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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언 집중탐구 : 박지선 편] '미디어창작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

미디토리 스토리

by 미디토리 2011. 4. 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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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업무에서 창작성 찾으려 노력

느림과 창의성 좋지만 프로정신 부족 아쉬워

'미트릭스' 만든 프리레인지스튜디오처럼 성장하고파



꽃샘추위가 한 움큼 물러난 지난 3월 카페에서 미디토리 박지선팀장을 만났다.

약 6개월 전 '공공미디어컨텐츠 제작'이라는 다소 낯선 분야의 예비사회적기업이 생겼을 때, 산파역할을 해내고 지금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 위해 누구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같은 독립영화단체에 몸담으면서 박 팀장과 잘 아는 선후배 사이였고, 지금도 함께 미디토리 안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일대일 취재의 형식으로 만나 보기는 처음이었다.
친근하면서도 낯선 느낌으로 우리들은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지난 3월에 예비사회적기업 중간심사 모니터링 평가를 받았다. 보통 때는 회의준비를 제일 많이 하고, 얼마 전부터 회계전산프로그램을 도입해서 그거 하느라 정신없다. 회사를 하나 만드는 일이다보니 이것 저것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어떤가, 재미있나?
노력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어렵다. 조금 과하다싶게 즐거우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숫자입력 같은게 싫은데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나 하면서 억지스런 위로랄까…

아무래도 영화창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무국 일을 하니 그런 것 같은데 자기 업무에서 창작성을 느끼는 부분이 있나?
하나 있다. 미디토리 식구들의 공동체생활을 기획하는 것이다. 에니어그램, 미디어 감수성 프로젝트, 워크샵프로그램 기획, 생일 챙기기 같은 거. ‘공간 수유+너머’를 보면 인문학적인 생활터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거 보고 많이 동경했었다.
그런데 사실 고민하는 만큼 실제로 한 건 별로 없다. 사무실 공간의 한계도 있고. 우리만의 넓은 공간으로 가게 된다면 텃밭을 가꾸는 일처럼 일상에서 육체노동을 함께 하며 자력갱생하는 삶을 꿈꾼다. 요즘 부산생협에서 먹을거리를 주문해서 먹는데 우리의 작은 땅이 있다면 다들 열심히 뭐 키우면서 생활할 것 같다. 그런 의지들이 눈에 보인다.

미디토리라는 기업이 갖추어야 할 지향점이나 소양은 어떤 게 있나?
우리가 만드는 컨텐츠들은 뭔가 좀 느리지만 함께 걷는 느낌을 담았으면 좋겠다.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말이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미디어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자본과 가장 첨예하게 맞닿아 있는 것인데 빠르게 변화하는 걸 보면서 굉장히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분명 우리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부 직원은 좀 조급해 하고 일부는 좀 더 천천히 가자고 한다.

직원들간의 신뢰는 어떤 편인가?
나는 우리들을 믿는다. 처음에는 무조건 믿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많았다가 요즘 들어서는 ‘우린 서로 믿고 있나?’ 는 걱정이 살짝 들기도 한다. 일이 많아지면서. 하지만 믿음 없이는 가기 힘든 길이다.

직원들에게 제일 답답한 부분이 무엇인가?
느리게 살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다 좋은데 프로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일의 마감약속을 지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그걸 못하고 있다. 안일해서 그런 것인지, 시스템적응이 안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 기업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딱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하게 비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부분이 많다. 서로가 발전하려면 비판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알고 아름다운 비판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은 창작활동 업무를 하고 싶지 않나?
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는 업무를 나눌 인력이 없다. 인력충원이 필요한데 주변에서 우리와 같은 가치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잘 안 보인다. 시간이 그냥 흘러가 버린다.
일단 올해는 결심한 바가 있어 버틸 수 있다. 유효기간이 얼마나 갈지...


둘 다 잘 하거나, 둘 다 못 하거나

지금 기업의 목표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올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원 개개인의 업무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후자는 많이 해 왔고 잘 하고 있다. 전자는 우리가 신생인데다 사회적기업 정책이나 방향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어려워하고 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는데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우리가 최초의 부산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보니 기존 사회적기업과 다른 부분도 있어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사회적기업 간의 연대 같은 게 필요할 것 같은데...
사회적기업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무작정 기업만 많이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부산형예비사회적기업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움직임이 있다.

지금 미디토리에 가장 필요한 것 3가지만 말해본다면...
첫째, 새로운 공간 마련, 둘째 프로정신, 그리고 음...마지막으로는 '처음의 마음'이다. 지금도 처음이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서로만 믿고 우리는 시작했다. 그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같이 있는 것을 지향하자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사회적기업의 롤 모델이 있다. 미트릭스 영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프리레인지 스튜디오를 말하는 것 같다) 여러 창의적인 미디어를 만드는 곳인데 기업경영을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무료로 사회적책임을 다 하는 창작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프로정신이 있어서 가능한 것 같다. 기업이윤 추구와 사회적역할의 수행 이 두 가지는 둘 다 잘 하는냐 아니면 둘 다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둘 다 잘하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본다.


짧지 않은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는 아직도 훤한 한낮의 서면 거리로 나왔다.
번화한 거리를 보면서 문득 '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은 어떤 존재일까' 하는 오래된 의문이 들었다.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책무를 완수한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왔다. 박 팀장의 말처럼 둘 다 실패하거나 둘 다 성공하거나일 것이다. 둘 중 하나만 성공한다면 그것은 사회적기업이 아니게 된다.
그럼 둘 다 실패한다면?
어느 새 봄이 왔는지 낮의 햇살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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