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역랑강화] '한나 아렌트'를 만나다

미디토리 스토리/미디토리 뉴스

by 미디토리 2022. 7. 12. 15:50

본문

7월 콘텐츠기획워크숍 

  • 주제: 한나아렌트의 삶과 사상
  • 강의: 양창아 선생님(부산대 철학과 강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 분회 사무국장)
  • 일정: 2022.7.8. 미디토리 회의실  
  • 추천도서: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난민, 악의 평범성, 혁명정신(리처드 번스타인)>
  • 도움영상: JTBC 차이나는클라스, 한나아렌트 편 

양창아 선생님 소개

미디토리와는 초록영화제를 통해 자주 뵈었는데요. 현재 부산대학교 철학과 강사이자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 분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YES24 작가 소개글에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았고 그의 사상을 계속 공부하며 주디스 버틀러, 시몬 드 보부아르, 도나 해러웨이의 사상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렌트의 ‘자각한 파리아의 관점’에 주의를 기울여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 정치적 행위를 시작하고 정치적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며 박사 학위논문을 썼고, 그것을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2019)로 펴냈습니다. 그 관심을 이어가며 「‘파리아’의 정치: 숨겨진 과거와 이어지며 시작되는 저항 행위」(2019)를 썼고, 버틀러의 ‘복수성으로 열리는 정체성’에 관한 고찰을 참고하여 이야기의 의미를 중심으로 「‘말하기’와 ‘듣기’에 관한 사회 철학적 고찰」(2021)을 쓰셨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사상에는 자신의 삶과 경험들이 녹아있다고 해요. 그녀의 다큐나 전기를 읽다보면 왜 그러한 사상이 나오게 되는지 이해하기 쉽다고 하셨어요. 한나 아렌트는 인생에서 세번의 탈출(베를린, 파리, 뉴욕) 을 하면서 거의 18년간을 난민으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한나 아렌트의 탈출기를  양창아 선생님의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해 들으니 스펙타클한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의 주요 개념들을 하나씩 짚어 주셨는데요. 한나아렌트 자신이 겪었던 정치적 문제, 개인적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탄생한 개념들이라고 합니다. 양창아선생님은 특히 '파리아'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연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십니다. 출세주의자 유대인을 지칭하는 '파브뉴'라는 개념과 실패한 난민, 불가축천민의 의미를 가진 '파리아'...내가 차별받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현실이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파악한 사람을 <자각한 파리아> 즉, 행동하는 사람들은 소수지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렌트는 자각한 파리아의 정신을 견지하고 그러한 시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고립-외로움-고독' 사이에서 

아렌트의 많은 주요 개념들 중 <전체주의 또는 총체적 지배> 마지막 장에 나오는 <고립, 외로움, 고독>의 개념을 알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세 단어는 일상에서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지만, 아렌트는 정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볼수 있는 혐오와 차별의 양상도 제각각 다른 형태로 드러나지만, 가해자든 피해자든 기저에 깔려있는 두려움은 닮아있다고 합니다. 제국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들을 깊숙히 들여다보면 피지배자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맞닿아있는데, <암흑의 핵심>이라는 소설에서도 잘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전체주의 체제는 히틀러의 독재 때문만이 아니라, 테러를 본질로 삼고 이데올로기 사유의 꽉닫힌 논리성을 행위원칙으로 삼는데, 사유틀 속에 현실을 다 잡아넣는 방식인거죠. 이 때 인종주의라는 사유틀 안에 현실을 집어넣어 우겨넣는다고나 할까요? <1984> 라는 소설에 잘 묘사되어있다고 합니다. 그 당시 히틀러는 '총체적 지배'를 이뤄냈는데요.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히틀러는 아우슈비츠에서 완벽히 만들어냈죠. 

 일상에서 사회에서, 동료가 없으면 현실파악이 힘들어집니다. 사람이 원자화되면 힘있는 권력자는 총체적으로 지배하기 쉬워집니다. 지배에 동조하는 세력이 커지는 반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힘이 점점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아렌트가 말하는 '권력'은 곧 '민중의 힘'이며 이것은  혼자서는 절대 취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폭력은 혼자서 가능하죠.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에서는  자본주의 체계에서 현대인들은 원자화되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고 봅니다. 경험과 사유능력을 잃게 되면 지배당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아렌트는 그래서 '우정'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정은 나랑 세계관이 같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의 우정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와 다른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존중하며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정이라고 봅니다.  

 

전체주의 체제에서 인간의 공동생활에 대한 어떤 근본적인 경험이 스며들어 있는가를 살펴보면, 그 밑바탕에 고립, 외로움, 고독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 고립: 물리적 고립, 테러의 시작, 테러의 토양, 테러의 결과.
    • 전체주의의 예비단계
    • 권력power: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에서 비롯됨. action in concert. 우정에 기반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는 것. 독일의 레테.. 라는 평의회가 있었다.
    • 고립의 표지: 무기력 impotence
    • 고립된 인간은 정의 그대로 무력하다.
    • 행동할 수 없는 무능력 상태.
    • 정치적 접촉 차단, 공적영역x, 사생활의 영역은 보장된 상태. → 파워는 있지만 어느정도의 작업은 할 수 있는..
    • 다양한 종이 있어야 생존력이 높아지는 것과 같다.
    • 호모 파베르: 고립상태에서 그래도 뭘 제작할 수는 있다. homo faber
    • 세계를 만드는 활동
      • 노동 labor , 작업 work/fabrication, 행위 action
      • 시를 짓는 일, 책을 쓰는 일도 작업. 인공물, 사물의 세계
      • 만나서 이야기나누고 논쟁은 액션.
      • 노동은 완전 생존과 관련된 일.
      • 작업활동은 고립을 필요로 한다.
      • 고립이 외로움으로 변하는 것은.. 생존적 노동에만 몰두하게 될 때.
      •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 공적영역에 나가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그들은 빛이 없기 때문에 그림자가 사라진다.
      • <코> 라는 소설. 파리아들은 혼자서 시를 짓고, 작품을 통해서 작업을 하는데.. 유태인들은 예술인이 많다. 고립된 삶은 작업은 할수 있는데, 그것마저 못하면 외로워하게 된다.
  • 외로움 loneliness
    • 버림받은 상태 Verlassenheit : 세상에 소속되지 않는다는 경험.
    •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사유의 세계가 없어진다.
    • 친구가 완전히 없는 상태. 동등한 입장에서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상태. 나를 차별하는 사람만 있다던지. 함께 있어도 외롭다.
    • 고립이 삶의 정치영역과 관계가 있다면, 외로움은 인간 삶 전체와 관계가 있다.
    • <20세기 소년>, <몬스터> 라는 만화. 쌍둥이 중 하나가 괴물이 된다. 괴물아이의 내면 풍경은 사막위에 홀로있는 것으로 묘사한다.
    • 현대인의 뿌리뽑힘uprootedness(고향, 편안한 장소가 없다) 과 쓸모없음superfluousness ⇒ 외로움과 직결되는 상태.
    • “외루운 사람은 자신이 관계 맺을 수도 없고, 자신을 향해 적개심을 노출하는 타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개인의 자아정체성은 사회적으로 형성된다. 결국 자아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사적영역도 상실되게 된다. 외로움의 상태가 깊어지면… ⇒ 자아상실, 혼자 있으면서도 자신으로부터도 상실하게 된다.
    • 전체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를 비교해보면,.. 비슷…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지면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힌 사람.
    • <공통의 감각> 사람과 교류하면서 공통감각을 형성하게 되며 이것을 공적영역이라고 한다. 고립이 심해져도 공통감각이 점점 사라진다.
    • 고립이 깊어지면 자신의 감각안에서 갇히게 된다. 경험하는 현실이 좁아진다. 다양한 종류의 현실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 사회적거리두기 .. 라는 말이 나왔을 때….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된다… 라는 주장도 있었다. <물리적>거리두기라는 말을 하자는 주장. 별로 반향이 없었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편해하는 경향이 있더라.
  • 고독solitude: 긍정적인 의미.
    • 고독은 혼자있기를 요구하지만 외로움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날카롭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 고독한 사람은 혼자이기에 자기 자신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다.
    • 한 사람 -안에- 두사람 two-in-one : 사유의 대화 속에서 내 동료 인간들의 세계와 접점contact을 잃지 않는다.
    • 고독한 사람(철학자)이 이중성, 모호함, 의혹에서 자신을 구해줄( 것은 공통감각이다) ‘교우관계의 은총’(신이 우리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을 발견할 수 없을 때면 항상 외로움의 위험에 빠진다.
    • 어떤 사건 이후에 사유가 따라온다. 그리고 또다시 바깥으로 접점을 만들어야한다.
    •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사유를 나눌수 있고 공통감각을 맞춰줄 수 있는 동료가 있어야한다고 본다.

고립상태에서 창조성이 억압되거나 사적영역이 박탈되면 외로움으로 변할 수 있고

고독상태에서 교우관계를 맺지 못하면 외로움의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외로움의 상태는 가장 위험한 상태고, 정치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정치는 통치의 영역이며 다양한 의견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되어야합니다. 장이 없으면 정치가 없고,  다양한 관점이 없으면 정치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결국 같은거야."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어떤 것도 의지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 사유
    • 모든 사유는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며 나와 나 자신의 대화가 중요.
    • 세계와의 접점을 잃지 않아야한다.
    • 내 정체성의 확인을 위해서 나는 (일부가 아닌) 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다.
    • 자아는 고독 속에서 실감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정체성은 나와 동등한 관계를 맺은 사람과 신뢰할 수 있는 교제를 나눌 때에만 비로소 확인될 수 있다.
    • 교우관계의 은총 ⇒ 세상에 대한 기초적인 확신을 주는 건 교우관계이다. 이를 통해 자아, 세계, 사유와 경험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정치적 역량은 이런데서 생겨난다.
    • 공적 영역에서의 관계가 중요.
  • 조직적 외로움에서 벗어나 사실적 진리를 찾아가자! 
    • 현실로부터의 자멸적인 도피 행각 : 모든 인간적 공동생활을 파괴하는 원칙. ⇒ 인간성을 죽이려는 시도, 복수성(여럿인 성질), 세상에 대한 여러관점이 공존해야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다.
    • 한사람의 전제적, 자의적 의지에 지배당하는 모든 사람의 비조직적인 무기력보다 조직적인 외로움이 훨씬 더 위험하다. 박근혜지지자들… 조직적인 외로움의 기반에는 가짜뉴스가 있다. 
    • 이성적 진리와 사실적 진리(이것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눈이 필요하다. 너무 명백한 거짓말을 조직적으로 믿게 되는 사태가 올수도 있다.) 그리고 정치적 거짓말.. 가짜뉴스를 유통되지 않게 만드는게 진짜 중요하다.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을 만든다거나 언론에서 사실적 진리를 찾아내고 유통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 조직적 외로움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 아렌트는 진리와 거짓의 구분이 의문시 될 때,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사실적으로 참인지에 대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그 위험에 주목한다.(리처드 번스타인) → 어떤 단위든 사실적 진리를 찾아가는 언론이 필요하고 거기에 주목하는 시민이 필요한데, 아렌트는 능동적 시민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의 저서에서 그들의 업적을 전기형식으로 써내려간 한나 아렌트… 발터 벤야민. 브레히트… 피난가면서 이 사태를 알리려고 문서더미를 이고 피난다닌다. 브레히트도 언론기사들의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가위로 오리고 붙이며 작업을 이어간다. ⇒ 지금도 어두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 단위들이 힘을 발휘할 때 그것이야말로 혁명이다.
후기 

 

김영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네요.  김동규 선생님 강의 때도 비슷한 이유로 좋았는데, 생각하는 도구를 찾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깊이 사유할 수 있을까?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특히 요즘은 내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뭘지 찾고 있어요. 양창아 선생님의 수업도 좋았지만, 평소에도 '철학'강의를 좋아하는 이유가 '단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할 수 있어서에요. 혼돈을 줄이고 개념을 명확히 할수 있으니까요. 초록영화제 뒷풀이할 때 양창아 샘을 몇 번 뵌 거 같은데, 그 때 말씀하실 때는 약간 노잼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 만나뵈니 강의전달 방식이 편안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을 정말 재미있게 해주시더라고요. 추천해주신 책을 다 못읽고 와서 '악의 평범성' 관련 영상을 찾아 보고 왔는데, 역시나 보고 오기 잘한 것 같긴 합니다. 교육 듣기 전에 단어를 조금은 듣고 오니까 좀더 이해가 잘 되는 것 같아요.  

 

황지민  저도 재미있었어요. 철학공부가 재미있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들었던 것 같아요. 단어나 개념적인 부분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사유가 확장되는지 한번 더 느꼈고, 거기서 오는 재미를 대학생활 이후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아요.  특히 제가 무릎을 탁 쳤던 부분은 '고립, 외로움, 고독'의 개념을 구분해서 설명해주셨을 때에요. 개인화, 파편화가 고조되는 사회 분위기는  전체주의로 나갈수 있는 징조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는데, 위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태극기부대'의 심리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삶의 모습도 어쩌면 고독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저한테 편한 삶의 방식이 고립이나 외로움으로 진전되는 환경에 처하면 위험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한나 아렌트가 강조했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이곳 미디토리에 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개성 강하고 다양한 취향을 가졌지만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김은민 이번 강연은 강연자도, 참여하는 우리도 <차이나는클라스> 느낌이었어요. 우리가 들었던 이러한 양질의 강의를 영상으로 구성해서 전달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강의에서 느낀 점은...이 시대는 여러번 전쟁위기가 찾아왔고, 우경화되고 있잖아요. 오늘 수업을 듣고나니 전체주의라고 하긴 어렵지만, 변질된 전체주의의 징후를 보이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환경에서 나는 어떤 자세로 학습하고 깨어있을 것인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과거 철학자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재미난 시간이었어요. 진짜 양창아님의 차이나는클라스 였네요. 

 

박지선   예전에 미디어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한나아렌트를 종종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는 소수자, 난민에 관해 집중했다면, 요즘은  노동-작업-행위와 관련 된 부분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생계를 위한 노동과 더불어  행위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의 어려움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요즘인데요. 그래서 더 알고 싶어졌어요. 방대한 분량의 주제에서 미디토리한테 딱 필요한 부분을 재미있게 풀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유진  선물해주신 별채 논문을 읽고 있어요. 강의가 끝난 이후 계속 한나아렌트의 철학이 궁금해지더라고요. 인간의 활동, 노동, 작업을 구분하는 개념들을 들었을 때 경계가 모호할 수 있고, 우리는 그 곳을 넘나들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이야기가 저의 경험과 작업에 대한 이해, 사회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 이유, 차라리 안태어났어야했나..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고 있어요.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를 만난 것 같아요. 

 

서수원 이번 콘텐츠기획워크숍은 저에게 특별히 잼있었는데, 그 이유가 어떤 철학적인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어렸을 때 읽었던 '안나의 일기'도 떠오르더라고요. 나치시절 유대인들 숨어살면서 옆집 이웃을 고발하는 일화들 있잖아요.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책도 잠깐 떠올랐구요.  뭔가 생각이 많아지긴 하는데, 어려워서 깊게 답을 내릴 수는 없긴 하네요. 외로움, 고립, 고독… 의 개념을 들으면서 어쩌면 저도 선동을 잘 당하는 사람이 되는게 아닐까 싶었어요. 사실 판단할 때 혼자판단하기 어려워하거든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좀 안좋은 일이라 판단했지만, 내 판단을 못믿고 친구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는 모습이 저한테 있거든요. 내 안에 '악의 평범성'이 스며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이세은  고등학교 때 이런 수업을 들었다면 재미나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습니다. 고립, 고독 외로움..에 대한 개념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개념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좋았어요. 외로움의 상태에 요즘 내가 들어가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저의 상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공적영역에서 활동하지 않고, 생존을 위한 노동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요즘 사람을 안만나고 출근만하고 그 외 아무것도 안하거든요. 집에 가도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내다보면 하루가 끝나있어요. 헬스장에서도 혼자서 운동만하고 오고… 외로움에 대한 사유를 이렇게 할 수 있다니...

책읽는걸 별로 안좋아하지만, 읽어도 읽고 싶은 책만 주로 읽는편이에요. 심리, 관계에 관한 책들이죠. 근데 이번 수업을 통해 철학 속에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미디토리에게 '고독'과 '우정', '활동' 에 관한 신선한 사유를 선물해주신 양창아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미디토리인들에게 던진 화두로 인해 혼란스러워진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해줄 AS 강의가 필요한 듯 합니다. 조만간 또 만나뵐수 있길 기대하면서 후기 마무리할게요! ⛱

 

글.정리. 고탱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