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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 친구들과 36주간 미디어 공부하기

local & community/미디어교육

by 미디토리 2013. 3. 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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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새학기와 함께 어린이 미디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토성동에 있는 기독교 복지회관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초등학교 고학년 친구들을 만납니다. 토요일, 토성동에서 만나 '토토 친구들'입니다. 36주간, 그러니깐 9개월 동안 이 친구들을 볼건데요. 장기간 교육에 힘이 바짝 들어갑니다. 오늘은 1,2주차 수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첫 만남(2013년 3월 9일)

우선 교육장소가 무척 멋졌습니다. 높은 천장에 창문이 길게 달렸고, 그 창으로 텃밭이 내려다 보였습니다. 지어진 지 50년이 넘었다는 건물은 그 세월이 무색하게 나뭇바닥은 반질하고 유리창은 맑았습니다. 마치 창문을 열고 오영(송혜교)가 고개를 내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공간이 무척 좋아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픈 기분이었습니다. 


 

부끄러움 많은 5학년 P군과 씩씩한 C양, 그리고 똘똘한 A군이 우리의 학생입니다. 뇌구조 그리기를 통해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지,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수업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P군은 집에 함께 사는 동물들을 소개하며 그 예쁜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콩이, 나나, 튼이, 듀나라는 이름의 네마리 강아지가 P군의 머릿 속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요, 얼마 전까지 악어거북을 키웠다고 하는 데요. 이 악어거북이라는 것이 메기를 먹는 다고 합니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우리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씩씩한 S양은 색색깔의 색연필을 고르게 사용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태권도와 소설책을 좋아하고, 꿈이 많아 매일매일 장래희망이 바뀌는데 이날은 돌고래 조련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똘똘한 A군은 조근조근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고 지금까지는 선생님과 수업하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지금까지는..) 그래서 "수업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자리에 앉습니다. 이 친구 마음이 참 예쁜 데요, 청소부가 되서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듣는 순간 마음이 확 환해졌습니다. 분명 멋진 꿈입니다. 



  왼쪽부터 C양, P군, A군의 뇌구조. P군은 부끄러움이 많아 딱지로 접어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2. 미디어 개념 이해하기(2013년 3월 16일)

오늘의 수업 계획은 미디어 찾기 놀이를 통해 개념을 이해하고, 종류별로 분류하며 각각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초보 선생님은 파트마다 시간을 배분하고 깨알 메모를 통해 얘기할 것들을 정리해갔습니다. 직접 개발한 <미디어 카드 놀이>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카드놀이의 방법은 이렇습니다. 라디오, 신문, 수화 등 다양한 미디어 카드를 책상에 벌여놓고 한사람씩 마음에 드는 카드를 챙깁니다. 한사람씩 돌아가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의 특성을 하나씩 얘기하는 겁니다. 하나를 얘기하면 다음 사람이 자신의 패에 대해 설명하고요. 그래서 끝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막상 해보니 결과를 내기 애매해져 2라운드에 돌입했습니다. 2라운드는 한 사람이 한 패를 내면 옆사람이 그 미디어와 공통점이 있는 미디어 카드를 내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표지판과 신호등을 묶고, 신문과 책을 묶고,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연결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전달하는 미디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미디어',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미디어' 등 <미디어의 분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각자 마음에 드는 미디어를 골라 종이에 붙이고 기능과 그 특징에 대해 써보는 <나의 미디어 사전> 만들기 활동을 했습니다. A군은 컴퓨터로 '작업이나 게임을 할 수 있고, 마우스로 클릭을 하고, 내가 원하는 화면을 볼 수 있고, 정보를 찾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타자를 치는 느낌이 좋다며 뜬금없이 80년대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는데요. 이 친구의 정신연령이 참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는 80년대 노래를 듣고 각자의 느낌을 얘기해보는 보너스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쉬는 시간을 가진 뒤에는 <의미전달 놀이>를 했습니다. 선생님이 주는 제시어를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 표현해서 많이 맞추도록 했는 데요. 고양이, 김치 등 일상에서 쉽게 쓰는 단어였지만 몸으로만 표현해 그 의미를 전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A군은 붕어빵을 굽고 꺼내서 봉투에 담는 움직임을 선보였는데요, 선생님은 그런 단어를 쓴 적이 없는데 저 친구가 대체 무엇을 설명하려는 건가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수화'라는 단어를 '수확'이라고 이해해서 씨를 뿌려 수확하는 모습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후 미디어가 없다면 우리 생활이 어떻게 될 지 <상상일기>를 쓰는 걸로 수업을 마무리했는데요, 선생님이 예시로 든 걸 친구들이 그대로 적어 어떻게 하면 친구들의 상상력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 낼 수 있을 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좋아 4월달에는 사진수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남은 2주간 사진 이론 수업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 감수성이 뛰어난 친구들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까요? 기대됩니다.


글 / 허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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