예상되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미흡할 뿐이지 불쌍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MC 03 / 네, 마지막 말씀이 참 공감이 가는데요. 실제로 느린학습자 아이들이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박인혜 / 느린 아이들에게 맞는 공교육이 부족합니다. 집 근처 학교의 특수학급이 부족해 특수교육을 받으려면 먼 학교를 가야 하거나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닌 아이들은 일반 학급에서 단체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데 수준에 맞는 교육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부분을 부모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MC 04 / 그렇군요. 이런 현실 속에서 엄마들이 함께 모여 <맘편한 느린 숲>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된 거잖아요. 이 모임이 시작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정은 / 여성회 활동을 하면서 엄마들을 많이 만나는데요. 부쩍 발달지연으로 치료센터를 다닌다는 아이들이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원 중에도 많고, 어린이집 유치원에 한 반에 3~4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도 있고요. 아이의 치료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엄마들도 많고요. 일단 느린학습자를 둔 당사자 엄마들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느린 학습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직접 찾아보고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모아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MC 05 / 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건가요?
이정은 /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감기에 걸려도 엄마 탓인 것 같고 길을 가다 넘어져도 엄마 탓인 것 같잖아요. 느린 아이들을 둔 엄마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인데요.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보니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모임에 함께 하는 분들 대부분 6, 7세 초등자녀를 둔 엄마들이거든요. 처음 하는 육아이고 경험도 부족한데 발달지연까지 있는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그 힘듦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중요하게 가지는 게 필요하겠다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일명 ‘치유의 숲’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리고 또 느린학습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국가적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조례가 있긴 하지만 지역별로 비슷한 내용을 복붙 한 것 같이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느린학습자를 둔 우리 엄마들이 직접 학습자에 대한 공부도 하고, 필요한 정책도 찾아보고, 직접 조례도 만들어보자 이렇게 나서고 있습니다.
MC 06 / 학부모들이 직접 조례를 공부하고 만들어보려는 시도는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렇게 나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박인혜 / 느린학습자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습득이 느리지만 그에 맞는 지원이 된다면 발전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느린 아이들을 잘 아는 부모들이 목소리를 내야, 실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됐어요.
이정은 / 가장 큰 이유는 엄마들이 자신의 탓이라고 자책하는 거, 그리고 혼자 그 책임을 다 떠안고 있는 거, 이거 좀 문제이지 않나? 아이들의 돌봄은 국가책임 돌봄으로 되어야 한다 저희는 생각하고요. 모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소외받지 않게 키워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특히 느린학습자는 새로운 용어들이고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고요. 법과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자체나 교육청을 통해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조례가 꼭 필요하다, 나서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연제구에 조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조례를 만들 때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었다던지 조례를 만든 후에 이 조례가 어떻게 실현된다는 걸 설명한다던지 이런 것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데 지원 근거가 없어서 안된다는 이런 답변만 맨날 돌아오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은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마음으로 조례를 만들려고 합니다.
MC 07 / 네, 현재 제정되어 있는 <연제구 느린학습자 평생교육 지원 조례>에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고요. 조례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궁금합니다.
이정은 / 조례가 있는 건 훌륭합니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근데 연제구 조례는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조례이고요. 느린학습자 평생교육 지원계획과 지원사업, 느린학습자 평생교육 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제구 조례가 기반하는 「평생교육법」입니다. 근데 제2조제1호에 따르면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문해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성인 진로개발역량 향상교육 이러한 것들이에요. 하지만, 현재 느린학습자 지원을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상자는 학령기 아동들이란 말이에요. 필요한 건 느린학습자 교육권이거든요. 교육권에 대한 보장과 학습에 대한 지원의 내용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MC 08 / 학령기 아동들에게 맞는 정책 지원이 부족하다는 말씀이네요.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인혜 / 현재 교육청에서 기초학력지원사를 학교에 배치해 일부 아이들에게 지원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턱없이 부족합니다. 최근 거제시에서는 학부모 학습보조인력을 모집하여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사례처럼 자질을 갖춘 학부모가 교육현장 인력으로 채용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C 09 /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이런 문제를 단순히 교육 현장의 어려움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 말씀이시죠?
이정은 / 교육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합니다. 느린학습자의 학교생활은 고난의 연속입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에 따라가지 못하니 부모님은 늘 상담의 대상이 되고 아이는 부족한 아이로 낙인찍힙니다. 느린학습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그들의 발달 수준에 맞게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느린학습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고, 내 아이가 느린학습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시기 전후로 태어난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바깥활동도 부족하고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다 보니 언어발달, 사회성발달, 신체발달 등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공공연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의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로 발달지연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시급하게 느린학습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MC 10 / 네, 앞으로 조례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시나요?
박인혜 / 저는 아이를 통해 스스로 변화한 지점이 많은데요. 내 아이의 어려운 점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다른 어려움도 보게 되었어요.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고 존재 자체의 인정이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개인의 어려움들을 들여다보면서 나의 어려움만 해결된다고 잘 사는 사회가 아니란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 지역이 누구나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고, 편견 없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은 / 느리다고 소외받는 아이 없어야 하고, 느린 자녀를 둔 부모도 당당하면 좋겠습니다. 느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모든 것이 내 탓인 것 같고, 내 책임 것 같아 마음의 병이 생기기 쉽습니다. 어떤 아이를 키우더라도 당당하고 자기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누구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든든한 사회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보장되는 것이 법, 제도 조례 일 것입니다. 조례를 만드는 과정이 느린 아이들 둔 부모들의 마음이 치유, 성장의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직접 목소리를 내고, 직접 만들어가는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를 지키고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과정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할 때 더 큰 힘이 됩니다. 느린 아이로 고민하는 엄마들 우리 함께 해요~
MC 11 / 느린학습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생애 전반에 걸쳐 맞춤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이 더욱 촘촘해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자세한 이야기 나눠주신 <맘편한 느린 숲>에 이정은 씨, 박인혜 씨 고맙습니다.
이정은, 박인혜 / 고맙습니다.
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다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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