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Graduation, 2018) ㅣ다큐멘터리ㅣ114분ㅣ한국ㅣ감독 박주환
“2009년 내가 다니던 상지대는 사학비리 구재단이 복귀할 수 있다는 소식에 투쟁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그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나는 휴학을 했다. 이후 사학분쟁조종위원회는 우리대학 이사회에 비리로 퇴출된 구재단을 복귀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나는 유튜브를 통해 그 결정에 분노하며 울부짖는 한 학우를 보았다. 만난 적은 없지만 나와 같은 학번 승현이었다. 구재단 김문기 전 이사장을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와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나는 투쟁의 중심에 있었고 졸업생의 신분이 되었지만 학교를 떠날 수 없었다”
2019년 5월 초록 영화제는 박주환 감독의 <졸업>과 함께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까지 맞서 싸운 학생들과 그를 담은 카메라가 있습니다. 가르침을 받고 학문을 배우러 간 학교에 교수님이 보여준 모습은 권력에 굴복하는 모습...도대체 학교라는 곳에서 학생은 어떤 존재인지,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상영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에서 진행하여 더욱 뜻 깊었습니다. 지금 분회는 강사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하는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학 안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함께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감독님을 초청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며 후기를 나누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은 감독과의 대화 내용입니다.
관객1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데 정상화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졸업 축하드립니다!
투쟁 이후에 졸업생으로서 학교 문제에 관여하고 카메라를 들고 계시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신 것 같은데 이후에 감독님의 삶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졸업 못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졸업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 들었습니다. 학생들이 고생도 많이 했고 스스로 일궈 낸 결과라 더 자랑스러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후배들도 좋은 선배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것 같습니다.
관객2 이 일의 이전과 이후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살다보면 알게 모르게 형성되는 가치관, 환경으로부터 얻게 되는 기준선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집니다. 기본 전제나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며 감독님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본인의 가치에 대해 기준선을 어디에 두는지가 궁금합니다.
감독 이전엔 그저 시스템에 따라 가고 나의 의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고 투쟁에 결합하며 나의 판단에 따라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또, 가장 큰 것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해졌습니다. 학생들끼리 서로를 믿으며 투쟁하는 동안 신뢰라는 감정이 많이 쌓이고 이에 나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자그마한 실천에 힘을 많이 받았고, 그 속에 신뢰가 많이 쌓였습니다. 사회적 지위, 권력, 부, 사회적배경이 그 사람의 인성을 대비해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로 인해 어른을 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관객3 대를 이어 총학생회들이 투쟁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감독 처음에는 전통이 깊은 상지대라 아는 선배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아서 눈치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으로 뽑힌 회장인 만큼 학생들과 한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컸고 서로를 지지하는 마음들이 계속 쌓이니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관객4 ‘한걸음이 세상을 바꾼다.’
반성과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저도 영화에 나오는 학생들과 같은 학생인데, 우린 너무 큰 부분만 논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고 작은 부분은 돌보지 못 하는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늦게라도 이렇게 영화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사회를 더 넓게 봐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관객5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눈물도 났습니다.
학생들은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교수님들은 무시하는 태도와 무표정함이 정말 물어뜯고 싶었습니다.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돈이 많고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할 순 없구나...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모습에 눈물도 났습니다.
관객6 이후 구체적인 학교상황은 어떤가요?
감독 연구실에서 퇴출될 뻔 했던 교수님은 총장이 되셨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신입생이다 보니 우리가 한 투쟁의 역사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아쉬운 점은 아직도 학생들의 의사결정 비율이 턱없이 낮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경험해본바로, 총학생회 임기 시절에는 학교상황에 대해 100% 다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졸업할 때가 되면 빠삭하게 알게 됩니다. 이런 시간적, 구조적 문제로 인해 교수들과 1:1로 맞섰을 때 학생 측이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학교의 일에 더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측에서 하는 회의자리에 한번이라도 가보면 감이 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사학비리를 몰아내자, 내쫓자!’가 아닌, 새로운 학교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관객7 언행불일치, 그들만의 놀이터
학생들의 배움터에서 왜 그렇게 하는 지 화가 났습니다. 또, 사회생활,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관객8 투쟁 중 제일 힘들었던 것과 개인적 힘듦을 감수하고도 계속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감독 '말싸움하면서 내가 얻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학우들이 투쟁하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습니다.친구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도 컸습니다. 처음부터 시민사회를 바꾸고자 시민단체로 가고싶어한 친구들이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취업을 하고 싶었던 친구들입니다. 그저 학교의 문제 때문에 열심히 싸운 사람들. 하지만 ‘그래서 뭐가 남았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우리의 (열심히 투쟁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젊을 때 열심히 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우리 모두 열심히 살았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계속되는 질문과 그것에 대한 고민들이 힘든 것 같습니다.
관객9 기록으로 남긴 이유와 의미가 궁금합니다.
감독 이 기록은 마치 꼰대처럼 ‘우리 땐 이랬는데 말이야~’라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말이 아닌 직접 보여주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걸 언제까지 찍어야하나?' 하는 고민은 있었습니다. 근데 찍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고 저는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포기해버리면 내 인생에서 포기한 무언가가 생기니 그게 싫었습니다.
관객10 ‘절차를 거쳐야지’
영화를 보며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소수이고 약자일 수 있는 데 절차를 밟으라는 게 어떻게 보면 학생들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11 졸업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힘을 얻습니다.
관객12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되시나요?
감독 이 영화는 나의 재능으로 만든 영화라고 보지 않습니다. 다함께 만든 영화라고 봅니다. 그래서 영화를 계속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나 스스로에게 바라는 모습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나이, 미래, 장래 등 여러 가지의 이유로 영화에 대해 계속 고민중입니다. 하지만 젊었을 때의 열정적인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어떤 활동으로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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