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토리는 3월부터 8월까지 매달 한 번씩 문화소풍을 떠납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잠시 일상을 벗어나 영화, 전시, 체험 등을 함께 즐기며 리프레시하는 시간인데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함께 보고, 느끼고, 이야기 나누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 있어요.
이번에는 3월과 4월 문화소풍의 따끈따끈한 후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 3월 문화소풍 : 영화 『미키17』 관람
3월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을 단체 관람했습니다.
그전에 점심회식!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브런치 뷔페 '파코포코밀스'에 갔답니다~
분위기도 좋고 맛있어서 GOODGOOD!
개인적으로 메인보다는 뷔페가 맛있더라구요!
든든하게 배채우고! 기대감 가득 안고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 영화 『미키17』 간단 소개
『미키17』은 복제인간 '미키'의 17번째 삶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SF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사회적 메시지와 철학적인 물음이 담겨 있으며, 주인공 미키 역은 로버트 패틴슨이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복제, 존재, 희생, 윤리…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 카페에서 나눈 이야기들
영화 관람 후에는 근처 카페에 모여 각자의 감상을 자유롭게 나눴어요. 서로 다른 시선과 해석들이 오가며 영화를 더 풍부하게 이해하는 시간이었답니다. 누군가는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 문제를, 누군가는 외계 생명체와의 공존이라는 주제를 짚으며 다양한 관점이 어우러진 대화가 이어졌어요.
카페에서 준 꽃은 수원님에게!
이세은 『미키17』은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평소 우주 배경의 SF 영화는 멀게 느껴졌는데, 이 작품은 그런 장르적인 거리감 없이 스토리 자체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괴생명체가 징그럽지만 어느 순간 정이 들게 되는 묘한 감정이 생기기도 했고, 기술적으로도 어떻게 저런 실감 나는 존재를 만들었을까 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집중이 끊기지 않아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황지민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복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었다. 같은 기억을 가진 복제들이 서로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SF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특히 미키가 행성 개척을 위해 반복적으로 죽고 복제되는 과정은, 현대 과학기술의 이면에 존재하는 ‘희생’이라는 개념과도 닮아 있었다. 동일한 기억을 지닌 존재들이 각자 독립된 인격체로 여겨지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진 않았지만, 여운은 분명했다.
서수원 영화를 두 번 보며 느낀 점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복제될 때마다 동일하지 않은 ‘미키’들의 존재가 반복되지만, 그들 각각이 약간씩 다르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그것이 장면 곳곳에 암시처럼 담겨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도박 장면이나 사소한 행동의 차이들에서 미세한 차이를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가 주는 의미뿐 아니라 연출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즐거움도 컸던 작품이다. 볼수록 더 많은 해석이 가능한 영화였다.
김은민 영화 속 외계 생명체를 처음에는 낯설고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소통이 가능해지고 귀엽게까지 느껴지게 되는 묘사가 인상 깊었다. 이는 인간이 낯선 존재를 만났을 때 ‘정복’하거나 ‘억제’하려는 시선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했다. 그 생명체들이 말을 알아듣고, 감정을 표현하며, 결국 인간과 교감하게 되는 과정은 외모나 첫인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외계인도, 복제 인간도, 결국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 가장 크게 남았다.
정유진 영화 초반부터 흐르는 음악이 계속 어두운 톤이어서 인상 깊었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른데 음악은 무거워서 처음엔 이질감이 있었지만, 미키가 반복해서 복제되고 희생되는 과정을 보며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그 음악은 인간 복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상징하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너도 사람이었구나’라는 대사가 등장할 때, 그동안 복제 인간을 한 명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선이 전환되는 순간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감독의 메시지가 서사와 디테일에 촘촘히 녹아 있어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 4월 문화소풍 : 고은사진미술관 & 프랑스문화원 영상전시
3월 영화 관람에 이어 4월의 문화소풍은 ‘시각예술’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해운대에 위치한 고은사진미술관을 방문해 현재 진행 중인 요세프 슐츠와 파올로 벤투라의 사진전을 관람했어요. (2025.2.28-8.8)
🧱 요세프 슐츠 – 산업 구조물의 재구성
요세프 슐츠의 작업은 건축물이라는 현실적인 대상을 디지털로 재편집해 본질적인 조형물로 변형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공장, 착고 등 산업 구조물을 촬영한 뒤, 간판, 창문, 녹슨 자국 등 시간과 환경의 흔적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기능’을 제거한 형태만 남겨 건물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라 추상적인 조형물이 되어버립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미지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예술가의 시각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구성물임을 강조했어요.
전체적으로 밝고 단정한 이미지가 인상적이었고, 낯선 듯 익숙한 느낌에서 오는 정적인 분위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 파올로 벤투라 – 회화로 재구성된 도시의 서사
파올로 벤투라는 밀라노를 배경으로 도시의 기억과 시간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사진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사진 위에 회화를 덧입히거나, 특정 요소를 지우는 방식으로 도시의 풍경을 연극적으로 연출하는 점이 특징이에요.
회색빛 도시 풍경 위로 사람이 등장하면서 장면은 더 이상 기록이 아닌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묘하게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연출이 아주 신선했어요.
😊 전시 후, 감상 나누기
전시설명 영상도 재밌어
전시를 다 본 뒤에는 미술관 야외 마당에서 짧은 소감 나누기 시간을 가졌어요. (날씨가 너무 좋은 요즘)
김은민 독일 현대 사진작가들 중에 건축을 주제로 작업하는 분들이 많다고 들어서,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실제로 보니까 사진 같기도 하고 회화 같기도 한 그 중간 느낌이 되게 신선하더라고요. 특히 요세프 슐츠의 작품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지우고 본질만 남긴 사진인데, 단순해서 그런지 저는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어요. 선, 면, 색감만 남은 사진이 너무 정갈하고 깔끔해서 계속 눈이 갔고, ‘사진도 결국 작가의 의도를 담는 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세은 저는 두 번째 전시였던 파올로 벤투라 작가의 작업이 더 인상 깊었어요. 평소에 사진은 ‘기록’이라는 가치에 더 의미를 둬서, 이렇게 회화처럼 재구성된 작업은 처음엔 조금 낯설었는데, 보면 볼수록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이 강해서 신선했어요. 특히 종이 오려 붙이듯 연출한 도시 장면이 정말 연극 무대 같았고,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색감도 제 취향이더라고요. 뭔가 색이 빠지고 쨍하지 않은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감정을 건드리는 느낌이라 좋았어요.
정유진 저는 개인적으로 사진 찍을 때 나무나 건물 같은 구조물에 시선이 자주 가는 편이라, 이번 전시에서도 비슷한 느낌의 압도감을 받았어요. 특히 파올로 벤투라의 작업처럼 사진 위에 회화나 그래픽 요소를 덧입히는 방식이 인상 깊었고, 그걸 보면서 저도 영상 작업할 때 그렇게 틀을 좀 더 과감하게 벗어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AI 보정이나 포토샵 작업이랑도 연결돼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영감도 많이 얻었고요. 감성도 있고 실용성도 있는 전시였어요.
서수원 저는 요세프 슐츠 작가의 작품이 더 좋았어요. 색감이 진하고 밝아서 보기 편했고, 전체적으로 느낌이 정돈돼 있어서 집에 걸어두고 싶은 사진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실제 건축물이나 표지판처럼 디자인적으로 조화가 잘 이뤄져 있었고, 색의 배치나 구도가 예술적으로 느껴졌어요. 반면에 두 번째 전시는 조금 어두운 분위기라 저는 약간 다운되는 느낌을 받았고, 자주 보고 싶은 작품은 아니었어요. 전반적으로 저는 깔끔하고 선명한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같은 작품을 봐도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다니, 매번 신기해요. 서로의 감상을 들으며 전시의 여운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프랑스문화원 영상전시 – 예상 밖의 보너스
전시를 마치고 나가려던 순간, 직원분이 맞은편 부산 프랑스문화원에서도 영상 전시가 진행 중이라며 들러보라고 권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우연히,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답니다.
무서워 2층.. 무서운 건 함께..🎥
시간이 많지 않아 전부는 다 보지 못했지만, 짧은 관람만으로도 영상이 주는 몰입감과 몽환적인 연출이 강한 인상을 남겼어요. 특히,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장면이 등장했을 땐 조금 놀랐어요. 한국과 태국, 그리고 기억과 상처를 예술로 연결하는 방식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게 정말 아쉬웠지만, 예상치 못한 전시까지 함께 경험하며 5월의 문화소풍도 풍성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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