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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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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이야기하다>

 

 

 

● 방송 : 2022. 12. 10. (토) 08:30-09:00

● 제작/출연: 주유진(보호자), 김병익(자립코치)

● 제작지원: 황지민(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김보영

 

왼쪽부터 주유진(출연자), 김보영(사회자), 김병익(출연자)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김보영입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 중 약 10%만이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나머지 90%의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발달장애인 돌봄의 대부분은 가정의 몫으로 맡겨져 있고, 갑자기 위기상황이 생겨 가족이 해체되거나 보호자의 사망, 건강악화로 돌봄을 할 수 없을 시 발달장애인은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이 왜 필요한지 짚어보면서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사업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01 / 오늘 <라디오시민세상>에서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제 옆에는 발달장애인 가족이신 주유진 씨,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 자립코치 김병익 씨 자리해주셨습니다. 두 분 청취자 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유진 / 안녕하세요. 멋지고 잘생기고 일도 잘하고 자립도 잘하며, 누나를 라디오에도 출연시켜주는 주재혁의 평범한 누나 주유진입니다. 제 동생 재혁이가 방송에 꼭 함께 나오고 싶어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아쉽게도 나오지 못하게 됐어요. 대신 제가 동생의 목소리를 담아 와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김병익 / 반갑습니다. 재혁씨 덕분에 저 또한 라디오에 출연하게 된 자립코치 1년차 김병익입니다. 가문의 영광입니다.

 

MC 02 / 네, 두 분 반갑습니다. 우선 유진 씨에게 여쭙고 싶은데요. 가족 입장에서 발달장애인 동생을 자립시키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이유로 결심하게 되셨어요?

 

주유진 / 네, 저희 가족의 사례는 자의반 타의반 인데요.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신 상태에서 아버지께서도 갑작스런 사고로 병상에 누워계시게 되면서 아직 미혼이었던 제가 재혁이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재혁이의 자립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사함발달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라이프코칭사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재혁이는 혼자 살 집도, 혼자 살아갈 역량도 어느 것 하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단순히 ‘자립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희망 하나로 신청을 했습니다.

복지관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재혁이에 대한 자립 의지와 역량은 물론이거니와 보호자인 저에게까지 재혁이의 자립에 대한 의지를 물었습니다. 자립을 바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세팅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자립시키는 것이 아닌 저와 함께 지내던 집에서 6개월 동안 자립을 준비했습니다. 재혁이는 자립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코치선생님을 곧잘 따랐고, 프로그램에 참여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에는 능숙히 해내는 모습을 보니 재혁이도 훌륭히 자립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겠다 라는 믿음이 생기게 된 거죠. 

 

MC 03 / 네, 자립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동생 분이 자립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씀이신데요. 라이프코칭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김병익 / 라이프코칭사업은 집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도 시설의 장애인들과 같이 탈가족 자립지원책이 필요하다 판단되어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크게는 서비스 영역을 다섯 가지로 나누고 있어요. 주거, 일상생활, 사회참여, 보건의료, 옹호 이렇게 구분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자립능력 증진에 필요한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지원하고 있습니다. 좀 더 예를 들자면 우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원가정에서부터 자립에 필요한 기술들을 하나씩 연습합니다. 밥 짓기, 세탁기 사용법, 집 청소법, 정리 수납방법, 정기 복용 약물 관리법 등 홀로 서기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훈련합니다. 6개월에 걸쳐 자립코치의 지도하에 교육을 받고 나면 집을 구하는데요. 이때에도 발달장애인 당사자 분께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월세, 전세, 매매의 개념을 알려주고 자신이 현재 보유한 금전에 맞게끔 집을 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독립생활이 시작되면, 좀 더 섬세한 지원이 들어갑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금전관리! 가계부 작성하는 방법, 모바일 뱅킹 사용방법, 고정지출금액 관리방법 등 알려줘서 스스로 한 달간 생활비를 관리해보는 연습을 합니다. 사실 너무나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서 몇 시간동안 이야기하라 하셔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MC 04 / 네, 들어보니 지원내용이 굉장히 실용적이고 세분화 되어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동생 재혁 씨는 자립코치와 함께 하는 자립 생활이 어떠실지 궁금하네요.

 

주유진 / 네, 재혁이는 현재 자립한지 2개월 반 정도 되었어요. 재혁이가 자립하고나서 어려웠던 점이나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 해줬는데요. 잠깐 들어 보시죠. 

 

[인서트 01] 주재혁 씨 인터뷰

금전 관리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처음에 돈을 어떻게 아껴 써야 할지 몰라서 자립코치선생님한테 금전관리에 대해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받은 용돈을 사용하고 가계부도 써보고 통장정리도 하면서 가계부랑 통장이랑 금액이 맞는지도 확인해봤어요. 용돈을 사고 싶은 것에 맞춰서 조절해가면서 쓰고 있어요. 

배운 활동 중에 저는 요리가 가장 자신 있어요. 그중에서도 김치볶음밥이랑 부대찌개가 제일 자신 있죠. 김치볶음밥은 만드는 과정이 간단한데 맛까지 있으니 최고의 요리에요. 제가 지금 만드는 법을 설명할 수도 있어요. 밥을 먼저 만들어 두고 김치랑 스팸을 작게 자르고 양념장은 고춧가루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이랑 후추를 조금 넣어서 물에 풀어 잘 저어 줘요.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다 같이 넣어서 볶으면 맛있는 김치볶음밥이 나와요.  

 

MC 05 / 네, 요리 소개를 들으니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이렇게 당사자 분이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습득하는데 자립코치의 역할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자립코치로 활동하면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김병익 / 자립코치로서 당사자 분들을 장애의 특성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 했어요. 사람이면 누구나 기질, 성향, 성격, 기호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한 개인으로서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은 다양한 사회적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떤 일을 선택하는데 있어 굉장히 어려워했어요. 아주 사소하게는 물건을 사는 일. 작은 것 하나를 고르더라도 규격, 가격, 품질 등의 장단점을 비교해가며 고르는 것이 어렵다 보니 더욱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라도 자신의 선택으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독립생활의 기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와 예시들을 많이 제시해 드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사업을 지원하면서 저 또한 자립기술을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 마냥 옷을 하나씩 벗으며 방으로 들어갔던 저인데 많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자립기술을 지도하려면 제가 공부를 많이 해야겠더라구요. 퇴근 후에는 유튜브나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다 보니 지금은 살림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MC 06 / 네, 두 분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재혁 씨가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면서 가족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주유진 / 재혁이가 자립연습을 끝내고 완전히 독립을 했을 땐 제 개인적인 시간이 훨씬 많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집에 혼자 있는 동생이 신경 쓰여 퇴근 후 생기는 저녁 약속은 생각도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여행은 더더욱이 생각도 못했구요. 그땐 얼마나 서럽던지. 요즘은 재혁이가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하고 있어 저도 마음 놓고 친구들과 약속을 정한답니다. 

예전에는 재혁이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이 생각해서 무슨 행동을 하든 조심시키며 새로운 도전은 어려울 거라 판단해서 포기한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해내는 걸 보니 내가 재혁이를 과소평가했었구나. 좀 더 일찍 독립시킬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습니다. 

재혁이도 자립 후의 삶을 즐기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차근차근 그려나가고 있는데요. 잠깐 들어보실게요.

 

[인서트 02] 주재혁 씨 인터뷰

자립 전에는 설거지나 청소 같은 집안일을 제가 못해서 누나가 다해줬었어요. 자립 준비를 하면서 집안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지금은 제 집에서 제가 직접 집안일을 해요. 또 제가 산책을 좋아하는데 산책을 나갈 때 이제는 일일이 다 이야기 하지 않고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다닐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이제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 제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많아져서 좋아요.

인생 계획은 버킷리스트를 코치선생님이랑 함께 써보고 있어요. 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어요. 제 버킷리스트 중에 제가 가장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열심히 일 해서 돈을 많이 모으고,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알콩달콩하게 사는 거예요. 저처럼 집안일을 잘하면 여자들에게 사랑 받겠죠?

 

MC 07 / 네, 저도 재혁 씨의 홀로서기를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두 분은 발달장애인 분들의 자립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병익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많이들 말씀하시는 소원이 있습니다. “내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 부디 이런 걱정을 거두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한 개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희 복지관에서도 현재 자립지원 사업에 참여하여 독립생활을 이어나가는 분들의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디자인해 민간에서 일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닌 정책을 통해 제도화되어 서비스 공급의 활성화를 도울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주유진 / 저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에서 ‘선택' 그중에서도 '자기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발달장애인은 영·유아기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보호자의 선택 하에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번 라이프코칭 활동을 통해서 재혁이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을 봤습니다. 이런 취향이었구나,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어 새롭고 놀라웠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발달장애인의 부모, 형제가 있다면 내 가족이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 나로 인해 놓쳐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재혁이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재혁이는 시도했기 때문에 평범한 20대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MC 08 /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라는 말이 참 감동적이네요. 두 분 덕분에 정말 유쾌하고 뜻 깊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주유진 씨, 김병익 코치님, 고맙습니다. 

 

주유진, 김병익 / 고맙습니다. 

 

 

 

 

 

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다시 듣기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8717/episodes/24572785
[부산MBC 홈페이지] busanmbc.co.kr/

 

2022년 12월 10일_[대담]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이야기하다/[사람과 사람]커피를 작곡하는 김욱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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