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시민세상] 죽음의 급식실, 우리 힘으로 바꿔내자

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죽음의 급식실, 우리 힘으로 바꿔내자>

 

 

● 방송 : 2023. 6.10. (토) 08:30-09:00

● 제작/출연: 김진주(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치위원장)

● 제작지원: 김영(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노주원

 

 

왼쪽부터 김진주(출연자), 노주원(사회자)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올해 3월 교육부가 부산 학교급식 종사자 6명이 한꺼번에 폐암 판정을 받았다는 발표를 해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근무여건이 열악해 “죽음의 급실식”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실 노동자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의 이해당사자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함께 나섰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1 / 최근 교육부가 전국 학교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부산 지역이 폐암 확진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해 전부터 학교급식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나 열악한 노동환경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은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치위원장을 모시고 학교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주체들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김진주 정치위원장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진주 :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부산지부 정치위원장 김진주입니다.

 

 

MC 2 / 네 반갑습니다. 먼저, 이번에 발표된 폐암문제와 더불어 학교급식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부터 말씀해주시죠.

 

김진주 : 네, 학교급식노동자들에게는 “죽음의 급식실”이라는 말로 표현할 만큼 급식노동자들은 3중고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폐암문제입니다. 음식물을 기름으로 볶고 튀길 때 발생하는 조리흄에 노출되기 때문인데요. 조리흄은 초미세 1급 발암물질입니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급식실노동자들의 폐암발병률이 30배가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심각합니다. 전국 급식종사자들의 폐CT 검진 결과 부산에서 폐암 확진자가 6명, 폐 이상소견자도 검사자의 30% 가량 됩니다. 전국에서 폐암으로 사망한 급식노동자가 7명이구요. 올해도 두 명이나 돌아가셨습니다. 급식실 노동자들은 ‘매일 조리흄을 마시다보면 나도 언젠가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공포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MC 3 /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유병률이 정말 높군요. 해결해야할 시급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진주 : 네, 의료전문가들은 급식실 폐암문제 해결을 위해 환기시설이나 조리방법 개선은 기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와 함께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것 또한 주요한 근본 대책으로 꼽습니다. 급식 노동자들이 높은 노동 강도로 몸이 지쳐있다보니 체내에 들어온 발암물질을 이겨낼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쉽게 발암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도 최악의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리원 1인이 담당하는 식수인원 즉 급식학생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편입니다.

 

MC 4 / 노동 강도도 걱정이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 적은 인력으로 단체 급식을 준비해야 하면 사고도 많이 날까 염려되네요. 어떻습니까?

 

김진주 : 네, 한정된 시간, 적은 인력으로 단체급식을 해내야하니, 미끄러운 바닥에 늘 뛰어다니고 그러다보면 넘어지고, 부딪혀서 멍이 드는 건 다반사입니다. 끓는 물과 끓는 기름 그리고 기름때를 제거하는 약품에 화상당하고, 오븐세제가 눈에 튀어 들어가기도 하고요. 칼에 베이고, 도마나 무거운 물건이 떨어져서 골절되고, 기계나 날카로운 것에 절단되는 등 산재사고도 비일비재합니다. 손, 팔, 다리 통증에 저리고 퉁퉁 붓고 피가 안통해서 잠을 못 자는 소위 골병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근골격계질환을 앓는 조리종사자가 98.5%나 됩니다. 무엇보다 아프거나 다쳐도 동료들이 힘들까봐 병가를 쓸 수 없어 치료나 수술을 방학 때까지 미루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이 더 깊어지기도 합니다.

 

 

MC 5/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인력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장의 노동 강도는 해결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할 분들도 줄어들 수 밖에 없지 않나요?

 

김진주 : 그렇죠. 학교급식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인력미달사태로 이어져서 작년에 120명, 올해도 150명이 채용 미달인 상황입니다.그래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니 결국 부족한 인원으로 일하게 되어 노동강도는 더 높아지죠. 게다가 숙련된 조리원의 정년퇴직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어서 이렇게 인력미달이 계속된다면 몇 년 안에 학교급식이 중단되겠다는 위기감이 들고요, 그전에 급식노동자들이 다 쓰러지겠다는 이런 절박함도 있습니다. 이는 급식노동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급식을 먹는 학생,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함께 피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이번에 학교급식의 수혜자이자 이해당사들이 직접 나서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C 6/ 네, 학교 급식 당사자들이 함께 나서서 해결하자는 운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요?

 

김진주 : 제일 먼저 2월 16일 “학교급식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교육주체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때까지 전문가, 국회의원, 노조가 참여하는 토론회는 수없이 개최되었지만 급식노동자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학생이 주체가 되어 진행된 토론회는 처음이었습니다. 방송 3사가 모두 나와서 끝까지 취재할 정도의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토론회를 참석한 학부모의 이야기 중 ‘방학 때 두 아들 매일 밥 챙겨주느라 입술이 부르텄는데, 급식노동자들은 얼마나 힘이 들겠냐, 엄마들 누구도 조리사 선생님들의 희생을 갈아 넣은 급식을 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맛있는 급식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 모두 같은 것을 원하는 우리는 같은 편이다.’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이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챙기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것은 학생이 한 말인데요. 이 이야기는 가장 큰 박수를 받기도 했고요.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신 조리원 선생님도 오셔서 증언하셨는데요. 이날 참석한 급식노동자들이 많이 울었습니다. ‘이때까지 거대한 벽에 갇혀있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고 같은 편이 되어주니 너무 고맙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이 토론회를 위해 행복한 급식노동자들이 만드는 급식을 먹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요구가 우리 모두의 요구임을 알게 되는 그런 자리였습니다.

 

 

MC 7: 안전한 급식이 건강한 급식이라는 것을 모두가 확인한 자리였던 것 같은데요, 토론회 이후 활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김진주 : 토론회에 이어서 두 달간 126개 학교를 진보당 당원들과 함께 방문을 했구요. 교직원, 학부모와 급식노동자가 참여하는 학교별 ‘급식반상회’가 36차례 열렸습니다. 급식실의 실태를 알게 된 학부모들은 ‘아이들 먹는 것만 생각했지 급식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심각하고 너무 미안하다. 당장 해결하자’고 이렇게 이야기하셨구요. 급식노동자들도 ‘학부모들이 이해해주시니 벅차다.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받는 느낌이다’며 이런 말씀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반상회에서 우리학교 급식실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교에 김치완제를 요구하자’ ‘배식운영을 바꿔보자’, ‘수저 지참을 학부모 모임에 얘기해보자’는 등 다양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직접 해결방안을 결정하고 실현방안을 논의하는 직접정치의 장이 되었습니다.

 

 

MC 8/ ‘급식반상회’라는 새로운 시도가 어떤 변화를 이끌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진주 : 학부모와 함께한 급식반상회는 학교현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고, 교육청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운동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학교에 전달할 요구안을 가지고 학교장을 면담하는 학부모가 생겼고 요구안이 실현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급식반상회를 준비하면서 학교별 학부모를 찾기도, 장소나 시간을 정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급식노동자 당사자들인 우리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것에 가장 애를 먹었는데요. ‘괜히 학부모들을 만나 급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민원만 받는 것 아니냐’ ‘우리 편을 정말 들어주겠냐?’ ‘학교 관리자가 알면 싫어할 텐데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니냐’ 등 급식반상회에 나서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학부모를 만나고 우리 이야기를 말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변화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노조에 전화해서 요청하고 부탁하던 노동자들이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봐야겠다’며 학교의 주인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MC 9/ 그럼 교육청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김진주 : 학교급식 이해당사자인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부산원탁회의 추진위’를 구성하고 학교별 급식반상회에서 나온 요구를 모아 원탁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물론 교육청에도 이해당사자로서 참여를 제안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원탁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 부산교육청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통해서 내년부터 매년 100명씩 총 300명의 조리원 인력충원하고, 부산 전체 급식실 환기시설 전면 교체, 전기조리기구 전면도입, 전체 조리원에 대해서 매년 폐CT검사 실시한다는 대책을 발표 했습니다. 매년 폐검사 실시 대책은 전국 최초이기도 하구요. 인력충원도 오랫동안 협의하던 사항이라 우리 모두 교육청의 대책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MC 10/ 예. 부산원탁회의 개최 이틀 전의 대책 발표,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부산원탁회의를 열 수 있었겠네요.

 

김진주 : 네. 4월 26일, ‘학교급식실 문제해결을 위한 부산원탁회의’를 부산교육청 야외 주차장에서 열었습니다. 이날 학부모, 교사, 교직원, 학생, 급식노동자 그리고 어느 학교 교장선생님까지 400명 넘게 모였습니다.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12대 요구안을 선정하고, 해결을 위해 계속 힘을 모아 나자가고 약속했습니다. 학교별 급식반상회의 부산 전체 확장판이었죠. 전국 최초의 ‘학교급식 이해당사자들의 직접 정치 선언의 장’으로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 당사자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나서니 안 될 것 같았던 일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구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면 그 힘이 크다는 우리의 힘에 대한 자각도 중요합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정치운동의 위력을 확인한 거죠.

 

 

MC 11/ 정말 큰 성과인데요. 남은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진주 : 인력문제가 가장 심각합니다. 현재 부산 학교급식실 30% 정도가 대체자나 기간제 근무자입니다. 이마저도 인력을 못 구해서 매일 사람 좀 구해달라고 노조로 연락이 옵니다. 숙련자는 계속 줄어들고 대체자가 많아지니 당연히 기존근무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하중이 많아집니다. 앞으로 조리원 채용에 심각한 미달사태가 계속될 것 같아요. 계속되는 채용 미달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 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부산전체 학교급식실의 노동강도를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모든 학교 김치완제품 사용과 1식 4찬을 기본으로 표준화하는 것이죠. 부산의 어느 학교 급식실에 가더라도 숨은 쉬고 일할 만하다가 되어야 인력미달과 최악의 노동강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급식반상회를 통해 확인한 직접정치운동의 방식으로 우리 급식노동자 스스로가 나서서 학교에 당당히 이야기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학교급식의 안정화는 결국 급식 이해당사자 모두를 위한 일이니깐요.

 

 

MC 12/ 네. 오늘은 학교급식문제 해결을 위해 급식이해당사자들이 펼친 직접정치운동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나와주신 김진주님 고맙습니다.

 

김진주: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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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10일_[대담] 죽음의 급식실 우리 힘으로 바꿔내자!/[사사] 대한적십자 응급처치 강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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