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초록영화제 후기]
<폭력, 그 이후의 삶> 새로운 방식으로 다룬 성폭력서사
10월의 초록영화제는 COMMUNITY BIFF 상영과 더불어 어느때보다 풍성하게 이뤄졌습니다.
정기 상영회에서는 <폭력, 그 이후의 삶>이란 이름으로 성폭력 피해 이후의 삶을 조명한 3편의 단편 영화를 묶어 소개했는데요.
이 상영작은 제 11회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3편의 영화는 기존 미디어에서 접한 성폭력 사건을 넘어 그 속에 놓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줄거리>
#1 〈김장〉 연출 이다나 | 픽션 | 19분 | 2017
11월의 어느 토요일. 김장을 하기 위해 시골 외갓집에 가족들이 모였다. 바쁜 아빠를 대신해 엄마와 함께 일손을 도우러 온 영주. 영주는 배추를 확인하러 나섰다가, 십 년 만에 외갓집에 방문한 이모 남편과 맞닥뜨리고 만다.
#2 〈손의 무게〉 연출 이수아 | 픽션 | 33분 | 2017
여고생이 육교에서 떨어지고, 바로 앞에서 남자친구가 그 모습을 목격한다. 소녀의 죽음엔 가해자가 없다.
#3 〈미열〉 연출 박선주 | 픽션 | 36분 | 2017
은주는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평온하던 어느 날, 불현듯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들의 삶을 뒤흔든다.
<관객과의 대화>
영화 속 상황, 대사들이 자연스럽게 현실에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관객들의 인상적인 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그렇게 입고 다니니까 당하지’
어떤 성폭력 사건이건 피해자를 탓하는 말들이 있다. 영화 속 피해자를 보면서 나도 과거에 피해자를 탓하는 그런 말들을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됐다.
-왜 소리 조차 내지 못할까, 끝까지 폭력적이네
극단으로 치닷는 데이트 폭력 상황을 보면서 피해자가 어느 한 구석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갑갑한 현실에 짜증이 났다.
-미세한 파열의 발생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사실(가령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나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서로 정리할 시간들이 필요해보인다.
성폭력 사건 앞에서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나름을 알게 되었다.
남자로 자란 세월과 여성으로 자란 세월 사이의 간극이 드러난다. 미열이 남아있는 것처럼 끝난 것 같아서 갑갑했다.
-가해자, 방관자 그 한끗 차이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영화를 보는 우리도 어느 지점에 있을지 모를테죠.
피해 이후 혹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리 ㅣ 정유진(미디토리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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