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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노트] 완월동의 골목과 공간을 기록하며...

미디토리 스토리/제작 현장 소식

by 미디토리 2022. 3. 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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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월동을 만나게 된 계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완월 아카이브'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 완월동이라는 공간을 자주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완월동이라는 동네 자체를 평소에 갈 일도 없었거니와 이름만 들어도 괜스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시사프로그램이나 방송에서 보면 업소 앞을 지키는 무서운 사람들, 빨간 불 등이 먼저 떠올랐거든요. 

 

#여성의 눈으로 본 완월동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가보니 입구서부터 전체를 가리는 커튼과 커다란 방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그곳에는 중년의 여성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누가 업소의 주인인지 운영하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알 수도 없었습니다.

 건물은 상당히 오래되었고, 지하 공간도 있었는데요.  그곳에는 과거 영업했었던, 흔적들 의자, 소파 같은 공간들이 그대로 있었고요.  

 누군가는 성착취 현장에서 일을 했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1층은 항상 로비처럼 커다란 유리방이 있었어요. 유리방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밤이 되면 유리방에 여성들이 앉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월동 업소 거리
완월동 업소
나까이(호객하는 사람) 의자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층마다 따닥따닥 붙은 방들이 있었고요. 방은 아직까지도 사람이 살고 있었을 흔적들이 가득한데 여성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마다 화장실이 딸린 구조였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습한 공기가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방마다 빨간 등과 조명, 시트지 같은 걸로 창문을 전체를 가렸는데 보기만 해도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바깥은 보이지 않는 독방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는 사실 여기서 한 순간도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성착취 여성들에 대한 흔한 오해들이 스스로 걸어서 그곳에 갔으니  그러니 모든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라는 건데요. 저는 여성들이 살고 있을 방을 돌아보면서, 확신이 들었어요. 스스로 걸어서 갔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라는 건데요. 그 방을 보고 나니 자유가 없는 감옥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선불금'이라는 형태로 처음부터 빚을 지게 되는데 결국 빚이라는 감옥 때문에 나올 수도 없고, 사회와 단절되기 때문에 나갈 엄두도 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월동 거리 드론 샷

 완월동이라는 그들만의 작은 사회가 오랜 세월 만들어졌고, 창살도 없고, 높은 벽도 없지만 탈출구가 없는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내는 살림 활동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대놓고 불 켜놓고 영업을 하진 않지만, 완월동의 밤거리는 버젓이 존재했습니다. 완월동에 재개발 조합이 꾸려지면서, 언제 이곳이 사라질지 모르지만, 기록하고 기억하지 않으면 여기서 소리 없이 사라져 간 여성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 인권의 역사를 기록한 완월 아카이브 

 

 

완월아카이브

완월 아카이브 기획팀   정경숙, 변정희, 이윤서, 송진희완월동 리마인드 기획 송진희기록물 수집, 분류 윤주, 이윤서기록물 분류, 디지털화, 목록작성 변정희, 정경숙, 김정임, 이지은영상자료

wanwolwomen.co.kr

완월동이라는 공간을 기억하고 기록했던 작업이 '완월 아카이브'로 웹에 공개되었습니다. 

미디토리는 영상 자료 수집과 편집을 담당했고, '완월 아카이브'로 들어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완월동 업소 아카이브 영상 
완월동 약국 병원 아카이브 영상 

 

완월동 CCTV 아카이브 영상 

아카이브 영상을 상세히 확인하시려면 '완월아카이브'홈페이지>영상아카이브에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완월동, 기록으로써의 의미 

완월동이라는  공간은 부산에서 지워져서는 안 될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착취를 행하던 공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보전하는 것의 일차적 의미가 있고, 이차적으로 저희는 꾸준히 부산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예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때도 그랬고 만덕 5 지구 주민들이 싸울 때도 그랬고 박근혜 퇴진운동을 할 때도 부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가 필요한 곳에 카메라를 들고 다녔습니다. 완월동은 시대적으로나 현재로나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아직도 성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이라면 누구나 직면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걸 느꼈으면 합니다. 성매매 방지법이 통과돼서 시행 중이지만 성구매자들은 버젓이 있고 그곳에 있는 여성들이 있기에 이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밤톨김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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