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월 초록영화제 후기]
나의 몸은 나의 것! 그녀들의, 우리들의 본격 '생리' 탐구 다큐
<피의 연대기>
9월 초록영화제에서 만난 영화는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 입니다.
<피의 연대기>를 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쉬워하다가 초록영화제 상영소식을 듣고 찾아온 새로운 관객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생리에 대한 남성관객과 여성관객들의 다양한 생각과 궁금증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들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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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이야? 그거있어? 그날이야?
그거=생리, ‘그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던 단어
그동안 정작 나 자신은 생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지는지 돌이켜보니 그런 대명사들을 많이 썼던거 같다. “그거있나?” 라고 물어보는 이유는 뭐였을까? 심지어 여자들끼리도 그렇게 얘기했었던 것 같다. 우리들끼리도 생리에 대해 말하는게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던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그거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생리는 늘 갑자기 터지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 같다. 중고등학교 때는 특히 불규칙하니까 그래서 주변에 물어보고 찾게 될때가 많다. 빌려달라고 하면 대부분 빌려준다. 늘 들고다니는 누군가가 있는건 아니니 다른 친구들에게 늘 물어봐야한다. 선생님에게 말하는것도 부끄럽고 양호실가는 것도 부끄럽고 처음부터 계속 부끄러워서 그런지 쭈욱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감독님이 머리에 카메라를 차고 혈을 보여주는거 보고 놀랬다.
2.
생리에 대한 교육
-학교에서 워크숍을 하고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는 장면에서 남녀공학인 교실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분위기인거같다. 나는 남학교만 다녀서 아예 이야기 나올 일이 없고 전혀 몰랐던거 같다. 성교육 때도 남학생들에게 생리에 대해 말안해줬었다.
-여학교에서는 탐폰에 대해서도 여학생들에게 안가르쳐주고,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만 가르친다.
생리대에 대한 정보가 선생님들에게도 없었을거 같다. 피임에 대해서는 배웠지만, 생리대에 대해서는 말안해주셨다.
다큐 속 등장하는 교사들도 모르고 있는 것을 봐도 교육을 통해 알기는 힘들지 않을까?
-가정에서도 자녀에게 상세히 알려주는 엄마와 그렇지 않은 엄마, 편차가 있었던거같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화장실에 생리대를 더럽게 버린다고 혼내시며 처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은 기억난다.
뒤처리는 자기가 알아서 잘 하라고 꾸짖으셨던 선생님이 기억난다.
3.
너무나 생소했던, 소외된 그녀들의 역사
-일본과 중국의 전설, 생리대의 발전, 계층과 국가별 차이 등 영화를 보면서 너무 생소하고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았다. 24년동안 남, 여와 함께 살았지만 처음듣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사실상 (이런 정보들로부터) 격리되어 살아온거같다. 중국그림 나온 부분 경악했다. 생리를 죄처럼 표현하는 장면들. 그러한 역사적 현실이 경악스러웠다.
지난 수천년간 인류역사 기간 동안 늘 왜 남자는 함께 연구해주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주지 못하고 여성만의 싸움이 되었는가? 자기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남성들.여성의 몸 자체가 비밀시, 터부시 되는 바람에 남성 대부분이 생소한 느낌을 체험하게 되는 것 같다.
-수많은 인류들이 생존하는 동안 이 작업들이 왜 매끄럽게 안되다가 왜 요즘에서야 화두가 되었을까?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밑창을 활용한 사연을 접하면서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휴지를 쓰듯이 늘 필요한 물건인데
왜 계층에 따라서 가정형편에 따라서 생리대의 퀄리티가 달라지는가? 사회제도나 정책이 시급하겠다.
-생리대의 역사도 처음 듣는 생소한 이야기들이었다. 이런 영화를 공중파에서방송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신체를 해석하는 부분은 꼭 남성들에게만 생소한 문제는 아닌 거같다. 여성들에게도 생소한 문제 아닐까? 상식적으로 알아야할 역사가 아닐까 싶다.
공중파에서 꼭 보여줬으면 좋겠다.
4.
영화를 만든 사람들
- 음악감독을 제외하고는 전 스텝이 여성들이라고 한다. 제작비가 1억6천정도 들었다고…감독은 카드돌려막기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함. 참여한 스텝들에게 노동의 댓가를 다 지불하다보니 부담이 컸던거 같다. 최근까지도 빚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이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도 출간했다고 한다.
5.
생리컵의 경우
- 2년 전인가 여성단체에서 하는 행사를 갔다가 생리컵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딸에게도 권했는데, 안쓰더라. 생리대가 흔하고 구하기 쉬워서 그걸 계속 쓰는건지 이유가 궁금했다.
- 나는 생리컵을 쓰고 있다. 생리한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로 편하다. 생리혈을 꺼내서 확인할 때 뭔가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굳어있지않고 찰랑거리는 걸 생리혈을 봤을 떄 처음에는 적응도 어렵고 두려웠다. 예전에는 탐폰을 쓰기도 했지만, 쇼크가 왔었다. 그런 경험때문에 두렵기도 했는데, 생리컵은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두려움에는 많은 요인이 있겠다. 여성의 몸을 스스로 만지는 것조차 힘든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생리컵은 개인적으로는 한 번만에 성공했지만 두번째 사용할 때는 또 다른 이유로 힘들었다. 세번째 네번째 사용부터 괜찮았다.
-생리컵을 쓰면 피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면생리대나 생리컵의 경우 처음에는 비용이 좀 든다. 면생리대는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귀찮으니까 부담스러운거같다.
- 생리컵을 사용하려면 자신의 자궁경부길이를 체크해봐야하는데 그래도 잘 모르겠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 살 때 실패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럴 때 다시 사서 시도해보기에는 학생들에게는 부담이다.
- 친구가 해외에서 직구해줘서 사서 쓰고 있다. 딱 한 브랜드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만 살수 있고 네이버에서 한 종류의 생리컵을 살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모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생리대는 확실히 화학물질 때문에 냄새가 심하다. 탐폰도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화학물질 때문에 몸에 안좋다고 알고 있다. 사람마다 탐폰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생리컵이 생활하면서 가장 잘 맞았던거 같다.
6.
‘생리, 임신 그리고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생리주기에 문제가 생기면 임신에 대한 걱정을 하는지 궁금했다. 왜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고민을 미리 하게 되는건지 궁금했다.
-다낭성 증후근 진단을 받은 여성 유투버가 있다. 그 여성분은 아이를 못낳을수 도 있다는 것에 눈물을 흘리더라.
교육을 그렇게 받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입원을 하는 도중에도 자신의 건강보다 임신을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다. 여성은 임신을 해야하는 존재로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자기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외부에서 먼저 너 아이 못가지는거 아니냐고 물어본다.
- 가임기여성 할인해주겠다는 어떤 기관의 이야기, 어느 정부기관의 가임기여성지도, 어느 나이대의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시선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임신을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것 같다. 더구나 진짜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이러한 시선과 잣대는 충격과 공포일수 있다.
7.
우리는 모두 피에서 태어나 피로 산다. 개인적인 지병으로 어지러움증이 있다. 어지러움에는 단계가 있는데, 몸에서 보내는 신호 1단계는 병원 처방약을 먹는 것이고, 잠이 엄청 온다. 불쾌하고 하지만 어지럽지 않다. 2단계는 누워있어야한다. 3단계는 마치 지옥을 경험하는 것처럼 누워도 어지럽고 서있어도 어지럽고 비틀거린다. 처음에 속이 안좋아서 그런가 싶었다. 이런 어지러움증은 여성들의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응급실 실려갔을 때 들었다. 이 다큐를 보면서 여성들은 어른이 되어 폐경이 될때가지 불안속에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타자성을 계속 느낀다. 어지러움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패턴을 파악하고 싶지만, 날씨가 흐려도, 날씨가 좋아도 찾아온다. 스트레스를 받든 안받든 찾아온다. 나는 겨우 1년정도 불쾌하고 불안한 상태를 경험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평생 이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느낀다는 것에서, 나는 이 증상을 ‘병’이라고 말할수 있지만,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여성들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8.
<피의 연대기>음악에 관하여
- 이 영화의 음악이 좋아서 확인해보니, ‘김사월과 갓푸른하늘’ 이 영화음악을 담당했더라. 이 영화 정말 힙한 영화 맞구나 생각했다. 오프닝시퀀스에 나온 음악도 너무 좋았다. 재미있게 봤다.
*포크듀오 김사월X김해원의 멤버이자 영화음악감독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김해원이 영화음악을 맡았고, 김사월, 곽푸른하늘, 박정우가 코러스로 참여했다. ‘김사월X김해원’의 또다른 멤버이자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 수상에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2016년 정규앨범 <어제의 소설>을 발표하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곽푸른하늘, 제비다방 씨티알사운드 소속 싱어송라이터 박정우, 이렇게 세명의 여성이 흔쾌히 참여의 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하모니는 영화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상징적인 목소리가 되었다.
9.
남성의 젠더의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하여
- 조금 아쉬웠던 거는 이 영화에 남성의 관점이 좀 더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배제된 건 알겠는데, 남성의생각도 담겼다면 좀 더 풍성하게 담기지 않았을까? 그런 걸 남자들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남중,남고를 나온 사람들은 교육의 폐쇄성 때문에 인식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최근에 남녀공학이 많아져서 예전에 비해서는 성의식이 좋아지는거 같다.
- 남중, 남고 나온 사람들이 군대를 갔다오면 의사소통이 더 힘들더라. 군대를 다녀온사람의 젠더의식도 다르고
막 제대한 친구들은 더 그렇다. 개인적으로 남중을 나왔는데 선생님도 다 남자 선생님이고, 교장, 교감 모두 남자였다.
계약직 여자선생님이 소외 당하는게 눈에 보였다. 그러한 환경에서 남학생들은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가지기 쉽고 여성에 관한 환상과 판타지가 생긴다. 한편, 생리를 비위생적이라는 관점으로 말하던 선생님이 기억난다. 중학교 때 미술선생님이셨는데, 청소 안하면 여자생리 냄새가 난다고 말씀하셨던게 아직도 기억난다.
10.
나의 몸, 나의 것
생리대 무상제공은 공짜가 아니라 사랑이고, 관계이자 참여다.
- 생리대 무상은 공짜의 개념이 아니다. 사랑이다. 관계와 참여의 문제이다.
- 저소득층 아이들이 공짜 좋아해서 그들에게 제공하는게 아니지 않은가.
- 한양대에서 생리대 무상제공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여학생 당사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정리 | 지선(미디토리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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