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2023. 4. 8. (토) 08:30-09:00
● 제작/출연: 남원철(부산지하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제작지원: 황지민(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노주원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노주원입니다.
최근 기후위기와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각국에서 교통요금체계를 전환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매달 9유로를 내면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 정책을 시행했는데요. 국가차원에서 대중교통 무상 정책이나 저렴한 정기권을 도입하는 경향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대응이 미미하고, 오히려 요금인상으로 재정난을 해결하기 급급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부산지하철 요금정책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근본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잠시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본방]
MC 01 /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계속되는 지하철 재정난 문제와 부산지하철 요금정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살펴보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나누기 위해 부산지하철노동조합에 남원철 수석부위원장님 자리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남원철 / 안녕하십니까.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남원철입니다.
MC 02 / 최근 지하철 재정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하철 요금 인상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국가차원에서 교통요금을 부담하려는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의 입장은 어떤가요?
남원철 /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지하철 요금 인상을 반대합니다.
노동자가 소속 회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한다면,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부산지하철은 공공기관이며,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필수재로 요금 인상에 신중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으로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에서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MC 03 / 말씀하신대로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요금 인상에 반대한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남원철 / 요금 인상을 통해 지하철 재정난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면,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 2021년 기준 부산지하철에서 1,94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요금은 지하철 수송 원가 대비 26.85%에 불과하고, 무임승차가 30%에 육박해서 발생한 손실입니다.
지하철 요금 100원을 인상하면, 연간 약 200억원의 수익이 증가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지하철 요금을 현재 1,300원에서 2,300원으로 올려서 연간 2000억원 정도 수익을 증가시켜야 지하철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가능할까요? 지하철 요금 100~200원을 올려봤자 시민의 부담만 늘어나고, 지하철의 만성적인 재정난은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하철 재정난은 요금 인상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투입해서 해결해야합니다.
MC 04 / 그런데 재정이라는 게 바로 시민의 세금인데, 세금으로 지원하면 지하철 이용객과 이용하지 않는 시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남원철 / 지하철이 과연 이용하는 시민에게만 편익을 제공할까요? 시민들이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면, 그만큼 자가용 운행이 줄어듭니다. 자가용 운행이 줄면, 환경오염도 감소하고, 도로 정체도 풀립니다. 이것이 지하철 이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입니다. 이용하거나 이용하지 않거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편익입니다.
교통공사는 이런 편익 효과를 금액으로 따졌을 때 연간 1조5,427억원으로 추산합니다.
이런 점에서 세금 투입이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MC 05 / 그러면 지하철 무임승차가 재정난의 원인이라면서, 무임승차 연령을 높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잖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원철 / 무임승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요,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교통약자가 무임승차를 하면서 지하철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이렇게 얘기하는데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시설이 잘 구비된 지하철을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면서 사회생활과 여가 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이건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긍정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보거든요.
이걸 비용 측면에서만 보면서, 지하철 적자의 원인으로 교통약자를 낙인찍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은 누구나 저렴하고 편안하게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도록 만들자는 차원에서 공공교통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MC 06 / 공공교통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대중교통과 공공교통은 다른 개념인가요?
남원철 / 대중교통은 이동의 규모에 초점을 두고 기능적 측면을 강조한 개념입니다.
반면, 공공교통은 교통의 사회적 편익과 시민의 권리에 초점을 맞춰서 도시에서 교통이 가진 가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노선이 단순히 이동에만 필요한 것일까요?
지하철 노선이 만들어지면, 그에 따라 도시가 형성됩니다.
그렇게 형성된 도시는 소위 '역세권'이라는 말로 집값이 오르고, 사람들이 모이게 됩니다.
공공교통은 이렇게 도시의 발전과 지속성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에, 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강조하고 강화되어야한다고 봅니다.
MC 07 / 그럼 부산지하철이 공공교통으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요?
남원철 / 지하철만 예를 든다면, 하루 80만명의 시민이 이용합니다.
그럼 당연히 두 가지 전제되어야 합니다. 안전해야하고, 편리해야 합니다.
이용자의 요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는 안전과 편리보다 효율성과 경제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지방정부의 세금을 투입해서 공공성에 집중해서 운영해야 합니다. 세금이 투입되면 운영의 투명성도 높아져야 합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영에 관료만 아닌 시민과 노동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확대와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또 하나는 형평성인데요. 사는 곳이 시내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소득이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분들은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시내 중심부로 나갈 때, 이동 시간이 길고 현재 요금 체계에서는 교통비도 더 많이 듭니다. 역세권이나 시내 중심부에 사는 사람은 집값 상승 등의 부가적 혜택을 누리면서 이동에 따른 시간과 돈을 아끼지만, 역세권에서 멀거나 외곽에서 살면 집값 상승의 기회는 낮고 시간과 교통비는 더 많이 지출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자주 이용하고 먼 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요금 정책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공교통으로 가는 첫 걸음이고, 시민 편익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정책입니다.
MC 08 / 지하철을 예로 들어주셨는데, 버스의 경우는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남원철 / 지하철 재정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가는데요, 정작 21년 기준 3,600억원이 투입된 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습니다.
버스준공용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는 일입니다.
현재는 주로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해서 산정하고 있는데요, 정확하게 산정할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부산교통공사에서 공영버스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이미 인천교통공사는 지하철과 공영버스를 운영하고 있고, 부산교통공사도 정관에는 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부산교통공사와 같은 신뢰가 높은 공공기관에서 공영버스를 운영하면, 표준운송원가를 정확하게 산출할 뿐만 아니라, 버스 운행의 안정성과 서비스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29일 부산시가 발표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방안’에서 도시고속형 시내버스 운행,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 등의 추진 과제를 제시했는데요, 이런 정책을 진행하면서 이런 점을 반드시 반영하기를 기대합니다.
MC 09 / 네, 부산시가 발표한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방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남원철 / 앞서 말씀드린 대로 3월 29일 부산시는 대중교통 혁신방안 12개 사업을 발표했습니다. 우연찮게 3월 28일 부산지하철노동조합에서 지하철의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공공교통 전환 요금정책 토론회를 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 토론회에서 독일 9유로 티켓 사례를 통해 통합할인요금정책을 제시했는데요, 마침 부산시가 혁신 방안의 중점 사업으로 “대중교통 통합할인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세부내용은 월 45,000원 초과하는 교통비를 동백전으로 환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지하철 1구간을 주5일 왕복 이용하면 한 달 평균 56,000원 정도 듭니다.
그럼 11,000원 20% 수준 할인이 되는 겁니다. 물론 긴 구간을 자주 다닌다면 할인율은 더 높아집니다.
작년 독일에서 이 정책 실시 후 사회적 편익은 굉장히 높았습니다. 대중교통 이용률 25% 증가, 대기오염 6% 감소, 물가상승률 0.7% 감소 등 구체적인 평가가 내려졌습니다.
부산에서도 통합할인제가 시행된다면, 이에 따른 지하철과 버스 이용률이 대폭 높아지고 환경오염 감소 등 사회적 편익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부산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공교통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요금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MC 10 / 그렇군요, 부산이 공공교통으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군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남원철 / 공공교통으로 전환은 지하철,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운영과정에서도 시민적 합의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 지하철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지하철노동자, 공공교통 정책 전환을 주도하는 지하철노동조합, 지하철 이용자인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절차적 형식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정책 수용성은 낮아지고 최종 결과도 시민의 눈높이와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노동조합이 시작한 공공교통 전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로 이러한 사업을 시작했고, 향후에는 시민 설문조사와 추가 토론회 등 꾸준하고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계획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높은 관심과 지속적인 지지 부탁드립니다.
MC 11 / 네, 시민 편익을 위해 부산지하철 요금정책이 공공교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자세한 말씀해주신 부산지하철노동조합 남원철 수석부위원장님 고맙습니다.
남원철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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