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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록영화제]깨어난 침묵, 생탁노동자 투쟁 2년의 기록

film /독립영화 리뷰

by 미디토리 2016. 5. 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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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양정 비밀기지에서 초록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박배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깨어난 침묵>을 함께 보았습니다. 스무 여명의 관객들이 비밀기지를 칮아주셨습니다. <깨어난 침묵>은 부산 막걸리 제조회사 생탁에 근무해온 노동자들의 처우와 복직 투쟁을 담은 영화입니다.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상영을 시작으로 전국의 공동체 상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흑백입니다. 박배일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 볼 때 생탁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2-30년 전이나 다를 게 없었습니다. 비참하지만 2-30년이 지나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간을 굳이 현재로 노을 필요는 없어, 흑백으로 시간을 빼버렸다고 합니다. 영화의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소리도 삽입돼 있는데요, 노동자의 시간은 돌고 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생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은 노동자들이 2014년 파업에 돌입하며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 데요, 시간외근무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주5일 근무도 지켜지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지역노동위의 중재도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은 시청 앞 광고 철탑에 올라 253일간 농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안을 책임지고 해결할 것을 약속한 서병수 시장은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으며, 광고탑에 올랐던 노동자는 광고 수입 손해를 끼쳤다며 부산시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입니다.



회사는 복수노동조합을 설립해 노동자 사이에 균열을 조장했는데요, 영화 중 노동자들끼리 서로 싸우는 장면은 가장 가슴 아픈 대목이었습니다.

80분 간의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박배일 감독과 송복자 생탁 해고노동자가 자리했습니다. 


송복남 영화보면 혈압이 확 오릅니다. 속에서 뭐가 끓어오르는 게 영화를 보면 더합니다. 253일간 고공농성을 했습니다. 시장 말만 믿고 내려왔는데 5개월째 진척되는 게 없습니다. 45명이 파업했는데 10일 만에 분회장이 배신했습니다. 그 뒤를 따라 30명이 배신하고 복직했습니다. 생산에 타격을 못주니 회사가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구사대 역할을 하고 우리를 몰아세웠습니다. 지금 우리의 투쟁이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습니다. 56살 먹은 제가 제일 젊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위기지만 삶 자체가 피혜해진다고 할까요. 어쨌든 마무리는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승리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해서 현장에 복귀하고 싶습니다. 8명이 남아 있습니다. 연기처럼 사라질까봐 제일 두렵습니다. 2-30년을 싸워서 연기처럼 돼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박배일 당사자들이 영화를 보는 건 영화의 시간을 다시 사는 것이예요. 영화가 1년 반 정도의 기록인데, 2년의 힘든 시간을 곱씹어 보게 되는 거죠. 영화를 흑백으로 만들었어요. 시간성을 빼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우선은 빨간색을 빼고 싶었어요. 노동자분들이 먼저 찍은 영상을 봤는데 빨간 조끼가 영화에 상당 부분 등장하더라고요. 우리 사회는 파업한 노동자를 바라보는 편견이 있어요. 그게 빨간 조끼에 담겨 있는 거고요. 우리한테 덧씌워진 색깔을 빼야겠다는 생각으로 흑백으로 처리했습니다.



송복남 고공농성을 하며 좁은 공간에 있다보니 체중이 8kg이 빠졌어요. 거의 근육이 빠져버려서 체력이 안받혀줘요. 신경도 많이 날카롭습니다. 죽을 각오로 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시작하지 말라고까지 말하고 싶어요. 노동조합 행사할 권리가 법으로 되어 있다는 것만 믿고 가면 안 되요. 이 나라는 노동자 탄압하는데 너무나 체계가 굳건합니다. 어설프게 한다고 햇거는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까지 너무 피해를 줍니다. 회사가 주말에 밥 안주고 고구마 준다고 말했다고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한 상태예요. 권력은 결국 자본에 빌붙어 있습니다. 업무방해, 집시법, 고공농성 이게 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그렇지만 노동자가 노동조합 안하면 노예의 삷 밖에 살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 해야합니다. 조금 전 말은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길거리에서 우리가 빨간 조끼를 입고 피켓팅을 하고 있으면 손 한 번 들어주세요."

"노동자 8명으로 싸우기엔 너무 적습니다. 연대자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다음 6월 초록영화제는 6/17 금 19:00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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