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가루수 나뭇가지 함부로 자르지마라!!!>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여름철 길을 걷다보면 가로수가 만들어내는 그늘 자락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도심 속 텁텁한 공기를 그나마 맑게 해주고 있는 건 아닌가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그런데 그런 가로수가 요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해마다 늦겨울과 봄 사이에 이뤄지는 가로수 가지치기가 나무를 마치 전봇대처럼 삭뚝 잘라버리기 때문인데요, 보기에도 흉하고 앙상한 나무를 보면서 과연 저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셨던 시민분들도 계시죠?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문제점을 알리고, 그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계신 부산생명의 숲 장만태, 이선아 씨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본방송]
MC 1/ 오늘은 무분별한 가로수 가로치기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함께 이야기 나눠주실 부산 생명의 숲 활동가 장만태 씨와 이선아 씨가 나와계십니다. 먼저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장만태(이하,장) : 안녕하세요. 부산생명의 숲 운영위원 장만태입니다.
이선아(이하,이) : 반갑습니다.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이선아입니다.
MC 2/ 네, 반갑습니다. 먼저 부산생명의 숲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부산생명의 숲은 시민들에게 부산의 다양한 숲과 공원의 가치를 숲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야생생물 보호 및 산림정책에 관한 토론을 진행하고, 연구용역 사업도 하고 있는 시민환경단체입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이 되구요, 전국 14개 지역에 생명의 숲이 있습니다.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목림공방이라는 환경학습동아리와 생명소풍이라는 숲탐방프로그램으로 회원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MC 3/ 숲을 만들고 지키는 숲 전문 시민단체군요. 오늘은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셨습니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이야기할 때 ‘가로수 강전정이 문제’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말이 좀 어려운데, 먼저 강전정이 뭔지부터 설명해 주실까요.
장/ 가지치기를 한자어로 전정(剪定)이라고 하고 강전정과 약전정으로 분류합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가지치기 ‘공사’를 발주할 때 비용 산출의 근거가 되는 한국표준품셈에서는 “강전정은 수목의 정상적인 생유장애요인의 제거를 위해 굵은 가지(주간)까지를 잘라내는 기준이고, 약전정은 외관적인 수형을 다듬는 기준이다.”라고 제시되어 있는데요. 강전정은 과도한 가지치기를 말하는 거죠. 벌목 수준에 해당할 만큼 가로수의 팔과 머리를 댕강 잘라 속칭 전봇대 나무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MC 4/ 과도한 가지치기를 강전정이라고 부르는 거군요! 그럼 강전정을 했을 때 가로수에는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나요?
이/ 도시 가로수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가로수는 녹음을 제공하여 태양열과 대기오염을 흡수하고 산소를 공급하기도 해요. 가지와 잎이 먼지와 분진을 흡착하고 유해가스를 흡수하여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기도 하구요. 교통 소음을 감소시켜주거나 차단해주는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의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전정(强煎定)으로 인한 폐해는 너무 심각합니다. 전정된 표면을 통해 나무에 병균이 침투해 나무 속까지 썩어들어 나무가 쉽게 전복됨은 물론, 굵은 가지가 계속 잘려 나가고, 가는 가지가 새로 나면서 가로수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심지어 도시의 경관을 망치는 흉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강전정으로 인해 풍성한 가지와 잎을 만들지 못하며 또한 기형적으로 자란 수형은 가로수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MC 5/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로수가 정말 좋은 역할을 많이 하고 있었군요. 사실, 이런 좋은 점은 일반 시민들도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요즘 왜 이렇게 삭뚝삭뚝 과도한 가지치기가 많은 걸까요?
장/ 가장 큰 이유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베어 달라는 것입니다. 상인들은 가게 간판을 가린다는 민원을 넣구요. “열매에서 악취가 난다”. “걷는 데 방해가 된다”는 민원까지 가로수를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신고도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가지치기에 대한 조례도 없고 시행규칙도 없으니 기준 없이 가지치기를 하는 겁니다. 국제수목관리학회에서 ‘수목관리 가이드라인’에서 가지의 25%이내에서 가지치기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산림청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의 가지치기 기준에는 가지를 얼마나 잘라야 하는지 기준이 제시돼 있지 않습니다. 지자체에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도 부족할뿐더러 해마다 책정되어 있는 예산이니 공무원들은 무심하게 쓰는 것이 관행이 된 것 같아요.
MC 6/ 가지치기를 해달라는 민원이 많았다니 좀 놀랍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풍성한 가로수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요, 무리한 가지치기를 반대하는 시민도 많지 않을까요?
이/ 네, 맞아요. 우리가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강정전에 반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초량역12번 출구 앞에 있는 커다란 양버즘나무가 늘 시민들을 반겨주었는데 어느 날 무참하게 가지치기가 되어 있었어요. 이후 주변을 유심히 살피다보니 곳곳에 무리한 가지치기가 되어 있었구요, 부산생명의 숲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던 중 부산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시민들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는 모디회담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는 거기서 가로수 강전정 문제를 얘기했습니다.
장/ 다행히 시민들이 제안한 120여개가 넘는 의제 중 6개의 실행의제로 선정이 되어 앞으로 시민들과 여러 주체들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갈 예정입니다. 모디회담을 거쳐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의제로 선정되는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평소에 이 문제에 안타까워하고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 강전정, 학교 강전정을 포함하여 가로수 강전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MC 7/ 강전정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계셨는데, 지역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네트워크하는 지역문제해결플랫폼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할 기회를 갖게 되셨단 말씀인데... 공감하셨던 시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이/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을 통해 의제 발표를 하고 난 이후 밴드나 페북에 공유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그러셨어요, “평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었다고...이렇게 프로세스화 하는 장이 있다고 하니 너무 반갑고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구요. 그리고 한국해양대 모 교수님께서 평소 거주하시는 아파트 강전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계시다는 걸 알고 제가 연락을 드렸어요. 지역문제해결플랫폼 의제에 대해 부산생명의숲이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을 말씀드렸더니 크게 공감해 주셨고 이후 부산일보에 ‘나무의 권리선언’이라는 주제로 컬럼도 쓰셨답니다. 그 기사를 보고 연락 온 지인은 흔쾌히 공감하며 후원회원으로 가입도 해 주셨어요 ^^
장/ 페이스북 그룹에 ‘가로수 가지치기 시민제보’라는 게 있는데 전국적으로 시민들이 강전정된 가로수 사진을 업로드하며 공유하고 있어요. 거기엔 물론 학교나 아파트도 포함이 되구요. 지난 6월 16일에는 ‘건강한 도시숲을 위한 가로수 가지치기 개선방안 모색’이라는 정책토론회도 온라인으로 개최를 했었어요. 산림청, 서울시, 한국전력공사,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의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이 되었죠.
부산에서도 조만간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주요한 의제 중 하나로 협의체가 구성될 에정이고 시 산림생태과에서도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해 왔다고 합니다.
MC 8/ 평소 표현하지 않았으나 가로수 장전정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많았고, 전국적으로도 감시활동도 하고 있었군요. 그럼 생명의 숲이 생각하시는 가로수 강전정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장/ 가로수 강전정에 대한 문제인식을 시작으로 가로수 자체에 대한 시민과 공무원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관련 법령이 제정되어야 하구요. 가지치기는 전문지식을 가준 인력이 시행해야합니다. 저희는 가로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넓게 본다면 나무 자체에 대한 도시숲에 대한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모범 가로수 시범지역 운영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상가와 사무실 등이 밀집해 있지만 가로수 수종선택에서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지자체에서는 상가 간판을 비롯한 조형물들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가로수 본래의 기능을 다하면서 오히려 아름다운 가로수로 인하여 상가 사무실 등에 선한 영향을 준다면 어떨까 합니다. 최근 도심 가로수 수종의 변화의 정책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꽃알레르기 유발, 넓은 잎으로 인해 상가 주인들의 민원, 열매에서 풍기는 고약한 냄새등의 이유로 가로수 본래의 목적으로 심어졌던 수종이 베어져 나가고 꽃나무 위주 즉 보여주기식의 식재로 바뀌어가는 도심숲 정책도 한번 쯤 짚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MC 9/ 아름다운 가로수들이 있는 곳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하고, 우리가 낯선 도시를 갔을 때 자연친화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죠. 부산도 그런 생명이 넘치는 도시가 됐음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이/ 연초에 강전정된 나무들의 가지 끝에서 6월 현재 새롭게 잎들이 돋아나고 있어요. 연초부터 유심히 보지 않았던 시민들은 별로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강전정된 상태에서 돋아난 잎들은 나무의 형태(수형)가 확연히 달라요. 자유롭게 뻗은 기다란 가지에서 새 잎들이 나는 것이 아닌, 가지 끝에 몽툭하니 매달려 자신의 존재를, 생명이라는 존재를 그렇게 표현하는 거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그 가치를 아는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 된다면 스마트한 부산뿐만 아니라 그린 부산으로서의 정책실현이 이루어지고 시민들은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 부산을 만들어가는 주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커질 거라 생각해요.
장/향후 부산생명의 숲에서 나무권리선언을 선포하려고 해요. 시민추진위원을 공개모집하여 공론화를 하고자 하는데 일단 오늘 이 자리가 그 공론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MC 10/ 네! 가로수를 제대로 가꾸고 지키는 일, 도시와 시민을 위한 일인 만큼 더 많이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나와 주신 부산생명의 숲 장만태 운영위원님, 이선아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장,이 / 네, 고맙습니다.
라디오시민세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 부산센터 지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지금까지
기획 퍼블릭액세스운영위원회
제작 부산생명의 숲, 성경숙
제작지원 김영, 김주미
진행에 김보영이었습니다. 청취해주신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부산MBC 홈페이지] busan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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