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2022. 10. 22. (토) 08:30-09:00
● 제작/출연: 김설(영도문화도시센터), 김유화(참여 예술가)
● 제작지원: 황지민(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김보영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김보영입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와 사회적 고립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복지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이웃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할 텐데요. 오늘은 이웃에 직접 찾아가 문화예술로 치유하고 세상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 ‘똑똑똑 예술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01 / 오늘 <라디오시민세상>에서는 영도 지역에 동네 예술가와 외로운 주민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똑똑똑 예술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제 옆에는 기획자이신 영도문화도시센터에 김설 씨, 예술가로 참여하고 계신 김유화 씨 자리하셨습니다. 두 분, 청취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설 / 안녕하세요. 영도문화도시센터에 김설입니다. 영도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하고재비처럼 이것저것 배우며 활동을 하고 있고요. 영도구가 문화도시로서 문화예술을 통해 영도구 주민 서로가 이웃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김유화 / 저는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하여, 현재 “영도 콘서트 하우스”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앙상블을 연주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유화입니다. 반갑습니다.
MC 02 / 네, 두 분 반갑습니다. 우선 ‘똑똑똑 예술가’ 어떤 사업입니까?
김설 / 영도구 1인 가구 비율이 부산시 평균보다 높으며 지역의 거주자 고령화로 인해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주민이 많아지고 있어요. ‘똑똑똑 예술가’는 누구도 외롭지 않게 문화예술을 통해 이웃을 만나고 연결될 수 있도록 영도구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 활동과 병행하여 영도만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커뮤니티케어 운영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직접 지역 주민들이 도움이 필요한 1인 가구 및 이웃들을 추천하면 총 15명의 동네 예술가가 매칭되어 집으로 찾아가고, 집안 활동이 재밌다고 생각하면 집 밖 활동까지 연계해보는 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같이 예술활동을 즐기기 위해 올해는 크게 공예, 미술, 음악 3가지 장르의 동네 예술가 분들이 참여해서 집에서 해보기 어려운 유리공예부터 시작해서 시를 지어보고 음악으로 만들어보거나, 한글을 모르시지만 글을 이쁘게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래피 등도 함께 하고 있어요.
MC 03 / 네, 정말 좋은 취지의 사업인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일대일로 집을 방문하게 되면 여러 제약도 많을 텐데 왜 집 안까지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신 건가요?
김설 / 고립감을 느끼는 분 대다수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요. 내가 무언가 하고 싶어도 외출이 쉽지 않죠. 그러니 집은 너무 갑갑하고 또 내가 사는 형편이 좋지 않아 사람이 찾아오는 것도 싫고 하니, 삶이 구질구질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내가 가장 머무는 시간이 긴 집에서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집으로 찾아가 동네 예술가가 나의 이웃이 되고 예술활동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과 용기 등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집에 사람이 계속 찾아오는 게 불편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 함께 밖에 나오면 여러 사람도 만나고 특히 영도는 자연경관이 풍부하여 가까이 바다와 산 등을 만날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 조금 외로움이 해소되시지 않을까요.
MC 04 / 네. 알겠습니다. 고립된 주민을 찾아내고 직접 방문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김설 / 이전에는 고립 위험에 처한 주민들 대다수는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역의 도움을 받고 계셨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에서 고독사는 빈번히 발생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주민들이 아직 많아요. 그래서 영도구 통장님들을 모시고 설명회도 하고 고립감을 호소하는 분들을 찾으러 직접 발품도 팔기도 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한 어르신과 이야기하다 살아왔던 이야기에 울컥하신 어르신의 언성이 높아지니 함께 마실 나온 강아지가 저를 경계해 바지춤이 물린 적도 있고요. 신선아파트 오르막길에서 만난 어르신의 장바구니를 들어다가 집 앞까지 올려드리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혼자가 불안하니 이 낡은 아파트에 아드님이 같이 살러 왔다며 한편으로 너무 좋은데 밥해줘야 하고 챙겨야 하는 것에 대한 불평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 공감이 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눴던 기억도 있어요.
MC 05 / 네, 조금 수고스럽지만 훈훈한 에피소드가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옆에 계신 김유화 님은 동네 예술가로 함께 참여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김유화 / 네, 저는 2020년 21년 2년 동안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하는 유쾌한 작당 문화동아리 사업에 클래식 연주팀으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이번 사업에도 함께 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혼자 지내게 되신 지 20년이 넘은 어르신들과 만나게 되었고 연세로는 80대 1분, 70대 1분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활동은 어르신들 마다 조금 다르지만 본인들의 주도적으로 하실 수 있도록 간단한 텅드럼, 핸드벨, 지휘, 노래도 불러보고 아니면 가곡 가사를 통해 감정 표현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제가 바이올린과 연주하면서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MC 06 / 네, 아무래도 처음에 주민 분들이 좀 낯설어하고 경계도 하셨을 것 같은데, 다가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소통하셨어요?
김유화 / 저희의 활동 이름처럼 ‘똑똑똑, 예술가’ 문구만큼이나 처음 문을 두드리고 “할머니” 이렇게 부를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죠.
프로그램이 3회차 정도 진행되면 할머니들이 개인적인 가족 사항, 살아오신 모습, 본인의 현재 건강 상태 전반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는데요.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 좋아하시는 음악이 있는지, 트로트 가수를 누구를 좋아하시는지 여쭤보고 본인들의 평소 하시는 음악 스타일로 맞춰서 같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깜짝 놀라십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며 좋아하시기도 하고, 현재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 나눠보고 여쭤보기도 합니다. 간단한 음악 활동만으로도 그들에게 새로운 예술을 소개하고, 어르신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열 수 있게 하는 것 같아요.
MC 07 / 네, 주민들의 관심사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음악으로 서서히 마음을 여셨군요.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실까요?
김유화 / 작년에 참여하셨던 어르신이신데요. 평소에는 우울감이 깊으셔서 집안 생활이 대부분이시고, 활동을 거의 하시지 않으시거나, 누워계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시간과 장소를 찾아와 주시고 눈을 지그시 감으시면서 음악을 감상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제 연습실로 나와 함께 가곡을 부르시기도 하고 동네 근처에 나오셔서 음악을 들으며 즐기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랑 함께 연주하며 가곡을 부르신 음성파일을 가지고 왔는데 한번 들어보실게요.
[인서트] 강인철 님 노래
MC 08 / 네, 노래 부르는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지는데요. 주민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보람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어떠세요?
김설 / 전체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동은 동네 예술가분들이 각자 이끌어가고 계세요. 서로 다른 주민 분들과 만나면서 있었던 활동 이야기를 SNS으로 함께 공유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제가 만나고 같이 활동하지 않았지만 예술가분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있고 주민 분들의 외로움을 조금씩 해소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늘 애써주시는 참여 예술가분들과 즐겁게 참여해주시는 주민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김유화 / 김설 선생님이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저 스스로도 제 영역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것들이 예술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대학교 시절 음악 공부를 하면서 제가 걸어가야 하는 길은 연주하고 무대에 서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음악이 사람과의 관계 특히 소외된 이웃들에게 음악을 통해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똑똑똑 예술가’가 지역에서 모든 사람이 예술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09 / 네, 마지막으로 ‘똑똑똑 예술가’와 같은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김설 / 핵가족화, 고령인구 증가, 젊은 세대 이탈 등 30년 넘게 살아온 영도구에 더 이상 사람이 없어 인구 소멸 도시가 되어간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영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지 않도록 서로가 느슨하게 연결되어 이웃이 되는 것을 꿈꿔봅니다. 여기에 더해져 영도구 안에 복지와 돌봄 관련 종사하는 실무자님들과 함께 소통하며 영도구만의 문화예술돌봄 체계도 안착시켜 문화도시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돌봄활동 등이 운영되는 것도 중요해요. 일상이 즐겁고 기대되는 매일을 영도 주민들과 함께 만들며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이 영도구 전역에 퍼져서 외롭지 않은 문화도시 영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MC 10 / 네, 오늘 따뜻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좋았습니다. 김설 씨, 김유화 씨 두 분 자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설, 김유화 /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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