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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영화숙·재생원 사건, 진실규명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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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영화숙
·재생원 사건, 진실규명 더 필요하다>

 

  • 방송: 2025. 5.10 () 08:38~09:00 (부산MBC 95.9Mhz)(추후 팟빵 업로드)
  • 출연: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 제작지원: 정유진 (제작지원단 간사&미디토리협동조합 소속)
  • 진행: 노주원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오프닝]

S.G. “라디오, 시민세상”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부산에는 ‘영화숙’과 ‘재생원’이라는 이름의 수용시설이 있었습니다.
15세 미만의 아이들과 성인 부랑인이 감금돼 노동 착취와 갖은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곳인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제복지원보다 더 앞선, 1951년부터 1975년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피해 60년 만에 국가 조사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피해 사실이 공식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부산시의 조치는 더디고, 진실화해위의 조사 기한도 부족해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의 이야기들어 보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송]

MC 1: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부산 최초 집단 수용시설이었던 영화숙·재생원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국가와 부산시에 진실규명과 피해 회복 조치를 촉구하고 있는 피해 생존자의 이야기 들어보려고 하는데요.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손1: 반갑습니다. 부산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손석주입니다.  

 

MC 2: 형제복지원은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영화숙·재생원이 그보다 앞서 운영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신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영화숙·재생원은 어떤 시설이었나요?

 

손2: 영화숙· 재생원은 형제복지원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례에서부터 운영, 통솔 방식, 체계까지 영화숙·재생원을 모방해 설립한 것이 형제복지원이라고 할 수 있죠.

항상 영화숙·재생원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숙과 재생원은 같은 공간을 공유한 

다른 기관으로 봐야 합니다. 영화숙은 아동 보육시설이었고, 재생원은 부랑인 수용시설이었습니다. 영화숙은 아동 시설로 30년 정도 운영되던 곳이었고, 부랑인 시설 설립을 계획 중이던 

부산시와 영화숙이 위탁 계약을 맺으면서 재생원이 추가로 만들어진 것이죠. 

‘부랑인을 단속하겠다’, ‘사회를 정화하겠다’는 명목하에 15세 미만의 아이들은 영화숙으로, 

성인 부랑인들은 재생원으로 끌려갔습니다. 

 

 

MC 3: 정말 놀라운 국가폭력 사건입니다. 1960년을 전후로 당시 국가가 ‘부랑인’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단속했었죠. 수용시설을 민간에 위탁시키고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위법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을 것 같습니다. 

 

손3: 그렇습니다. 당시 경찰과 영화숙·재생원 자체 단속반은 연고자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거리에서 강제로 수용했습니다. 그렇게 끌려간 사람들은 강제 노역, 구타와 가혹행위, 성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재생원은 완전한 감금시설이었습니다. 하루에 오직 한 시간만 방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그 외 

시간은 모두 방 안에 갇혀 지내야 했습니다. 심지어 방 안에는 화장실도 없어, 밤이면 배변통 

두 개가 놓인 채 문이 잠겼고, 아침이 되면 그 통을 들고 나가는 식이었습니다. 이는 탈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됩니다.당시 재생원에는 어르신, 환자, 발달장애인도 다수 있었지만, 음식 공급은 열악했고 치료는 전무해 사망자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영화숙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이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면 발바닥에 40~50대씩 몽둥이질을 당했고, 걷지 못해 기어서 식당에 도착하면 이미 식사 시간이 끝나 있어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방치되곤 했습니다. 안에서 벌어지는 폭행도 형제복지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소대장, 지도장, 반장들이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사소한 이유로 어린아이들을 폭행했지만, 관리자들은 이를 방관했습니다.

  

MC 4: 믿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숙·재생원이 운영되던 시기에는 혹시 문제제기가 없었나요?

 

손 4: 당시 영화숙·재생원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보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관리하고 감시해야 할 기관에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순영 원장이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15일 만에 풀려나는 일도 있었고요. 비호세력의 존재 덕에 

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들이 묵인되면서 영화숙·재생원이 계속 운영될 수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숙·재생원이 운영되던 15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지만, 정확한 자료도 없으니 

통계도 낼 수 없는 상황이고요. 

 

MC 5: 언론이나 감시기관에서조차 제대로 이야기하거나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욱 답답했을텐데, 그런 과정 속에서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손 5: 2022년 10월에 제가 방송을 통해 경기도 선감학원에 대한 국가조사가 진행되는 것을 봤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왜 우리가 겪은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을까?’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론사를 찾아가 처음으로 영화숙 재생원 피해사실을 증언했고, 그 내용이 2022년 11월 1일 국제신문에 보도가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이 그 기사를 보고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두 번째 피해자가 기자에게 연락을 했고, 그분은 현재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의 부대표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후 두 번째 피해자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사가 이어졌고, 그렇게 기사 한 편이 나올 때마다 연락해 오는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났습니다. 결국 네 명의 피해자가 함께 모이게 되면서, 의기투합해서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MC 6: 대표님의 용기 있는 증언을 계기로 피해자분들이 서로 연결되고, 그 힘으로 협의회까지 만들어지게 되었군요. 이렇게 모여 늦었지만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줄여서 진화위라고 부르죠. 진화위의 조사가 이뤄지기까지도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손6: 먼저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사진이나 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리고 형제복지원 연구용역을 맡으셨던 동아대학교 남찬섭 교수님께서, 형제복지원 자료를 정리하시던 중 함께 발견된 영화숙·재생원 관련 자료들을 따로 정리해 전달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국가기록원과 부산시를 찾아다니며 추가 자료를 확보하려고 

노력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7월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산하 고문방지위원회 심의에 

참석해 고문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MC7: 진화위를 통해 영화숙·재생원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고, 피해가 입증되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진화위는 정부와 부산시에 어떤 내용을 권고했는지도 궁금한데요. 


손7: 먼저 공식 사과를 시작으로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 

피해자 보상·재활 서비스 구제책 마련, 피해자 트라우마 장기 치유 계획 수립, 권위주의 통치 시기 집단수용시설 기록물 전수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여러 가지를 권고했습니다. 

 

MC8: 그럼 정부와 부산시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손8: 정부와 부산시는 국가가 인정하는 조사기관에서 조사해 영화숙·재생원 수용자들이 국가 폭력 피해자임이 밝혀졌으나, 이를 인정치 않고 오로지 법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는 4월 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위 

권고사항을 이행하라는 목소리를 냈는데요. 협의회는 더 많은 배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속한 배상 시스템을 마련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송 기간은 길어질 것이고, 피해자 대부분고령이라서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MC9: 진심 어린 사과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는 것, 그리고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요구가 크게 다가옵니다. 최근에는 경기도 안산시에 있었던 또다른 수용시설인 선감학원 피해생존자들과 연대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진실규명을 위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합니다. 

 

손9: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가 하나의 힘으로 부산시와 정부를 상대로 요구를 하고, 권고사항을 지키라고 했으나 정부와 부산시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전국의 시설 6~8개 단체를 하나로 묶어 연합체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4월 6일 부산에서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우리 국가폭력 피해 단체도 연대하여 정부를 상대로 하나의 목소리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연합을 추진하였고, 정부와의 법적 대응, 지자체들의 책임회피 지적, 진화위의 

법 개정 등 여러 의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의 단체를 하나로 모으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MC10: 전국 단위의 연대까지 준비하고 계시군요. 국가폭력 피해가 더이상 묻히지 않고, 끝까지 밝혀져서 더 많은 변화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나와주신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님, 고맙습니다.

 

손10: 고맙습니다.

영화숙·재생원 사건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있는 손석주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다시듣기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8717/episodes/25128911?ucode=L-gHMBxD

[부산 MBC 홈페이지] busanmbc.co.kr/

 

2025년 5월 10일_[대담]영화숙·재생원 사건, 진실규명 더 필요하다/[사람과 사람]연극하는 여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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