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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초록영화제 [침묵의 시선] 상영후기

film /독립영화 리뷰

by 미디토리 2020. 10. 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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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초록영화제] 침묵의 시선

조슈아 오펜하이머 | 다큐멘터리 | 2014 | 덴마크 | 103분 | 2014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지금이 군부 독재 시절이라면 저한테 어떻게 하셨을까요?"

"자네 무슨 일을 당했을지 몰라."

1965년 인도네시아 학살 피해자 '람리'의 동생 '아디'는 형을 죽인 살인자들을 찾아가 50년동안 묵혀놓은 질문을 던집니다.

안경사 아디는 형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족과 타인의 기억과 증언, 이미지들로 재구성하여 1960년대 학살을 자행한 가해자들의 만행과 폭력을 마주하게 됩니다.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과거 학살의 현장으로 감독의 카메라를 안내하며 폭력의 기억을 재연합니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은 <액트 오브 킬링>(2012)에 이은 두 번째 다큐멘터리입니다. 전작<액트 오브 킬링>은 가해자의 시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고 재연하는 문제가 논쟁의 화두가 되었다면, 이번 <침묵의 시선>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마치 과거의 학살이 곧 반복될 것만 같은 공포심을 느끼게 합니다.

 

9월 초록영화제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허주영님은

캄보디아 킬링필드 책임자들이 최근 사망했다는 기사를 먼저 접했고, 그 사건 때문에 <액트 오브 킬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래서 두번째 다큐멘터리도 자연스레 보게 되었는데, 두 편다 보는 내내 공기가 무거웠다고 합니다. 혼자 보기보다는 같이 보고나서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번 다큐를 소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살이 일어난 공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9월의 초록영화제를 찾아주신 관객분들의 생각을 전해드립니다.

 

 

9월 초록영화제는 다채로운 영화의 빛이 모이는 수영구의 '공간나라'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달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미리 신청하신 관객분만 입장하셨고, 체온 측정, 손소독제, 마스크 착용, 좌석 간 간격 유지 등 방역 지침을 준수하여 상영을 진행했습니다.

 

 

[관객 쪽지]

 

어쩔수없었다는 말이 살인을 미화시키려는 말로 들렸다. 피해자 가족의 삶, 가해자 가족의 삶이 눈에 띄웠다. 가족들은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화가 났다…

→ 전작인 <액트 오브 킬링> 네이버 시리즈로 봤는데, 제목 포스터를 보고… 실험적인 판타지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큐라서 놀랐다. 전작은 가해자가 주인공이자 화자고, 두번째 작품은 피해자의 관점으로 이 사건을 말한다.

 

 

앤딩크레딧 리스트에 있는 수많은 '익명 anonymous'..이라는 단어. 지금도 이런 걸 보고 공포에 잠식된 현실을 느낄수 있었다.

 

→앤딩크레딧에서 ‘익명’이라는 단어가 계속 올라가더라. 그 단어가 가장 충격적이었고.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 엔딩 크레딧으로 많은 걸 보여줄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굉장히 위험하다고 하더라. 영화를 찍을 때도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 고위직에 있는 사람 만나러 갈 때 신분증을 가지고 가지 않고. 가족도 공항에 보내놓고 피신준비를 해놓고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인터뷰 촬영 중에 멀리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면 촬영을 중단하고 경계했다고 한다. 신상이 밝혀지면 위험해지는 제작 현장 상황이었고, 그 나라에서 상영될 때도 군부에서 위협을 많이 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가해자를 만나러 다니는게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감독이 찍은 학살자들의 영상을 보고.. 왜 주인공은 죄책감 땜에 그럴거라고 생각할까요?

→ 학살자들은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는데, 주인공은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더라. 가해자들은 전혀 거리낌이 없는데..

→ 가해자들은 실제로 살인행위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을까요?

→ 학살자들은 인면수심에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자랑스러워하는 감정도 있겠지만, 그 행동을 하고 후회를 하면 자기 인생이 모두 흔들리는거니까 … 정신승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인지 하지 않으면 힘들지 않을까요?

→ 미치지 않으려면 자기가 죽인 사람의 피를 마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친 사람도 있다는 건데..

→ 실제로는 두렵고, 내가 이 행동을 후회해도 주변에 미친 사람들이 있고..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아물었다고 표현을 하지만.. 다시 들춰내기도 싫고, 누가봐도 잘못했다는 건 알지만… 기저에 깔린 심리는 두려움. 그 때의 자신을 대면하기 힘들지 않을까.

→ 개인의 정신승리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한번도 처벌한 적도 없고, 오히려 업적으로 남기려는 사회인 것 같다. <액트 오브 킬링>에서는 판차실라(경찰도 아니고 군대도 아닌 제3의 조직) 라는 신분이 있다고 한다. 2000년대 이후에도 판차실라, 학살의 주역이 지금도 경찰과 군대 못지않은 위세를 가지고 있고, 전혀 개인의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칼까지 가져와서 당시 어떻게 사람을 죽였는지 연기를 할 수 있는지...그것도 분장을 하고.. 그 뒤에는 사회적으로 죄악시 하는 분위기가 1도 없기 때문 아닌가 싶기도 하고 오히려 지금 저 주인공(피해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침묵의 시선이라는 제목이 만들어진 이유

→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제목의 의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디의 눈빛. 기록화면을 볼 때의 눈과. 삼촌과 대화할 때 눈이랑. 말없이 쳐다보는 장면이 .. 이 제목과 가장 어울리는 장면같다.

→ 피해자 가족들이 같은 동네에서 지내고 있지만,,, 가해자들을 향한 복수심은 있지만… 보복을 당할 까봐 숨죽이고 살아가는 것도 어찌보면 가해자의 힘을 키우게 했던게 아닐까 싶다.

→ 원숭이 키우는 가해자 할아버지가 더이상 그 이야기 꺼내지 말라고 할 때. 과거를 들추지말라는 그 말들..피해자의 침묵과 가해자의 침묵이 오갔다. 그 시대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가해자.

→ 아버지와 딸이 나올 때 그 딸도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고.. 가해자의 자녀들한테도 침묵하고.. 다양한 맥락의 침묵이 보이더라.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제사회의 침묵까지..

 

이 영화에서 "다 지나간 일이야. 다 잊어라." 이런 말이 많이 나온다. 정치는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는데,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 가해자 뿐만아니라 피해자.. 유일한 생존자인 그 분도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고 신이 벌할거다 라고 이야기하고….

→ 정치인도 정돈된 언어로 그 이상을 실현한다고 말한게.. 절차적 민주주의가 그 나라에도 도입이 되었다보니까.. 선거를 해도 이런 사람이 계속 당선된다. 전작에 나옴. 말만 있는 민주주의.

 

현실과 다큐멘터리.

→ 아디는 실존하는 피해자고.. 조슈아는 미국사람. 노동조합을 취재하러 왔다가 아디를 만났다고 한다. 조슈아가 없었으면 가해자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디가 가해자를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 감독도 위험하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렸지만 끝까지 만나겠다고 한 아디. 시사회 할 때 아디가 조슈아한테 미안하다고 내가 너를 이용했다고.. 말하더라. 조슈아가 다큐작업을 하니까. 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것같다. 아무리 용기가 있었어도 다큐가 아니면 만날 수 없었을거다. 다큐라는 것이 현실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매체인 것 같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학살을 들추고 싶어하지 않는다. 역사왜곡도 안타깝다.

→ 이 영화가 개봉된 이후, <액트 오브 킬링>은 인도네시아에서 30만명이상 보고. 인터넷에서 무료공개했다고 한다. <침묵의시선>은 상영 3주만에 5만명이 넘게 봤지만 정부의 방해로 더 많이 볼수 없었다.

학살자를 만나는 아디의 시선에서 분노나 슬픔보다 공허함이 느껴질 때 안타까웠다. 떨어진 인류애를 회복하기 위해선 또 사람을 통해 치유받아야한다는 아이러니.

→ 아디의 공허한 시선. 완전 분노하거나 무섭거나 둘 중 하나일 거 같은데. 만났을 때 폭발하는 반응이 아니라, 한차원 넘어선 사람의 눈빛이라고나 할까요. 영화에서 눈빛의 의미를 보면서 그의 감정을 상상하게 된다.

침묵의 시선.. 가해자에게 깊은 질문을 할 때 사실을 회피하거나 화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가해자의 가족이거나 당사자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다.

→ 내 의지로 부모를 선택할수 있는 것도 아닌데, 태어나보니 나쁜 부모였을수도 있지않나.

→ 상대가 오해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닐까 생각할 거 같다. 믿기지 않을 거 같다. 그 딸처럼 의심부터 할 거 같다. 자녀들은 왜곡된 역사를 배운 사람이니까. .. 그리고 아빠의 영상을 보여주면 피할 것 같다.

→ 내 아버지가 영웅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영상은 안보려고 하지? 그 교육제도 안에서는 영웅인데, 왜 자꾸 그 가족들은 회피하는지.. 앞뒤가 안맞는 행동이라고 본다. 가족이 모른다는 건 믿기지 않는다.

→ 남자형제 가족과 홀어머니 가족은.. 어느정도 아는 것 같았다.

→ 아버지가 유명한건 알지만 구체적인 행적을 모르고 살다가 직면했을 때.. 처음으로 뭔가 흔들리는게 느껴지더라. 실제로 어떻게 죽이고 살인행위를 했는지.자식에게 말하지 많은 이유는 .

→ 딸이 갑자기 아디랑 안을 때 소름끼쳤다.

→ 저는 오히려 사과하는 딸이 진심처럼 느껴졌다. 사과를 하는데 웃는 느낌도 느껴지긴하는데, 당황하는 눈빛도 본 것 같다. 포옹도 처음나왔는데. 아디의 경우, 가해자가 노망은 났지만, 가족이라도 잘못했다고 사과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한 거 같다.

→ 딸이 그 상황을 빨리 마무리짓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았다. 웃을 때 소름끼치더라.

→ 아디 엄마가 외삼촌이 했다는 걸 모른다고 했을 때. 소름.

 

감독의 인터뷰 중

"내가 가해자의 가족이라면…. 우리가 저 상황이었을 때, 나는 그 분위기에 동참할수 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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