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이주민이 우리나라에 오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지만,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이주민의 나라,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드뭅니다. 그런데 사상구에서는 올해 1년 동안 아시아를 알아가는 특별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인문학과 예술을 통해 이미 살고 있는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섞여 공존을 상상하고 느끼는 장이 펼쳐졌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 만나보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1 /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1년 동안 사상구에서 진행된 인문학과 예술을 담은 여러 사업에 대해 이야기 나눌 텐데요, 함께 이야기 나눌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김동규 원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동규 (이하 ‘김) / 네, 안녕하세요.
MC 2 / 먼저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실까요?
김/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은 “놀며 배우는 사람의 터”라는 슬로건을 갖고 시민들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모든 기술을 배우는 곳입니다. 정치교육보다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생활의 기술을 서로 배우는 생활 교육의 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초량지하철역 5번 출구 앞에 있고,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MC 3 / 시민이 서로 배우는 생활 교육을 진행하고 계신데, 올해 1년 동안 사상구에서 이주민 관련한 사업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사업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제가 사상에서 두 가지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인문학 중심의 사업 “사상 씬나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했구요. 이어서 사상 공공예술 프로젝트 흐르는 집을 진행했습니다. 저는 인문학 사업과 예술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인문학 사업을 잘 받아내어 시민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하려고 했던 겁니다.
MC 4 / 사상 씬나 프로젝트라는 이름부터 쉽게 다가오는데요. 이주민 사업을 특별히 사상구에서 진행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 통계별로 다르긴 한데요. 사상은 부산에서 거주하는 이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입니다. 남구의 경우 유학생 비율이 많지만, 사상은 거주를 위해 이주한 이주민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죠. 여기에 인문학과 예술이 힘을 합하여 이주의 시대에 새로운 사회통합의 모델을 만들어 냈으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상씬나는 SaSang in Aisa를 줄인 말입니다.
MC 5 / 그렇군요. 그럼 사상 씬나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으로 진행했는지 소개해 주실까요.
김/ 가장 대표적으로 이주민 반상회가 있는데요. 우선 이주민이 매번 배우고 듣는 입장에서 이주민이 가르치고 말하는 입장으로 바꾼 강좌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나고 자란 나라의 달력과 절기 그리고 축제 이야기를 우리가 배우겠다고 한 것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작가가 드로잉해서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사업은 부산시 그리고 교육부상을 수상했습니다.
MC 6 / 이주민 입장에서 프로그램이 기획됐다는 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데요, 그럼 공공예술 프로젝트 전시는 어떤 주제로 진행되었나요?
김/ “이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이주민이다.”라는 슬로건으로 덕포시장과 그 옆 삼락천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은 자기 몸이 집이 되는데, 열악한 상황에서 이동하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흐르는 집이라 했습니다. 이를 통해 해외 이주민들뿐 아니라, 우리도 열악한 이동을 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려 했지요. 그래서 이주와 이사를 특정한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전환해야겠다 싶었습니다. 나중에 왔다고 먼저 온 사람이 차별하는 것보다는 환대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테니까요. 우리도 해외 여행 많이 가는데, 해외 가서 인종차별 받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MC 7 / ‘이주와 이사를 특정한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본다!’ 설득력 있는 시선인데요, 이런 주제를 전시로 어떻게 풀어냈는지도 궁금한데요?
김/ 윤창수 파초사진전시 : 오래전 귀화한 ‘귀화식물’이란 걸 알았습니다. 고려 때 이미 기록이 남아 있고, 민화로도 꽤 많이 그려졌던 식물이고, 한국 사람들에게 꽤 사랑받던 식물이라는 걸 알았죠. 식물도 이렇다면, 사람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겁니다. 심지어 사상구 덕포시장이 전통시장인데, 여기 이주민들이 상점을 많이 열고 있으니, 파초 이미지를 매개로 덕포시장이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시장이 되겠다 싶었던 겁니다.
천아름: 동아시아 전체에 존재하는 가택신을 소재로, 이사 간 사람과 온 사람을 환송하고 환영하는 작품을 시장 점포에 설치했습니다. 다채로운 색과 빛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전시장으로 유입시켰지요.
심성아: 낙동강에 지어지는 엄궁대교 덕에 고니가 못온다는 사실을 알고, 고니도 못오면 사람도 못온다는 뜻에서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을 이은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허병찬: 아주 여린 3D필라멘트로 흐르는 집을 점포 벽면에 새겼습니다. 연약한 끈들이 이어져 서로를 든든히 받쳐주는 다양성의 힘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윤창수: 파초 사진만이 아니라, 이주 배경 아이들의 사진을 크게 출력하여 삼락천변에 전시를 했습니다. 이주민들이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존재감 프로젝트였는데, 이주민의 존재감을 일상적으로 스미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밤에 너무 아름다워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편하게 작품에 진입하고 접근하면서 이주로 인한 차별의 긴장을 완화키시도록 했습니다.
MC 8/ 지난 주 공공예술 전시가 마무리됐다고 들었는데, 어떤 성과?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 일단 사업을 진행한 저의 변화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주민과 자주 만나다보니, 저 역시 이주민이자, 다문화 가정 출신이라는 것 더 깊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김해 김가이다 보니, 저는 제 조상님이 국제결혼해서 만들어진 다문화 족보의 구성원이었던 거지요. 기독교-이슬람-유대교의 아브라함, 부처님, 주몽 등 모두가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단군도 어디서 떠나왔다는 흔적을 신화에 새겨두었는데,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역사들이 거의 모두 ‘이주’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부산은 해방 후 귀환동포, 6.25 피난수도, 60-70년대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로 메가시티가 되었으니, 부산은 실로 이주민의 도시였죠. 사상도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니, 부산과 사상 역시 이주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더군요. 부상과 사상이 명실상부 글로벌 시대 새로운 모델과 전통을 만들려면 ‘이주가 우선이다!’는 생각으로 지역의 전통을 새롭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MC 9/ 그럼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생각하신 것처럼 반응하셨는지요?
김/ 제가 보기에는 그렇다 싶습니다. 장소가 시장이다보니, 어떤 근본적인 변화를 노렸다기보다, 일상생활을 하실 때, 일상적 차별 행동이나 기억에 걸림돌 하나를 놓아두자는 식이었는데, 시장을 보시던 주민이나, 상인들이 ‘우리도 이주했고, 저 사람들도 이주했으니, 우리 모두 공동체라는 거재?’라고 저희 사업의 취지를 해석해주시더라고요. 어떤 분은 ‘베트남’, 어떤 분은 ‘함평’에서 이주했던 기억을 공유해주시면서 ‘차별’과 ‘텃새’ 때문에 힘들었다는 얘기를 해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MC 10/ 와~ 예술을 매개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나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고 의미도 큰 것 같은데, 앞으로도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후 계획이 또 있으신지요?
김/ 네, 이 사업을 1년 정도 했다고,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주와 사회통합을 주제로 26년 정도까지는 사상에서 사업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인문학 사업과 예술 사업을 통해 생산된 것들이 사상과 부산시에 널리 퍼져 사상과 부산을 글로벌 시대를 여는 새로운 사회통합의 모델을 제시하는 도시로 견인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산시가 최근 15분 도시를 주장했는데, 거기에는 ‘이주’의 문제와 ‘장애’의 문제가 아예 빠져있더라고요. 15분 도시 모델을 매우 좋은 모델이라 생각하지만, 특정한 인구에게만 15분 도시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은 좋은 의도로 ‘사회의 분열’을 야기하는 실정이라 생각합니다. 취약계층을 뺀 15분 도시도 사실은 차별도시라는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그때서야 부산은 명실상부 글로벌 사회통합 모델을 제시하는 모범 도시라 생각합니다. 사상이 그 모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MC 11/ 원장님 말씀대로 글로벌 시대 부산이 새로운 사회통합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신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김동규 원장님 고맙습니다.
김/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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