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밤톨김은민
2020년에는 부산여성회와 두 편의 영상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부산여성회의 여성안전챌린지 사업을 두 가지 컨셉으로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이었는데요.
부산여성회에서 2개조를 만들어서 2개 영상을 각각 기획회의를 진행했습니다.
2번의 공식적인 만남과 수없이 많은 내용을 주고 받은 결과, 혼자보기 아까운 여성안전챌린지 영상이 제작되었습니다.
영상 제작 과정은 맡겨 두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
사실 부산여성회 뿐만아니라 영상 의뢰가 처음이신 분들은 대부분 어떻게 피드백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워하십니다. 부산여성회 제작 사례를 통해 어떻게 주제를 같이 접근하고 피드백 과정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공유하려고 합니다.
사실 주제가 잘 드러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영상제작자와 자주자주 소통하고, 원하는 방식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주고 받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회원분들과 2차례 기획 회의를 가졌고, 첫 번째 회의에서는 어떤 영상을 제작하고 싶으신지 들어보고 주제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제작 스타일로 작업 하면 좋겠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1조는 평범해 보이는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여성 혐오가 얼마나 많은지 조사하고 민원까지 재기해서 바꿔나간 여성회의 마을안전지킴이 활동을 잘 부각할 수 있는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1차 기획회의를 토대로 스토리보드를 작성하여 보냈고, 생각나는 이미지를 추가로 받았는데 막상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이미지들이 많았습니다.
활약상을 담은 사진 자료는 한글 파일에 같이 들어 있어서 원본 사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파일 이미지를 잘라 사용한다고 해도 해상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내용 중심으로 다시 1,2차 피드백을 주고 받고, 활동 사진은 다시 찾아서 보내주시는 걸로 하고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활동한 내용들이 잘 들어날 수 있도록 내용별, 활동 그룹별로 카테고리를 지어 활동 사진들을 다시 요청하였고 제작 중간에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던 사진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보드를 주고 받고 내용을 가다듬어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제작과정에서 내레이션 대본은 부산여성회 회원분들이 여러 차례 수정해서 나온 문장들입니다. 정말 쉬운 게 없습니다.
직접 활동한 내용이라 정확한 단어나 년도별 활동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거든요.
저는 가이드와 내용순서를 작성해서 보내고 다시 대본 수정은 여성회 회원분들이 거쳐 시나리오가 완성됐습니다.
사실 구성안과 시나리오 작업 단계가 잘 나올 수록 편집이나 촬영은 오히려 쉽게 진행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1조의 경우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이미지나 사진 자료. 그리고 주제를 맞춰 나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막상 촬영과 편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2조의 경우는 여성안전챌린지 활동을 한 마을지킴이 다섯 분들이 직접 출연해서 토크 방식으로 활동을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유튜브 영상처럼 각자의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해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다섯명의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원포(원포인트 타격)
뚱딴지: ....
불소(불타는 소통)
대파(XXX 파이터)
소리(소리질러)
캐릭터 이름과 의미는 출연자분들이 직접 고민해서 짓고 대본도 직접 작성했습니다. 기획회의 이후 저와는 별도로 또 만나고 대본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셨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대본의 내용을 보고 주제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드리고, 또 다시 대본 수정을 거쳐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자, 촬영은 두 팀다 금방 끝났습니다.
1조의 경우 자료 화면이나 영상이 부족했기 때문에 회원분들과 반나절 정도 활동을 촬영하러 나갔습니다.
부족한 영상이나 자료는 직접 촬영으로 보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2조의 경우는 다섯 분이 출연해서 수다를 떠는 영상이라 사운드가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화면 구성안 한 앵글로만 편집이 되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카메라를 3대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또 모니터링 사진이나 내용들이 저작권이 문제가 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자막으로 넣었고, 자주 소통하면서 사진과 내용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피드백을 주고 받을 때
1차로 가편집한 영상을 먼저 보내드리고
영상을 보신 후 자막이나 장면 순서, 사진 이미지 사용 및 교체 여부를 판단해서 다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1조의 경우 1차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을 거친 뒤 영상의 길이와 내용이 확정이 되고 나서 나레이션 작업 여부를 결정했는데요.
가편집을 보고 나서 나레이션이 어울리는지, 판단할 수 있을 거 같아 이 부분은 열어두고 작업을 했습니다.
대본부터 가편집 수정, 나레이션 확정까지 사실상 2달 가까운 기간동안 여성회 회원분들은 별도로 만나 소통하고 수정하는 회의를 거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고
그리고 "영상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하소연 하셨습니다 ㅜ
2조의 경우는 촬영전 대본 리딩과 연습을 따로 만나서 여러 차례 거치셨습니다.
유튜브 영상처럼 유쾌하면서도 정보를 주는 영상 컨셉으로 제작이 되었고, 편집 과정에서 약간의 영상 길이 수정을 거쳐 마무리 되었습니다.
명확하게 컨셉을 잡고 들어가도 회의 과정에서 수정되고 다시 자료가 바뀌는 경우도 있는데요~
대게는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대본 과정이나 스토리보드 확정 과정을 길게 잡고 갑니다.
그러고나서 수정은 스토리보드를 다시 엎는 수정이 아닌 동의된 하에 진행된 것이니 자막이나 자료 수정 등을 거치게 됩니다.
클라이언트 분들은 피드백을 주실 때, 전문 용어를 쓰면 알아듣기 어려워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필요하신 부분들은 어려워 마시고 바로바로 모아서 요청해 주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래야 결과물을 빠르게 수정하고 보완해서 원하는 결과물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이 번의 경우 제작지원을 한다는 마음으로 기획부터 수정 피드백까지 열어두고 계속 수정 보완해서 진행한 작업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부산여성회의 여성안전 챌린지 영상이 많은 분들과 공유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이 있었고, 작업 과정에서 일상 생활 속 여성 혐오가 얼마나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본 중에서 여성 혐오와 관련된 사연, 일부분을 옮겼습니다.
“오빠 우럭사줘” 문구가 여성혐오라는 사실을 몰랐다가 안전사업 교육을 듣고 알게 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용기 내어 가게사장님을 찾아가서 이거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고 여성들이 불편해 할 거라며 철거해달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자기도 딸 키운다고 뭐가 문제냐고, 손님들이 재미있어한다고 하셨대요. 그래도 마을지기분이 지금 시대에도 맞지 않으니 철거 해 주면 좋겠다 했더니 세상에나, 오빠 우럭 사줘가 누나 우럭 사줘로 바뀌었데요."
지금까지 두 달동안 부산여성회와 같이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오고 간 대본과 작업 과정을 소개했는데요
영상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 다같이 외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부산여성회 클라이언트 한마디 (전 괜찮습니다^^또르르)
은민씨가 넘 힘들었겠다…생각을 다시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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