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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 손 안에 있소

local & community/미디어교육

by 미디토리 2013. 4. 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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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토토친구들과 네번째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눈이 예쁜 P군은 첫 수업 이후 쭉 보이지 않습니다. 빈자리를 보니 어김없이 아쉬움이 베어 나왔습니다. (P군아 돌아오거라, 선생님은 너와 악어거북이 얘기를 하고 싶단다!) 오늘의 주제는 '사진 합성과 화면의 확장'입니다. 어떻게 하면 토토 친구들이 화면 구성과 사진 앵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허 선생이 결단을 내리고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1. 사진, 내 손 안에 있소

사진이라는 매체를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진 합성' 수업의 첫번째 목표입니다.  감상자의 생각과 작가의 의도를 버무려 풍부하게 해석하는 연습을 하고, 나아가 메시지를 재치있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을 보며 일상의 화면에 어떻게 메시지를 표현하는 지 살펴보았습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들어선 CCTV나 떨어진 성조기를 재봉틀로 만들어 내고 있는 소년. 토토친구들은 이질적인 피사체를 골라내며 이것이 더해졌을 때의 의미를 유추했습니다. 가령, "함부로 꽃을 꺾어가지 못하게 감시카메라를 세웠다"며 이 작품의 제목을 '자연 보호'라고 붙이고, "아이한테 일 시키면 안돼요"라는 문제의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토토 친구들이 가장 열광한 사진. 선명한 노란색에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강아지가 진짜 강아지 같다며 뱅크시의 그림솜씨를 칭찬하기도 했고요. 높다란 담벼락에 나무 기둥과 새를 그려낸 작가의 재치에 아이들은 무척 재밌어 했습니다. 일상에서 스쳐보낼 수 있는 평범한 화면들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의 말주머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토론도 했는데요. 알약, 미사일, 해골, 동그라미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다음 시간에 뱅크시에게 메일로 물어보기로 다같이 결정했습니다. C양이 영어 작문을 맡기로 했습니다.


그리도 토토친구들이 실습을 했습니다. 스케치북에 여러 장의 사진을 자르고 겹쳐 또 다른 화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 사진을 만지며 흥미로워했습니다.



<살아있는 호수>, 박찬의


C군은 끙끙대며 한참을 가위질하더니 생수 광고 사진에 한복을 입은 여인네를 오려 붙였습니다. 마치 수영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렇습니다. 예쁜 언니가 백두산 천지에서 수영하고 있네요.


<신기한 고래의 세계>, 신채은


 동물을 좋아하는 C양은 역시 돌고래 사진을 골랐습니다. 고래 사진을 잘라 동굴 전경에다 잘라 붙였습니다. 자세히 보면 돌고래 위에 빨간 색연필 자국이 보이는 데요. 바로 와이파이를 닮은 '텔레파시'입니다.


"선생님, 돌고래는 텔레파시로 말을 한다는 데 텔레파시는 무슨 색깔이예요?"

"응? 텔레파시는 무슨 색일까...?"

"빨간색이예요?"

"그런가? 빨간색이려나..."

"와이파이처럼?"



동굴 윗 문을 열면 주루륵 빨간색 텔레파시를 보낸 곳이 드러납니다. 바로 돌고래의 친구 '귀신고래'에게 "다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동굴을 떠나 바다로 나간 귀신고래에게 돌순이가 말을 하고 있습니다.



<4월의 향기>, 박찬의


이 사진의 원본은 푸른 대나무 숲을 담은 것인데, A군이 마주보는 두 사람을 오려 붙였습니다. "이 좋은 곳에 사람이 없으니 허전해서 사람을 넣었다"고 하네요. 허 선생은 오늘도 감탄했습니다.


2. 화면 밖에는 무엇이 있을까?



허 선생의 꽃같은 시절적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같이 사진 밖의 세상을 상상했는데요, 어떻게 길이 이어지고 그 길에는 누가 서 있으지 마음대로 이야기를 꾸며냈습니다. "선생님 예뻐요!" 이런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작위로 사진을 골라 그 밖의 화면을 상상하며 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눈덮인 산맥은 커다란 구름과 새파란 하늘을 연장했고요, 인물의 전신을 표현하지 않을까 예상했던 인물 사진은 구석에 배치해 그 배경을 상상했더라고요. 나름 시크한 작가의 사진인데,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는 것 같다며 타일과 수건 선반을 그렸습니다. 


실습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많은 감각을 사용했습니다. 3월달 교육 중 가장 경쾌했던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한가지 실수는 토토친구들이 무척 즐거워해 2시간 연달아 수업을 진행했는데요, 다 마쳐갈 때쯤 한 친구가 다리를 배배 꼬고 집중을 못하더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허 선생은 아차 싶었지요. 앞으로는 꼭 쉬는 시간 10분을 지켜야겠습니다.  


글/ 허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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