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후기] [1월 초록영화제]
2017년 특별상영회 <부산, 사람> 3부작
<만덕5지구 주민들의 외침>
만덕5지구는 과거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강제이주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다. 그런 주민들에게 주거환경개선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번 부당한 주거권 위협이 닥쳤다. 만덕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미디토리협동조합 제작 / 김은민 연출 / 2016 / 12분)
<모래톱 사람들>
강서는 흔히 '김해평야'라고 불리는, 비옥한 농토가 넓게 펼쳐진 곳이었다. 2014년 그린벨트가 대규모로 해제 되면서 공장과 창고가 난립해 옛 정서를 잃어버린 그곳 풍경을 담았다. (미디토리협동조합,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제작 / 김은민 연출 / 2016 / 27분)
진행자: 저도 예전에 농성하고 계실때 현장에서 하룻밤 지내기도 했는데, 그때 너무나 고생하고 계신 모습을 봤습니다. 지금 현재 같이 투쟁하신 주민 분들 근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최수영: 지금은 다 철거돼서 뿔뿔이 흩어졌고, 집이 하나도 없는 상태입니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악착같이 했는지... 제일 원했던건 내집 그대로 그 터에 살겠다는 거였는데... 사실 원래 그 마을 형태가 옛날 시골마을처럼 누구나 평상위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도시마을 형태였습니다. 전국에도 이런 형태는 찾아보기 힘들겁니다. 그런 마을 형태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주거환경개선사업의 대상지역은 도로환경이 굉장히 열악한 그런 지역인데 사실 만덕은 그런 대상지역이 아닌 환경이 좋은 마을이었습니다.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요구도 했습니다. 그러나 LH공사 입장에서는 그 땅이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강제로 집행을 해버린거지요. 힘의 논리,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만덕이 망가진 거지 우리 주민들의 공동체의 힘이 약해서 무너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객: LH공사가 불법, 탈법을 저지르고 강압적으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했는데 대법원 판결 내용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최수영: 크게 두가지 조건에서 위반을 하였습니다. 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민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둘째, 주택불량률이 50퍼센트 이상이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필요한데, 두가지 다 위반을 한 겁니다. 주민동의가 불충분했는데도 법원에서 통과되었고, 주택불량률 조사는 전문가가 정밀히 조사해야하는데 만덕의 경우는 조사당사자가 동네 아주머니들이었습니다. 일반사람들은 집의 구조를 아는 건 아닌데 그 말도 안되는 조사를 북구청이 인가를 했습니다. 불법, 탈법이 눈으로 다 확인이 됐는데도 재판부에서 통과되었습니다. 마지막 대법원까지 상고를 했는데 딱 한줄 기각한다는 내용으로 끝났습니다. 행정대집행 이야기가 나오자 우리는 이 사안을 많이 알리기 위해 투쟁을 했고, 마지막 방법으로 철탑을 세웠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감독: 사실 철탑을 세울 당시 용산참사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혹시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진행자: 마침 이번달이 용산참사 8주기가 되는 날인데, 그때 철탑농성 하시면서 힘들지 않으셨나요?
최수영: 얼마전에 <공동정범>이라는 다큐를 봤는데, 사실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 보다 주민간의 생각차이, 갈등에서 오는 감정의 골을 푸는게 어렵다는걸 느꼈습니다. 우리 만덕도 주민들간의 서로 입장차이가 있다보니 켜켜이 쌓여서 아직 풀어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감독: 제가 부산에 많은 지역을 다니진 않았지만 다큐에 나온 세 지역의 주민들이 터를 잡고 살고 있는데 끊임없이 외부압력이 들어오는 경우를 보면서 해운대와 비교했을때 과연 소위 잘 사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렇게 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쇠퇴율이 높은 지역의 원인들이 전혀 원주민들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나 잘못된 사업의 문제때문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강서지역은 전혀 도시정비 조차 안되어있고, 주민분이 하신 이야기처럼 똑같은 세금내고 있는데 우리는 늘 소외당하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말이 와닿는 것 같습니다. 이런 다큐멘터리 작업들이 지역주민, 우리 입장을 표명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저같은 경우는 '우리 동네'라는 개념이 없이 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사실 잘몰라요. 이웃간의 별다른 교류도 없고요. 그래서 만약 우리 동네에 저런 재개발 같은 일이 생기면 그 정도의 투쟁, 저항을 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마을에 살고 계신분이 있으신가요?
관객: 사실 제가 살고 있는 동대신동 산복도로가 만덕지역보다 더 불편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나중에 쫓겨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늘 있습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게 왜이렇게 힘든지... 내가 저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그런 걱정이 듭니다. 저는 다큐를 보면서 궁금한게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반대한 분들 외에 찬성하신 분들은 어떤 입장이었는지요?
최수영: 주거환경개선사업 진행 공고 나왔을때 주민동의서 받는게 통반장들이 받았는데 이 집 내놓으면 아파트 한채 나온다 이래서 주민들이 동의를 했습니다. 집이 낙후된 상태였으니 막 도장을 찍어줬는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LH공사 부채가 많아지면서 사업이 중단되고 하다 보니 결국 주민이 받는 보상가가 시세에 맞지 않았습니다. 2008년 보상가로는 2011년도에 아파트 전세도 못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실보상해달라고 하니 우리보고 돈을 밝힌다 욕심이 많다 이런식으로 매도하기도 했습니다. 평균 보상가가 350만원 정도였죠. 원주민들은 아예 새아파트에 오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원주민은 내가 살고자하는데서 살 수 없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고 LH공사만 이득을 본 것입니다.
진행자: 반송시장의 경우도 대형 마트, 대규모 자본과 싸우는 그런 상황들에 대한 생각을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 대형마트가 들어와도 시장은 시장 나름의 매력으로 활성화하면 된다는 그런 식의 비교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 주변 환경이 불편하니 당연히 편한 대형 마트로 사람이 몰릴 수 밖에 없지요. 애초에 도시계획을 짤 때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준이 없다면 시장활성화는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저는 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힘든 일이 닥쳐도 이웃들이 함께 뭉칠수있다는게 부럽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저도 만덕 투쟁을 옆에서 보고들으면서 배운게 많고,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재개발 이후 20프로 정도의 원주민만 남고 80프로 이상의 주민들은 쫓겨나 어디로 가는지... 언론에는 돈, 투쟁, 반대 이런 모습만 비춰 졌지만 실제 현장에는 너무 약한 주민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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