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2022. 8. 6.(토) 08:30~09:00 (부산MBC 95.9)
● 제작/출연: 온가영(배가영 / 프로젝트 '반했나')
● 제작지원: 황지민(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김보영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김보영입니다.
다큐멘터리 <릴리스 페어>라는 영화를 보면 1997년부터 99년까지 열렸던 여성 뮤지션
중심의 록음악 투어를 담고 있는데요. 사라 맥라클란, 셰릴 크로 등 당대 잘 나가는 여성 뮤지션들이 함께 주도한 페스티벌로, 한마디로 ‘여성들이 한판 벌여보자’라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부산에도 ‘릴리스 페어’를 꿈꾸며 모인 멋진 여성 뮤지션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부산 여성 뮤지션 프로젝트 ‘반했나’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 전해드리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삽입곡 01] 오늘영 ‘flight’
MC 01 / 오늘 <라디오시민세상>의 문을 열어준 노래는 오늘영의 ‘flight’이라는 곡이었습니다. 이 곡의 뮤지션도 프로젝트 ‘반했나’에 참여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지금 제 옆에는 자세한 말씀해주실 싱어송라이터 온가영 님 자리해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청취자 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온가영 / 안녕하세요, 프로젝트 반했나를 소개하러 온 싱어송라이터 온가영입니다. 원래는 방금 전에 소개된 노래를 부른 오늘영 언니를 비롯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나오면 좋았겠지만 일정상 저 혼자 나오게 되어 아쉽기도 한데요. 대신 제가 다른 분들의 목소리를 담아 와서 ‘반했나’의 이야기를 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MC 02 / 네, 오늘 기대됩니다. 우선 프로젝트 이름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반했나’ 어떤 의미인가요?
온가영 /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말 그대로 ‘매력 등에 반하다’라는 의미의 부산 사투리 의문형 ‘니 내한테 반했나?’라는 의미와 기존의 인디 문화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무엇에 반대하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성을 가진 좁은 인디씬에 여성 뮤지션이 설 무대가 없었던 시기에 언니들이 하나둘 모여 우리가 설 무대는 우리가 만들자 해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처음 시작에 함께했던 뮤지션들은 나이트쉐이드, 김윤정 언니, 미파 언니 등 저는 뒤늦게 뒤풀이 자리에서 인사했던 언니들이 있고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는 언니는 조연희, 윤진경, 자이, 그리고 지금은 오늘영으로 활동 중인 박주영 언니가 있어요.
주영이 언니가 2018년도에 다시 여성 뮤지션들을 모으게 되면서 이내, 나까, 모멘츠유미, 보수동쿨러, 그리고 초콜릿벤치까지 같이 하게 되었구요. 올해는 또 새로운 뮤지션들이 궁금해져서 밴드 윈다의 줄라이님과 꼬막, 권눈썹님까지 만났어요. 저는 이제 온가영으로 활동하고 있구요. 전부 싱어송라이터예요.
그리고 뮤지션뿐만 일러스트레이터 젤다 언니, 디자이너 솜다, 사진작가 하린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모여서 ‘반했나’를 만들어 왔습니다.
MC 03 / 네, 그렇군요. 각자 흩어져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어떤 감정이 드셨을지 궁금해요.
온가영 / 이야기로만 들었던 여성뮤지션들을 수소문해 만났더니 각자 스타일이 다 달라서 너무 좋았고요. 연희 언니가 같이 해볼래? 하면서 점점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30대가 다가오면서 고민이 많아졌어요. 언니들은 어떻게 음악 하며 살고 있나 궁금하더라고요.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가정을 꾸려도 음악 하는 남자 선배들은 많은 것 같았거든요. 언니들의 이야기가 궁금할 찰나 반했나를 만나게 됐고 아이가 있든 혼자 살든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음악을 듣는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어떻게 살아도 좋겠다, 하면서요.
MC 04 / 네, 말씀을 들어보니 서로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는 자리인 것 같네요. 그럼 2013년을 첫 시작으로 지금까지 ‘반했나’에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소개 부탁드려요.
온가영 / 2013년도에는 전국투어를 했어요. 각 지역마다 친구들이 있기도 했고 열정이 가득한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박주영 언니한테 물어보니 당시에 여럿이 스케줄 맞추랴, 악기 들고 다니랴, 엄청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국투어 이후 휴식기가 조금 길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는 2018년도에 주영이 언니가 힘을 내서 다시 해보자, 하고 조연희 언니, 윤진경 언니와 합심을 했고요. 그때 저도 처음으로 함께하게 됐어요.
의미가 있었던 건 무대의 마지막은 항상 다 같이 부르는 곡을 준비했었거든요. Jefferson airplane의 ‘Somebody to love’나 비틀스의 ‘Across the universe’ 같은 노래를 불렀어요. 무언가 함께 부대끼며 만든다, 내 음악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이야기들을 서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보였어요.
MC 05 / 공연 마지막은 항상 단체 무대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신 거군요.
온가영 / 2020년의 싱글 ‘걷는 길을 좋아하고 나의 선택을 사랑해’를 만들게 된 것도 마지막에 함께 부르는 무대를 우리의 이야기로 채워보자, 하는 의미로 시작했어요. 9명이 하루 종일 녹음실에 우르르 앉아서 녹음했는데, 그 조그만 지하 녹음실이 북적북적한 게 너무 재밌었어요.
2021년에는 코로나 시국에 겹쳐 소규모로 3개의 일상과 연결되는 공연을 만들었고요, 올해는 가벼운 마음으로 버스킹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서로 만나고 싶어서 만드는 공연 같기도 해요. 서로 잊지 않을 때 즈음 한 번씩 만나서 노래로 안아주는 그런 느낌인 거죠.
MC 06 / 네, 그러면 함께 만든 노래를 안 들어볼 수 없겠네요. 프로젝트 반했나의 ‘걷는 길을 좋아하고 나의 선택을 사랑해’ 듣고 오겠습니다.
[삽입곡 02] 반했나 ‘걷는 길을 좋아하고 나의 선택을 사랑해’
MC 07 / 곡의 멜로디나 가사가 참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마지막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전달되는 것도 좋고요.
온가영 / 네, 고맙습니다. 이 곡을 2020년 쇼케이스 때 다 같이 불렀는데, 실제로 현장 분위기도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반했나를 궁금해하고, 저희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올해 사진 촬영으로 참여하신 하린 님도 사실 저희의 오랜 팬이세요. 잠시 이야기 들어보실게요.
[인서트 01] 하린 인터뷰
저한테는 되게 위로를 많이 받은 곡들이 많았어가지고, 이공년도에 뭔가 긴 공백을 또 한 번 더 깨고, 더 좋은 노래를 같이 이렇게 만들어가시고 공연하는 모습이 되게 좀 멋있었어요. 뭔가 다 같이 연대의 느낌으로 계속 이어지는 게 좀 되게 인상 깊기도 하고 응원도 하고 싶고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MC 08 / 반했나의 무대를 보고 연대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하신 게 인상적이네요. 실제로 프로젝트 ‘반했나’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성 뮤지션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온가영 /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그 공연을 함께 만들면서 끈끈해지고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연결감을 가지는 형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참여한 모멘츠유미, 조연희 언니의 생각도 들어보시죠.
[인서트 02] 모멘츠유미 인터뷰
제가 개인적으로 공연을 하면 관객 분들이 반했나 공연은 언제예요라고 항상 물어보세요. 저도 이제 반했나의 식구가 된 거죠. 그래서 앞으로 공연을 할 때도 언젠가 내 노래를 할 수 있는 그런 무대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을 때, 저희가 반했나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매년 무엇이라도 활동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인서트 03] 조연희 인터뷰
저는 같이 있으면 오히려 제가 선배라는 생각보다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한테는 더 에너지가 막 생기게 되더라고요. 이제 좀 더 새로운 친구들이 계속 들어와서, 정말 한국의 ‘릴리스 페어’ 같은 공연을 이렇게 작게 시작해가지고 한 십 년 뒤에는 그렇게 하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MC 09 / 네, 정말 ‘반했나’가 ‘릴리스 페어’ 같은 멋진 공연을 열 수 있도록 오래 이어졌으면 합니다. 끝으로 앞으로 활동 계획 말씀해주시죠.
온가영 / 일단 목표는 1년에 한 번은 만나서 무언가 해보자, 예요. 같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관객들끼리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자리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부산에 많은 문화기획들과도 교류하고 싶고요. (연락 주세요!) 뮤지션 각자의 일상을 살다가 한 번씩 만나는 느슨한 연대를 꾸준히 이어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딘가 항상 존재하는 따뜻한 마음이 들게 하는 무언가’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MC 10 / 네, 오늘은 프로젝트 ‘반했나’ 이야기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자리해주신 온가영 님 고맙습니다.
온가영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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