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S.G. “라디오, 시민세상”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여러분의 동네에는 어떤 문화 공간이 있나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문화센터일수도 있고, 오래된 레코드 가게일수도 있고, 나만 알고 싶은 카페일수도 있을텐데요.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독서 모임과 낭독회, 강연, 문화 행사 등 다채로운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문화 공간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송]
MC 1: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대학이 많이 모여있는 대연동에서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박범각 씨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1: 안녕하세요. 당신의 책갈피라는 서점에서 ‘길드마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범각이라고 합니다. ‘길드’라는 게 중세 시대에 상인과 장인들의 조합 역할을 했던 것처럼, 부산에서 창작자들과 활동가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12월에는 책방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도 한 권 냈습니다.
MC 2: 길드 마스터라는 이름이 생소하지만, 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창작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말씀이신데요. 작년에 내셨다는 책은 어떤 책인지 부터 소개 해주실까요?
박 2: 저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책방을 차리기 전에 잠시 서울에서 일을 했습니다. 책방을 내려고 다시 부산에 돌아왔는데, ‘서울에서 일을 했다’와 ‘부산에 돌아왔다’ 사이에
좀 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어 있어요. 그래서 책을 통해서 ‘왜 서울로 가야했고, 왜 돌아오려고 했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저 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지역들 중에서 꼭 집어 ‘부산’이라는 공간에 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모아보자는 기획을 했었고, 다른 지역에서 부산으로 온 젊은 친구들을 인터뷰 하면서 ‘이 지역이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자 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부산청년센터에서 지원도 받고 팀도 꾸려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스킬도 부족하고 시간도 부족하고 하다 보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정리 못한 채로 원고를 수납해뒀었는데, 책 내주신 출판사 사장님이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어주셔서, 제가 책방을 차린 이야기와 인터뷰 내용을 엮어서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MC 3: 서울과 부산 사이에 생략된 이야기, 잠깐 요약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박 3: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게, ‘여기서 사는 친구들은 항상 무언가 하고 싶었던 걸 새로 시작할 수 있구나’, 내가 ‘이 일을 하고 싶다’ 하면 당장 시작하고, 혹시 안 된다고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그만큼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는 기회와 사람들, 문화 인프라가 많다는 건데요. 책에서도 나오지만 같은 동네에 살던 형은 개발자 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현실이었고, 제가 올라간 동네에서는 ‘마피아 게임’ 사회 보는 걸로도 수입을 얻는 친구도 있었어요. 저도 서울에서 한 3년간 책방 열고 싶다고 이야기 하니까 책방 일을 해볼 기회가 생긴 거에요.
근데 ‘왜 부산에서는 이런 일이 잘 생기지 않나’하는 고민을 하게 된 거죠. 지금 이 순간에도 부산에서 기회를 못 받은 창작자들이, 일하는 사람들이, 또 공부하는 사람들이 계속 서울로 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적어도 창작에 관해서 무슨 꿈을 꾼다면, 그 꿈을 위한 작은 실험들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책방을 열게 된 이야기입니다.
MC 4: 부산에서도 크고 작은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책방을 여셨다는 얘기인데요. 그럼 책방을 열기까지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박4: 처음 기획은 책방이라기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을 생각하긴 했어요. 시, 에세이 등 글쓰기 하는 친구,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채널인 MCN에서 일하는 친구 등을 모아서 팀을 꾸리고 어떻게 하면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회의를 했습니다. 최근에는 문 닫는 학교들이 많아질 테니까 공간 하나쯤 빌려서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미리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을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작은 공간이라도 차려서 해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동네 서점 공간을 만드는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고요. 당시 서점 공간에서 실험적인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어서 조금 더 공부해보자는 마음에 여러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 상태로 몇 년 지나니까 서점을 같이 한 번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와서 서울에 정치사회 전문 서점이었던 ‘정치발전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구독서비스나 북토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이제 진짜 제가 하고싶은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어서 부산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MC5: 박범각 씨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이 주신 의견과 힘이 모여서 책방이 열릴 수 있게 되었네요. 책방에서는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박 5: 책방이 열린 첫 해에는 지역 문화커뮤니티 ‘링드미’랑 같이 낭독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심야 책방’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지역 작가분의 소설을 각색한 대본이라던가, ‘어린 왕자’를 동남방언으로 각색한 ‘애린 왕자’를 역할을 정해 함께 낭독해보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기억은 다르게 적힌다’라는 이름으로 추억의 콘텐츠와 관련된 글쓰기를 했습니다.
첫 문장을 주면 5분 동안 뒷문장을 이어쓰는 글쓰기 모임이었는데, 주제를 ‘내가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과 같은 주제를 두고 글을 썼습니다. 이것도 우동준 작가님이라고 지역 작가님이 같이 멘토링을 두어 번 붙어주셔서 훨씬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기생록’을 쓰신 작가님이 장르소설 관련 독서모임을 열고 싶다고 해서 진행을 하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책을 있는 척 읽어나가는 상상독서회라던가,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소개팅 같은 독특한 행사도 진행해 봤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독서모임 열수 있도록 하고,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주제 모임 열고, 조용히 책만 읽고 싶은 날이 있으면 묵독회를 열고 있기도 합니다.
MC 6: 책을 매개로 정말 다양한 문화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신데요. 듣기만 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지금 라디오를 청취하고 있는 분들께 책방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을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참여하신 분들의 목소리를 담아주셨다고 하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
묵독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그냥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만든 자리예요. 그래서 혼자 읽는 것보단 그래도 남들이 조금 집중해서 읽고 있으면 사람이 긴장해서 읽게 돼가지고, 같이 좀 읽어보면 좋겠다라는 자리를 만들고 있고.
한 50분 정도 집중해서 책 읽고, 그러고 나서 잠깐 쉬었다가 저희 각자 무슨 책 읽었는지, 보통 어떤 거 좋아하는지, 그런 취향 이야기도 좀 하면서 그렇게 할 예정이고.
그럼 50분까지 읽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1
저도 그렇고, 요새 젊은 사람들이든, 대한민국 사회 자체가 책을 많이 읽고, 권장하는 사회는 아니잖아요?
저도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읽으려면 정말 마음을 잡고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집중해서 읽어야 되기 때문에, 이런 목독회라는 시간에서 마침 이런 시간이 있으니까
나도 가서 사람들이랑 같이 책 읽고, 평소에 읽으려고 마음 먹었던 책 같은 거 읽고 더불어서 서로 감상까지 나누는 좋은 경험이겠다 싶어서 알게 됐습니다.
2
독서 모임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묵독회를 오면 같은 책을 읽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뭘 읽습니다” 얘기하게 되면 그 책이 흥미가 가게 되면 볼 수도 있는 거고
다른 책을 골라보게 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MC 7: 이렇게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가 교류되는 현장을 바라보시면 뿌듯하실 것 같아요.
박 7: 요새 독서모임 자주 오시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모임을 통해서 여태껏 읽어왔던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또 몰랐던 이야기나 생각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을 써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인생 책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다음 읽을 책’이라고 말하게 되었다고요. 비슷하게 저도 그냥 다음에 하게 될 이벤트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희곡, 시, 소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작 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게 된 적이 있는데, 이 분들과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을지 즐겁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MC 8: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지금 방송을 듣고 있는 청취자분들에게 책방을 한번 더 안내해주시죠.
박 8: 저희 책방은 경성대와 부경대 사이에 있습니다. 그 사이를 걷다보면 숲 같은 공간이 하나 있어요. 여기가 ‘문화골목’이라는 곳인데,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7-80년대식 주택을 매입해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가끔 길을 잃으시는 분도 있기는 한데, 한 번 찾아오고 나면 또 찾아오고 싶은 아지트같은 매력이 있는 공간입니다. 내부에 소품샵이 바로 옆에 있고, 카페나 소극장, LP바, 갤러리같은 공간이 진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어서, 아까 말씀드린 창작자들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하기 좋은 공간이에요.
이 이야기를 듣는 분들이 창작자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습니다. 재미있는 작당모의를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당신의 책갈피 찾아와서 이야기 나누자고 해주시면 언제든지 꾸려 볼 테니까 한 번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C 9: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대연동에서 책을 기반으로 문화 거점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동네 책방 운영자 박범각 씨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박9: 고맙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8717/episodes/24926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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