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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록영화제]애니메이션<페르세폴리스>, 이란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

film /독립영화 리뷰

by 미디토리 2016. 8. 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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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록영화제] 애니메이션<페르세폴리스>






무더운 날씨에도 다양한 분들이 초록영화제에 소중한 발걸음 해주셨습니다.
이번달은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았는데요.
빈센트 파로노드 감독,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페르세폴리스(Persepolis, 2007)>라는 작품입니다.
이란에서 태어나 이슬람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 시기를 겪은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의 성장기가 담긴 일러스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린시절 감독 자신의 눈에 비친 이란 조국의 모습, 이데올로기적 상황들은 작품 속에서 
강렬한 흑백 이미지로 표현되어 주인공 '마르잔'이라는 한 소녀의 삶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억압, 차별, 자유를 향한 갈망, 사랑과 시련, 방황 등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르잔'의 성장통을 이란의 역사와 함께 그려낸 수작(秀作)입니다. 




( <페르세폴리스> 스틸컷 /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
















관객과의 대화 


진행자: 원작 만화를 예전에 봤었어요.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보니깐 독특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속 주인공이자 감독의 어린시절인 '마르잔'이라는 소녀가 여성으로서 겪는 억압과 차별을 보면서 저도 일상에서 여자로 살면서 겪는 이유없는 편견이나 차별을 받은 경험들이 떠올라서 그런 이야기를 초록영화제에서 나누어 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이 영화를 선정했습니다.  

관객: 이야기 포커스가 한 군데 있는 영화는 아니었고, 이란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한 소녀의 삶의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보여준 작품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많이 몰랐었는데, 영화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네. 저도 이란에 대한 정치적 상황은 잘 모르니깐 섣불리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저 안에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은 사회에서 겪는 차별인 것 같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안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성이다 보니 여성이 겪는 차별이나 불편함에 대해서 완벽하게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저 또한 앞으로 살면서 어떠한 사회적, 인종적 차별을 받게 되는 경우가 되면 이 영화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진행자: 영화 장면 중에 이웃아주머니가 차도르를 안써도 되는 상황인데 남성이 들어오자 차도르를 급히 쓰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왜 차도르를 쓰냐는 질문에 이웃아주머니가 여자는 이래야 된다고 배웠다는 대사 등 어릴 때부터 사소한 것에서 여자가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이 영화 구석구석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 꼭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하는 것 처럼, 불편한 속옷이 마치 차도르 같다는 생각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관객: 우리는 차도르를 씌우지는 않지만 성폭력 사건이 있을 때 여성의 옷차림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정권의 목적과 이슬람 종교가 결합된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을 억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가 한 소녀의 성장과 시대적 배경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 '마르잔'의 삶에서 몇 번의 해외유학이나 생활에서 '노동'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인공 집이 부유층이라는 추측이 드는데요. 이런 점에서 만약 감독 본인의 개인사를 통해 동시대 사람들의 보편성을 말하고 싶은거였다면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 물론 개인의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여자가 이란에서 거의 쫓겨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보편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오히려 역사의 무게에 압도되지 않고, 개인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와 이야기하는 부분이 더 와 닿았습니다. 

진행자: 영화 속에 묵직한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녹아들어 있는데요. 그에 반면 영화 컬러는 아주 단순하게 흑백톤을 사용한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관객: 저도 흑백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게 눈에 띄었는데요. 두가지의 색상이 마치 억압하는 사람, 억압받는 사람을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학교에서 주인공 '마르잔'이 교육을 받는 장면을 보면 학교선생님들이 정형화되고 틀 안에 갇힌 역사를 가르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걸 보고 한국의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떠올랐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프레임 안에서 억압받으며 살아가는 게 우울증을 불러올 만하다 싶기도 했고요. 다양한 삶을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한데, 창조혁신을 말하면서 건물 하나 지어놓고 그 안에서 한 번 해봐라 이렇게 하는 우리나라 현실이 이란과 다를바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자유'가 억압 당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주인공 '마르잔'은 어린시절 부터 이슬람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으며 이데올로기, 문화, 국적, 성별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억압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금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자유'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르잔'이 어린시절 친구들과 '고문' 놀이를 하며 선과악을 나눠서 서로 괴롭히는 장면이 충격적이었는데요. 어릴때 겪는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나 단편적인 상황들이 아이들의 행동에 극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시사하는 점이 많았습니다. 

관객: 저는 '마르잔'의 할머니가 소녀에게 말한 대사가 인상깊었습니다. "세상엔 상대를 비꼬고 복수하는 것만큼 나쁜 건 없으니까... 언제나 네 존엄성을 잃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라." 이 말이 소녀에게 있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유를 찾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되었지 않나 싶습니다. 


진행자: 영화가 관객에게 설득을 강요한다기 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성장해가는 부분에서 질문을 많이 던지게 하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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