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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 미디토리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미디어 활동 '동지'인 복성경 활동가를 만나다

미디토리 스토리/뉴스레터

by 미디토리 2024. 2. 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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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 2023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은 아녜스 바르다 영화의 한글제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 Visages, villages)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을, 풍경, 얼굴을 찾아간다면 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있어."
그저 당신이 보고 싶어서, 혹은 그곳이 좋아서 가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없는 작은 여행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이엔 늘 &카메라&가 있어서 당신께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아쉬웠던 순간들. 이날만큼은 카메라 렌즈가 아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서로의 안부를 나누려고 해요. 미디토리언들이 매월 돌아가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 같은 만남의 순간들과 그 속에 오고 간 우정의 대화를 조금씩 기록해 나갑니다.

에디터. 유진

 

미디토리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미디어 활동 '동지'인 복성경 활동가를 만나다

오늘 만남은 긴장과 어색함보다는 즐거움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미디토리 곁에서 늘 발 맞춰 함께 걸어가고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미디토리가 언론시민단체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사업단으로 출발할 당시부터 미디토리를 지지하고, 시민 참여 방송인 '부산MBC 라디오 시민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을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준 분이다. 
언론시민단체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의 대표이자, 미디토리의 든든한 후원자인 복성경 활동가를 만나보자. 

 

사무실 근처, 자주 이용하는 카페에서 인터뷰가 시작됐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계셔서 바쁘시다. 
오늘도 바쁜 일과를 마치고 (인터뷰 후에 회의도 하나 남아있지만)자리해주셨다. 
미디토리는 복성경 활동가를 '복쌤'이라고 부른다. 미디토리에 도움과 해법을 주시는 '선생님' 같아서 그렇다. 
그래서 복쌤(복성경 활동가)과는 자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그런데 인터뷰 자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려니, 어떤 질문부터 던져야 할지 모르겠다. 

 

복성경 인터뷰 방법론에서 보면 처음에는 편안하고 쉬운 질문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게 좋다고 하죠?

 

평소처럼 고민되고, 궁금한 일들을 물어보려고 하다보니 무거운 질문밖에 없었는데, 그게 좋겠네요! 
그럼…나를 요즘 가장 즐겁게 해주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람이라는 게 사적인 존재로서 나가 있고 공적인 존재로서 나가 있잖아요. 공적인 자아로서 말하자면 지금 미디토리랑 같이 하고 있는 ‘라디오 시민세상’에 대해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생길 때 보람 있고 행복한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가깝게 부산은 부산 시청자 미디어 센터가 있는데, 경남 시청자 미디어 센터가 작년 연말에 개관을 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도 경남 MBC랑 같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을 준비 하는 거예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퍼블릭(Public)'과 '액세스(access)'의 합성어. 일반 대중(시민)이 방송에 참여해서 만드는 프로그램을 말함)

원래도 하고는 있는 게 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라디오 시민세상처럼 좀 더 다양한 시민이 참여하는 퍼블릭 엑세스 프로그램을 런칭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이 의미랑 제작하는 과정을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라고 생각을 해서 저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미디어를 만들 때 자문을 구한다든가 아니면 교육 같은 걸 의뢰를 한다던가 이런 어떤 움직임? 문의? 제안? 이런 게 들어올 때 되게 좋았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일이구나',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었고 내가 그것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이 되어서 보람 있고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시민들이 관심 있어서 출연하고 싶다거나 ,"이런 이야기도 방송할 수 있어요?"라고 최근에 심심찮게 문의가 들어왔었거든요.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시기도 했고, 장애인분들이 장애인 인식 개선과 관련해서 본인들이 방송할 수 있냐고 또 물어보시기도 하셨고, 공동체 같은 곳에서도 본인들의 활동도 한번 소개해보면 좋겠다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평범한 일반 시민들 중에서도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되신 분들도 있고, 다른 이웃을 통해서 그러니까 먼저 참여하셨던 분에게 이야기를 건네듣고 나서 나도 한번 방송에 참여하고 싶다 생각해서 문의를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분들이 실제로 방송하시고 녹음하고 딱 돌아가실 때 
"내 이야기를 아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셔서 너무 좋다.","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편하게 말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 라고 인사를 항상 하고 가시는데 여전히 그런 소감이나 인사를 들을 때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이번 주에 방송 참여를 하고 싶다는 분의 전화를 받았었는데요. 이전에 출연하신 분이었는데, 자신이 하고 있는 활동 중에서 알리고 싶은 활동이 있다고 연락주셨거든요. 방송에 정확히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리까지해서 연락을 주셔서 놀랐고, 이렇게 방송을 찾아주니 기쁘더라고요. 

 

복성경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미디어가 필요하다." 이런 말을 책에서도 보고 연구자나 학자들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어느 날 문득 한 번씩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런 일이 시민의 미디어구나' 라고 스스로 반짝 정신이 딱 드는 그런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게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렇게 시민들이 자기들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문의를 하시거나, 끝나고 나서 제작하고 나서 후기로 

"진짜 내 이야기를 다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같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주고 할 수 있게 해서 참 좋다.", "이런 방송이 있어서 참 좋다.", "또 이런 걸 도와주는 이런 활동가가 있어서 참 좋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문서나 좋은 강연이나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어떤 책에서 읽었던 그런 문구들이 소소하지만 우리 삶 주위에 또 내가 거기에 있기도 하구나라는 느낌이 한 번씩 들어요.

 

미디어 활동을 하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 활동을 돌아볼 시간을 많이 가지진 못하니까, 이렇게 순간순간 활동을 돌아보게 하는 말을 새기는 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걸 잘 기록하고 저장해 두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쨌든 모여서 같이 나누면 그게 의미가 되게 뚜렷해지고 커지는 거라서 혼자만 이렇게 딱 느끼고 간직하고 있는 것보다 말하고 나누고 공유하면 의미화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아주 공적인 나로서의 그 즐거운 일을 얘기를 해 주셨다면 사적인 존재로서의 즐거움도 얘기해 줄 수 있나요?

 

복성경 저는 주말에 자연 속에 있을 때 엄청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개인적으로 지금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주중에 케어해야 될 일들이 좀 많고 신경 쓸 일이 아무래도 더 크고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제가 제 개인의 일상을 살고는 있지만 머릿속이 항상 복잡하고 어떻게 해야 될지 되게 무게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완벽하게 그게 분리가 좀 잘 안 돼요. 주말만이라도 살아갈 힘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옆에 주유소가 있고 저렇게 주유를 하는 것처럼 그 에너지가 다 고갈되고 나면은 차가 나아갈 수 없는 것처럼 나를 어떻게 좀 살아갈 수 있게 만들까를 생각하는데요.  주말에 자연 가까이 가 있을 때 되게 좋은데, 부모님 고향이 울산 언양이라서 어릴 때 언양에서 지냈던 기억들이 소중하게 남아 있어서 언양의 자연을 보는 게 좋아요. 부산도 내가 어릴 때 본 부산이랑 지금 완전 다른 것처럼 언양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긴 하지만 왠지 거기 가면 좀 푸근하고 그래도 도시보다는 훨씬 더 자연에 가까운 풍경들이 많기 때문에 거기서 하늘 보고 나무 보고 나무 타는 냄새, 밥하는 냄새 느끼고.. 길고양이들도 도시에서 보는 고양이들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거든요. 참 신기한데 사람만 여유로운 게 아니고 고양이나 개들도 더 여유로워요. 시골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서 멍하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요. 게다가 제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가 생겼는데 거의 매주 가다보니 주인이나 일하시는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편히 쉴 수 있게 되었어요.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신문을 보고 오면 저녁에 왠지 뭔가 가득 찬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으며) 통장에 진짜 돈이 입금된 것 같은 느낌, 주유를 방금 한 차처럼 달릴 준비가 되는 느낌..

그래서 개인적으로 최근에 행복감을 느끼는 건 주말에 나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자연 가까이 갔다 올 때, 유년 시절 좋은 추억이 담긴 곳에서 자연과 친숙해지고 편안한 공간에서 쉬고 올 때 만족감이 느껴지고 또 새롭게 일주일 잘 보내야지 이런 마음 좋은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다른 분들한테도 권해주고 싶어요. 어차피 우리가 인간이지만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게 동물이든 식물이든 풍경이든 간에 자연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져보시라. 이렇게 권해주고 싶어요.

 

저도 주말에 딱히 뭘 해야 될지 모르는 채로 일을 계속 해왔던 때가 있었는데 작년을 기점으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자기를 기쁘게 해줄 만한 어떤 활동이든 2시간을 일주일에 2시간씩 해보게 됐거든요. 그 책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중요하게 이야기해요. 근데 처음 2시간은 뭘 해야 될지 도무지 몰라서 그냥 좋아하는 음악 듣거나 영상 보거나 하다가 선택한 것 중에 제일 편한 게 이제 산책이었던 것 같아요.

 

복성경 맞아 자연이 에너지원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은 부모가 아이들한테 잘해주려고 돈 들여서 장난감을 사주거나 일부러 막 놀이공원 데려갈 때 있잖아요. 물론 그런 것도 이벤트가 될 수 있겠지만 자연 가까이 있으면 그 자체로 어쨌든 되게 충만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가장 근원적인 자연으로 돌아갈 때 생기는 충만함!

 

근데 복쌤은 시간을 두고 사색을 즐길 때,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시나요? 본인의 지금 활동 연수를 세워 보면서 가는 편이세요?

 

복성경 그런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 그냥 사는 거라서….

더 젊었을 때는 오히려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살았던 것 같고요. 왜냐하면 '적어도 한 10년 정도는 이 일을 내가 열심히 해봐야지' 또는 라디오 시민세상만 하더라도 라디오 시민세상을  처음 시작할 때 5년은 끌고 가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라디오 시민세상을 시작할 때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 전문가들도 그랬고, 같이 하는 사람도 그랬지만 "1~2년 하겠나" 이렇게 많이 말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었고, 진짜 없었던 시기고 하니까. 그런데 저는 일단 몸을 담기 시작하면 일단은 그냥 그냥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요.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왜냐하면 더 잘할 수는 없잖아요.
나라는 사람이 가진 역량의 한계라는 게 있기 때문에 더 잘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그때 더 열심히 하고 지금은 대충 이런 개념은 좀 없는 편인 것 같고 꾸준히 그냥 이걸 유지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 편인 것 같고요.
근데 이제 이런 건 있죠.  내 마음은 똑같은데 시대가 바뀌잖아요. 나를 둘러싼 환경, 미디어 환경도 바뀌고 사람들의 성향도 바뀌고 트렌드도 바뀌고.. 그런 거를 오롯이 잘 살려나가고 의미 있게 만들어 나가려면 힘의 분배를 생각하긴 해야 해요. 
이 모든 것이 나 혼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러려면 새로운 사람들도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그런 고민을 하게 되면 나의 역할을 줄이고 늘이고 하는 것도 고민하게 돼요. 
옛날 같았으면 중심축을 딱 이렇게 잡아주는 역할을 내가 계속해야 된다라는 중압감도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것도 있긴 하지만 주위에 나랑 비슷한 여러 사람을 만들어줘서 그냥 이 사람들이 서로 서로 당기고 유지하고 이렇게 가야 한다는 생각, 우리 둘레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훨씬 커졌죠. 스스로가 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첫 출발은 "해야 된다"는 당위로 하는 거였다면, 지금은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지" 이런 생각이 자연스러워졌어요.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면서 해야 될 일이지"라고 생각이 되어서 마음은 더 열려 있고 가벼워진 것 같아요.

 

라디오 시민세상은 2005년 부산 MBC를 통해서 시작된 시민 참여 방송이다. 복성경 활동가와 미디토리 구성원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민들의 방송 참여를 도와드리는 제작지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제작지원팀 워크숍 단체 사진이다. 현재 13~15명 정도의 제작지원자가 함께하고 있다.

 

저는 사실 좀 더 뭉쳐서 함께 굴러가는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뒤로 빠져 있는 사람을 보면 신경이 쓰이고, 답답한 마음도 느껴요. 

 

복성경 어차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자 이렇게 참여하는 건데 조금 더 품을 많이 내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고 아닌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중에 '나는 조금 더 품을 많이 내는 사람으로 여기 같이 있네' 이렇게 좀 생각하는 편이에요.
사람을 보는 것도 그렇고 나 자신을 평가하는 것도 그렇고 지금은 되게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소중한 걸 잃고 싶지 않아서 한 주 한 주 하루하루 애를 쓴다면, 그전에는 오히려 "이 일은 선한 거고 정의로운 거고 응당 해야 하는 거니까 당연히 해야 돼"라고 해서 엄청 목적 의식적으로 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볼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느끼는 느낌은 완전 달라요. 제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저를 보면서 저 일도 좋을 수 있겠구나 하면서 함께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미디어 활동을 해오면서 앞으로도 어떤 정체성으로 이 일을 해나가야 하나 고민이 있어요. 
복쌤은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이니까 나도 같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다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저는 그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인 거거든요. 

 

복성경 그럴 수 있죠. 어떤 직업군이든 어떤 일이든 간에 100% 경제적 이유만으로 일을 하지 않거든요. 인간은 내가 하고 싶은 어떤 게 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하고 예를 들자면 저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미디어라는 또는 출발점으로 보자면 언론이겠죠.
사회적으로 미디어는 권력이란 말이에요. 힘을 가진 어떤 매개체인데, 이 매개체가 전문적인 사람이나 힘을 가진,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을 가진 사람들이 독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느낀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대학생 때 대학 신문을 해보니까, 나는 진짜 평범한 사람인데 내가 쓴 기사를 교수도 읽고, 총장도 읽고, 우리 과 친구도 읽고, 다 읽으면서 그걸로 말할 때 내가 아주 전문가로 또는 뛰어난 기자는 아닌데 우리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열심히 취재해서 좀 엉성하지만 글을 쓰니까 사람들이 이걸 읽고 막 서로 이야기를 하네? 그게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졸업하고 나서는 글을 좀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글과 관계된 일을 좀 하고 싶다고는 생각을 했거든요. 막연하게. 그런데 ‘한겨레’ 신문이 생기면서 좋은 언론을 만드는 데 시민들도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야 하지 않나라는 분위기가 있었고, 당시 청년이었던 저도 선배가 발기인으로 참여하라고 권유해서 부산민언련이라는 언론시민단체를 만드는데 함께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예전에는 권력으로부터 시민의 언어를 지키는 언론 운동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자본으로부터 지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언론 운동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 타겟이 더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동물 보호나 환경 보호는 사진 하나만 올려도 후원금이 쏟아지는데, 이거 책임만 있고 무슨 힘으로 언론운동을 해야 하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복성경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숲이 소멸되는 걸 보여주는 이거는 너무 눈에 보이잖아요. 그런 것은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앞으로의 세상은 더 복잡하고 더 다양한 일들이 너무너무 많이 벌어지기 때문에 모두의 눈에 특별하게 다가오는 폭발적인 이슈가 많지는 않을까 같아요. 개인의 개성, 관심이 달라서 다 다르게 반응하니까 예전처럼 다같이 일제히 반응하고 분노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럼 내 인생에 일주일에 20분이라도 내가 자본으로부터 독립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순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는 언론인 거지.

예를 들면 엑스포의 경우 기업이 광고를 하고 나서니까 언론사가 거리두기를 해야 되는데, 자기들이 ‘가자, 2030 엑스포’라는 식으로 보도하면서 표 분석도 제대로 못한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감시자 역할을 해줘야 되는데 너무 선수처럼 뛴 건 아닌가? 니네가 무슨 기업 유치단도 아니고 부산시장도 아닌데 왜 그렇게 하냐고, 언론이니까 사안을 분석하거나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그 역할을 저버리고 한쪽으로 기울어버린 거잖아요. 그런 지적을 해야하는 거죠.
사람들이 보통 때는 뉴스를 보지 못하고,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부산민언련)가 결정적인 보고서를 냈을 때 "진짜 언론 이렇게 휘둘리면 안 되네." 하고 감각하는 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한번씩 감각하는 걸 가지고도 저는 시민이 시민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시민들이 그렇게 한 번씩이라도 문제를 확인하고 느끼려면 계속적으로 감시하고 꾸준히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단체는 부산에서는 부산민언련밖에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폭발적인 관심이나 뭔가가 있지 않더라도 부산민언련이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시민 미디어 활동은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 걸까요?
복성경 가치는 분명히 중요하고 지금 얻을 수 있는 게 너무너무 많기는 하지만 총력을 다해야 될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걸 일부러 없애거나 손을 놓아야 할 영역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시민 미디어 활동을 통해서 연대하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거나 활동가들과의 교류를 할 수 있는 게 너무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 선은 유지하고 싶다는 거죠.

예전에는 예를 들어 "왜 다들 저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하고, 조개 줍고 즐기는데 왜 나만 자꾸 파라솔을 지키라고 하는 거야" 하는 느낌이었다면, 나는 지금 이걸 제일 잘 지키고 난 여기서 책도 읽을 수 있고, 그래서 나는 더 관망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 사람들한테 또 다른 안내도 할 수 있는 있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데려와 여기에 앉아서 파라솔을 지켜라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다만 수영도 하지만 다른 것도 같이 해 볼 수 있는 걸 찾아보는 것,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거기서 또 다른 재미도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복쌤(복성경 활동가)는 함께 일할 때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렇게 항상 몰입하고, 열정적일 수 있던 이유는 주변의 인연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힘을 나누고, 새로운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해왔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미디토리는 올해 조직의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새로운 요구와 힘이 모아져야할 시기이다.  그런 미디토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남겨주셨다. 

 

복성경 미디토리에게도 해주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미디토리를 처음 시작할 때, 준비할 때의 사람들, 중간에 사람들, 지금의 사람들이 다 다르잖아요. 근데 항상 말하지만 역사는 역사대로 존중받아야 될 어떤 몫이 있어요. 교훈이 있거든요. 그거는 그거대로인데,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이 순간을 이끌고 있는 이 사람들의 고민과 가치가 서로 합의되고, 그 합의된 내용이 역사와 잘 버무려져야지 현실에 살아있는 조직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때로는 동료가 되게 야속할 때도 있고, 우리가 왜 같이 하자고 해놓고 왜 같은 깃발을 쳐들고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우리가 사람인지라 100% 똑같은 온도를 낼 수 없다는 걸,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때로는 그 온도 차이 때문에 또 내가 먼저 지킬 때가 있고, 내가 조금 힘들 때 다른 사람이 또 그걸 분명히 필요하다면 지키고 있을 거기 때문에...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계속 이어가면 좋을 거 같아요. 지금도 아주 잘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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