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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 4/27 전국동시 발간

미디토리 스토리

by 미디토리 2013. 4. 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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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과 담배연기로 허옇게 바랜 조선소를 맴돌던 시간들모두가 하나됐던 희망버스의 기록까지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과 함께한 3년, 책 <종이배를 접는 시간>에 담아




기획| 한진중공업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미디토리 

출판| 삶창

저자 | 허소희, 김은민, 박지선, 오도엽



ⓒ이승훈


처음 조선소 노동자들을 본 것은 2009년 겨울이었습니다. 부산지역의 큰 기업이었던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소식을 TV뉴스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영도를 찾아 갔는데 찬바람에 허연 입김과 담배연기가 노동자들의 등에서 동시에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한 달 뒤, 35m 크레인 위에 사람이 올라가 있는 걸 보고 그 모습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 방법을 쉽게 찾을 순 없었습니다.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크레인으로 매일매일 밥을 올려보내고 그 밑에서 땔감을 피워 바다의 칼바람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이어가는 것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한숨과 조바심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꺼지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6월. 희망버스가 부산에 왔습니다. 촛불을 들고 영도대교를 건너온 시민들이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조선소 담벼락을 넘었습니다.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의 안부를 챙기며 크레인 밑에서 옹기종기 모여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한진중공업 안으로 들어가 '아저씨들'의 얼굴을 가까이 보게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주려고 반나절 오뎅탕을 준비한 아저씨, 해고되지 않았음에도 동료들이 마음에 걸려 함께 조선소를 지키는 사내, 땡볕에 거리에서 모유수유를 하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기다린 해고자의 아내. 공장 안의 아버지가 걱정돼 교복바람으로 달려온 고등학생 아들. 그들을 보게 된 것이지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고 듣고 최루액을 맞으며 피부로 느꼈던 것을 써내려 갔습니다. 처음 하는 거대한 작업에 움츠려질 때도 많았지만, '우리는 희망버스 탑승객이다'는 주문을 외우며 한 줄 한 줄을 채웠습니다. 아저씨들과 마주앉아 인터뷰도 했습니다. 이야기는 자주 흐름에서 벗어났습니다. 복수노조로 넘어간 동료의 얼굴이 불쑥 떠오르고, 크레인에 올라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젊은 검사의 말에 심장이 쪼그라 들었습니다. 미봉책과 같던 노사합의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유예의 시간을 겪으며 이제 하루를 넘기는 게 고비가 된 사내들의 눈을 바라보는 건 참 고통스런 일이었습니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응어리들을 담느라 연필을 잡은 손은 더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어느새 우리도 한진중공업이라고 하면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돼버렸습니다. 


이 작업은 '함께'였기에 가능했습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다섯 차례 희망버스를 만들어낸 기적같은 힘, 3년간 묵묵히 뒤에서 영도조선소를 지킨 익명의 사람들, 카메라를 들고 노동자들의 곁을 지킨 미디어 활동가들. 그 마음들을 기억하며 아저씨들의 호흡을 담았습니다. 옥빛 작업복에 청춘을 바친 배 만드는 노동자 그리고 세상의 산 자와 죽은 자가 이 로프르타주를 썼습니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이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들에게 이 기록물을 바칩니다.



목 차


에필로그


1부

일곱해 만에 켠 보일러------------2011년 1월 6일

망치 소리 멈춘 영도------------2010년 12월 15일

곤봉이 된 바나나------------2011년 1월 12일

백만 원짜리 인생------------2011년 1월 17일

폭설에 끊긴 영도다리------------2011년 2월 14일

붉어진 아내의 눈------------2011년 4월


2부

다시 올게요_1차 희망버스------------2011년 6월 11일

약속과 배신------------2011년 6월 27일

실종된 인권------------2011년 6월 29일

당신을 통해 희망을 봅니다_2차 희망버스------------2011년 7월 9일

하늘을 수놓은 풍등_3차 희망버스------------2011년 7월 30일

이 사람을 아십니까?------------2011년 8월 10일

특별한 신혼여행_4차 희망버스------------2011년 8월 27일

인제 그만 내려와요------------2011년 9월 6일

영도에 뜬 한가위 보름달------------2011년 9월 10일

가을 소풍 가자_5차 희망버스------------2011년 10월 7일


3부

심판의 날------------2011년 10월 14일

309일, 그리고 다시 1일------------2011년 11월 10일

가장 고마운 사람------------2012년 2월 7일

유예의 시간------------2012년

듣도 보도 못한 158억------------2012년 9월 28일

깨진 유리조각을 거둬 부드러운 흙으로------------2012년 10월 21일

욕봤다------------2012년 11월 5일


프롤로그


이 네 사람의 이름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역사다(김진숙)

인연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박성호)




ⓒ임소영

"자, 먹고 합시다."는 아저씨의 말에 웃음꽃 활짝핀 사람들. 영도조선소 맞은편 중국집은 우리의 단골 인터뷰 장소였다.



그리고 미디토리는 북트레일러 작업 후반작업 중입니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레드카펫에 올라 화제가 됐던 김꽃비 배우와 날라리들의 아버지, '용대 아저씨'가 출연합니다. 스카웨이커스의 천세훈씨께서 음악작업을 맡아주고 계시고요. 잠깐 스틸컷으로 만나보시죠.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닌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쇳조각을 가지고 배를 만들던 애기아빠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희망버스 타고 오시는 분들께 나눠드리려고, 땡볕에 노숙을 하며 종이배를 접었습니다."




"딱 1년이었다. 우리는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1년을 기다렸다."


<종이배를 접는 시간>은 현재 편집 작업에 한창이며, 4월 27일 전국에 동시에 발간됩니다. 5월 서울, 부산, 울산에서 진행될 북콘서트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희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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