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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에 대한 첫
기억은 희망버스가 오기 하루 전, 새까만 복장의
용역들이 투입되는 날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나에게 생사를 건 한진 노동자들의 기운이 훅하고 들어왔다.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아저씨들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싶었다."(김은민)
'미디토리'는 얼마 전 새로운
시도를 했다.
영상집단이지만 처음으로 르포 책을 출간한 것이다. 한진중공업 3년의 기록을 담은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다.
김은민 씨의 말처럼 '미디토리' 직원들은 희망버스와 한진중공업 투쟁을 영상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현장의 그 느낌을 한 장의 사진으로, 영상물로 기록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다. 노동자의 피맺힌 순간을 구구절절이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 결과물이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다.
작가로 참여한 '미디토리' 허소희 씨는 "
조선소 모퉁이에서 몰래
눈물을 삼키던 이들과 바람과 햇살에 얼고 녹은 손마디를 잊을 수가 없다. 써 내려간 행간마다 길게 눈물자욱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토리' 박지선 씨는 "말없이 꼬깃꼬깃 만든 종이배는 한 평 남짓 그늘에 몸을 구기고 앉아 있던 한진의 노동자들과 닮아 있다"고 했다.
영상 전문가이다 보니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단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현장의 눈이 되었던 만큼 이들의 글은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넘친다. 사측이 정리
해고 계획을
발표한 2010년부터 해고 노동자들이 3년간 어떻게 싸워 왔는지,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이후 해고 노동자들이 어떤 시간을 견뎌냈는지, 최강서 열사가 왜 노조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어야 했는지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다.
'미디토리'는 책 출간에 이어 지난 3년간의 영상 작업을 정리, 편집한 한진중공업 투쟁 다큐멘터리도 곧 선보인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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