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달 6월을 앞두고 강렬한 반전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1940년~1945년 일본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한창이던 때,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고통받던 젊은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별다른 전투도 없이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가는 일이 계속됐던 75년 전 동부 뉴기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날 관객 중 한 분은 일본인 친구로부터 오늘 영화가 일본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충격적인 내용 때문인지, 대단한 인물이 나와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속에 저 남성이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 '오쿠자키 겐조'.
감독에게 작품의뢰를 했고, 자신의 행적을 찍어 달라는 요구를 합니다.
전쟁 당시 황무지였던 뉴기니에서 살아남은 이 병사는
자신이 살아남았던 시기에 두 병사가 탈영병으로 몰려 총살당한 사건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사건을 파헤쳐 나가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끝난 뒤 나눈 대화들은 상당히 심오했습니다.
실제 인물, 실제 상황에 대해서 해석 해보기도 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각자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점을 포스트잇에 적어봤습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빠찡코 알'
일본이 한창 전쟁에 나설때 히로히토 천왕은 자신을 신으로 칭했고,
자신의 모든 뜻과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 패한 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인간 선언'을 합니다.
전쟁에 동원됐던 사람들은 엄청난 배신감을 겪었을 것입니다.
오쿠자키 겐조도 이에 배신감을 느끼고 천왕에게 '빠찡코 알'을 던집니다.
이 행위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뒤로 겐조는 자신을 ‘신군’(神軍)으로 칭하면서 신의 뜻을 대변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체제가 잘못된 것이다'
두 병사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옛 동료들을 찾으러 갔을때, 침묵하던 동료에게 겐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들이 사람을 잡아서 먹는게 잘못이 아니라, 우리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이 만든 사람들이 잘못이야"
하지만 시스템에 강요당한 것은 맞지만, 시스템에 부역하게 된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 겐조는 분노합니다.
'전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흔히 전쟁이 끝나면 그 기억과 고통은 개인을 괴롭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겐조는 전쟁의 당사자들에게 끊임없이 진실을 이야기 할 것을 요청합니다.
일부 당사자들은 전쟁은 묻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잘못과 상처는 누구도 치유해줄 수 없는 것 처럼 보입니다.
관객 중 한 분은 "전쟁이 한번 일어난 일이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된다."라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식인의 공포'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반전을 말하기 위해서는 전쟁의 당사자 중에
식인 행위를 하고 온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 관객은 그걸 알고도 그 사람과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어떻게 지내야하나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식인과 가난은 한편으로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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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인물의 양면성, 특이한 방식의 영화 제작 과정, 일본 반전영화의 특징 등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새로운 고민과 답이 없는 질문을 남겼지만, 함께 보고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끝으로 전쟁 당사자의 대사로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 사람의 말에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요?
천벌이란 건 없어 나는 최선을 다했어
누구나 다 하지. 다 자기대로 사는 거야.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알기나 해?
우린 다 희생자야.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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