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월 초록영화제]
할머니의 먼 집
<할머니의 먼 집>(DEAR GRANMA, 2015) ㅣ다큐멘터리ㅣ92분ㅣ한국ㅣ감독 이소현
“할머니, 내가 영화 열심히 찍을 테니까 다 보고 돌아가셔. 그 전에 돌아가시면 안돼”
이제 훌쩍 자란 나는 어느새 작아진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아흔 셋, 나의 사랑하는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취업준비를 하며 보내던 어느 날,
나의 가족이자 오랜 친구인 할머니가 먼 곳으로 떠나려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직 나는 할머니를 보낼 수 없어 곁에서 지키기로 했다.
관객과의 대화
진행자: 오늘 영화가 굉장히 웰메이드이지 않았나 생각이 드네요. 영화를 보시면서 할머니와의 기억이 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조부모와의 추억이나 기억이 각자 다르니깐 느끼는 점이 다를 것 같습니다.
관객: 저는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이었요.
저희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됐는데, 사유가 자살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절 뵐 때나 애살있게 굴었고, 평소에는 연락이나 왕래가 없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할머니에 대해 어떤 기억으로 추억해야 하는지, 할머니를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인지 복잡한 마음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유가 내 탓인 것만 같아서 죄책감이 들어요.
진행자: 우리가 나이가 들었을 때 어떤 심정일지도 생각나게 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서 감독의 외숙이 한 말 중에 "나이가 들면 오래 사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대화가 인상 깊었습니다. 내가 그런 상황이 되면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관객: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입버릇 처럼 빨리 죽어야된다고 얘기하시면서도 화분을 정성스레 관리하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죽어야지 하면서도 꾸준히 생명을 가꾸어 나가는 게 크게 와닿았어요.
진행자: 할머니가 젊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를 자주 반복하시는 모습에서 진짜 심정은 죽고싶지 않은게 아닐까.
죽어야지하는 말은 주위의 시선과 걱정때문이지 않을까. 그 나이가 되면 죽음에대한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느껴졌어요.
관객: 저도 할머니가 밭에 가시다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요양병원에 계신 모습을 못보겠더라고요.
저도 시골에서 태어났고, 할머니가 저를 태어날 때 받아줬고, 유대감이 있었는데,
할머니가 병원에 있는 피골이 상접해 있는 모습이 보기 좀 그랬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늙고 병들고 하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영화 속 할머니도 자식들은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하고, 손녀는 한쪽에서 죽으면 안된다고 잡고 있고, 할머니 심정이 복잡했을 것 같아요.
죽고싶은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때가 되면 간다고는 하지만 쉽게 갈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진행자: 할머니를 위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의 고민의 흔적이 영화에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의견도 존중하며,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감독님.
가족들이 굉장히 우애가 있는 좋은 집안인 것 같아요.
감독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야기하는 가족들의 의견에 대해 적대시하는 시선이 아니라 가족들의 마음까지 포용하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에서 할머니를 챙기는 분들이라는 걸 이해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빨리 죽어야한다는 말도 포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사회복지사라서 복지사 입장에서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봤는데, 사실 가장 좋은 것은 가족들이 돌보는 것이예요.
영화 제목에서 있듯이 일상에서 할머니를 돌보기에는 멀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케어를 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물론 할머니 본인이 가지고 가셔야 하는 삶의 무게가 있어서 쓸쓸하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적인 지표로 봤을 때 영화 속 할머니는 안전한 축에 계시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런 경우조차 안되는 노인들이 많아요.
관객: 저도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많이 울었어요.
저는 존엄사가 떠올랐는데, 이상적인 이별 방식인 것 같아요. 서로 이별의 시간을 가지는 것.
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도 안 받아들여졌어요.
서로가 이별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그런 시간을 두고 보낸다면 생을 마감하면서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별이라는 것이 적응이 되는게 아니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나마 좋지 않을까요.
진행자: 죽음이라는 게 꼭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디서 봤는데 노인들이 곡기를 끊고 죽음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관객: 외국다큐 중에 자신의 죽음을, 존엄사 과정을 담은 영화가 있어요. 저런 죽음도 괜찮구나 싶었어요.
관객: 요즘은 병원에서도 환자를 억지로 고통스럽게 살리려고 하는 것 보다 고통을 완화시키고 곁에서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어요.
관객: 남미 소설에서 봤는데, 남미 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육신만 사라질뿐 영혼은 곳곳에 살아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진행자: 감독이 할머니의 손목시계를 새로 사오는 장면에서 시계는 새로 사올 수 있는데 인간의 삶은 새로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할머니도 건강한 몸으로 살고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관객: 남겨진 사람들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예쁘고 아픈 영화였습니다.
남겨진 사람들. 저희 할머니는 10남매 중에 제일 맏이였는데, 자기 동생들 다 죽고 살아있는다는 것이 아픔이 얼마나 커질까.
저는 당장 집에 돌아가면 만날 사람인 할머니.
갑자기 할머니가돌아가시거나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어떻게해야 할까...
제 할머니와의 일상생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생활에서 느끼는 부분과 앞으로의 것들이 복잡하게 섞여서 보는 내내 따끔거렸어요. 올해 저의 인생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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