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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뮤지션 권눈썹님을 만나다. 근데 이제 직접 기획을 곁들이는, 근데 이제 재미를 곁들이는….

미디토리 스토리/뉴스레터

by 미디토리 2023. 8. 3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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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 2023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미디토리가 사랑한 얼굴들'은 아녜스 바르다 영화의 한글제목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Faces Places, Visages, villages)에서 아녜스 바르다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을, 풍경, 얼굴을 찾아간다면 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있어.”  

그저 당신이 보고 싶어서, 혹은 그곳이 좋아서 가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없는 작은 여행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우리 사이엔 늘 ‘카메라’가 있어서 당신께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던 아쉬웠던 순간들. 이날만큼은 카메라 렌즈가 아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서로의 안부를 나누려고 해요. 미디토리언들이 매월 돌아가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휴식 같은 만남의 순간들과 그 속에 오고 간 우정의 대화를 조금씩 기록해 나갑니다.  

에디터. 유진

 

뮤지션 권눈썹님을 만나다. 
근데 이제 직접 기획을 곁들이는, 근데 이제 재미를 곁들이는….

 

지난 연말, 미디토리는 작은 공연을 보러 갔다.

부산에 여성 인디 뮤지션들이 모여 꾸린 프로젝트 ‘반했나'의 연말 파티 겸 공연 자리였다. 

매년 연말은 마감으로 가득차서 여유가 없이 일하지만, 숨통을 트여줄 시간이 필요했다. 

그 자리에서 뮤지션 권눈썹님을 처음 알게 됐다. 

톡톡 튀는 멜로디와 독특한 시선이 담겨있는 가삿말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서 인사를 건내고, 번호를 받았었다. 

부산 인디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들과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 여성들이 모인 프로젝트 ‘반했나'

그러다가 이번 해에 수영문화도시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수영골목학교 배우자 과정) 촬영 현장에서 

다시 뵙게 됐다. 눈썹님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광안리 뮤씽 클래스, 수영구 내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문화 프로그램. 광안리 해변에서 어싱(earthing, 맨발걷기)을 하면서 쉼을 가지고, 그 시간 동안 쌓인 각자의 감성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뮤지션이면서 기획자인, 기획자이면서 뮤지션인 눈썹님의 작업과 일상이 궁금해졌다. 

눈썹님을 만나기 위해서 직접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 공간 ‘퍼플문'을 찾아갔다.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간 '퍼플문' (부산 수영구 과정로 53(망미동 431-18 2층))

권눈썹 여기는 제가 보고 재미있었고 좋았던 걸 주변 사람에게 “한번 잡숴봐~”하는 느낌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에요. 

2019년에 다녀온 인도 여행 중에 어떤 순간을 기억하려고 이름을 ‘퍼플문'이라고 지었는데요.

인도 여행 마지막 날, 음악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를 가서 잼 형식으로 거리 공연하는 걸 보게 됐어요.

그때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던 순간이 기억나고, 그때 제 눈에 달이 보라색으로 보였었거든요. 

이 공간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제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그 시간처럼 부담 없이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저는 뮤지션의 모습으로 처음 눈썹님을 알게 됐는데, 퍼플문에서 다양한 문화기획을 해오고 있으셨군요.

 

권눈썹 저는 사실 뮤지션 하기 전에 기획자로 먼저 일했었어요. 서울에 있는 문화기획 회사를 다녔었거든요. 

그곳에서 재밌었고 잘했었어요. 평소에 제가 얘기하면 막 엉뚱하다고 하고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여기서는 그걸 너무 좋아하는거죠. 회사를 다니면서 지역 예술가들과 일을 하면서 그들이 뭘 하며, 어떻게 사는지 그런 것들을 보면서 ‘커뮤니티 공간'이란 개념을 

알게 됐고, 저도 그런 공간을 갖고 싶었어요.

회사에서 했던 문화 기획도 재밌었지만, 회사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지는 않잖아요? 제가 직접 커뮤니티 공간을 꾸리고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 회사를 나오게 됐어요. 

 

그럼 문화예술 쪽에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을 거 같은데, 대학 입학때 부터 진로를 이쪽으로 생각했었나요?

 

권눈썹 제가 학창시절에 되게 모범생이었어요.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대로 바르게 살아왔는데, 대학을 원하는 곳에 못 갔고, 실망이 커서 20대 내내 방황을 했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1년 반 정도 취직을 못하고 백수로 지냈는데 그때 약간 우울증이 왔었어요.

너무 무기력해서 이 상태로 취업은 어렵겠고 내가 하고싶은 게 뭐가 있었지를 돌아보다, '남미여행은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알바를 해서 여행을 가게 됐어요. 

여행을 갔다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친구를 알게 됐어요. 그 친구를 보면서 ‘사는 게 되게 가벼워 보이고 너무 재밌어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살지?’싶었어요. 그 친구를 마냥 부러워하다가 여행을 마칠 때쯤 '나도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에 미련을 버려야겠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한국에 와서 뭐 할까 하다가 문화 기획을 하는 사람들을 SNS에서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타고타고 가다가 서울에 문화기획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네요. 그리고 20대 중반에 찾아온 방황이 많은 걸 바뀌게 했네요. 

그럼 뮤지션의 길로는 어떻게 접어드셨나요?

 

권눈썹 회사를 다니면서 전시 기획이나 미술 등 예술 쪽 전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놀다가 우연하게 한 친구가

기타로 노래를 만들게 됐거든요. 근데 그걸 보고 너무 신기한 거예요.

‘이게 되는구나’ 이렇게 느껴서 ‘나도 한번 노래를 만들어 볼까?’해서 만들어 봤어요. 

그 노래가 2021년에 발표한 <잠이 안와>에요. 

 

 

저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멜로디나 리듬이 먼저 떠오르기 보다는 하고 싶은 말이 먼저 생각나고,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저는 화술이 좋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은 항상 많고, 글 쓰는 걸 원래부터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산문을 먼저 쓰고, 계속 쓰다 보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정리가 되요.

<잠이 안와>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 만든 곡인데요. 당시 한  세 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살았어요.

너무 좁은 곳에 사니까 폐소공포증이랑 불안이 생겼어요. 그 당시 혼자 외로이 했던 생각을 노래로 만든거에요. 

 


자유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잠이안와 이불위에 앉았네

나는 깊은 생각속에서

까만하늘을 날아다니네

 

달 그림자를 따라 차가

흐르는 소릴 들으며

찰랑이는 나무 사이로

작은 내 집에 닿았네

 

첫번째 EP앨범 ‘꿈의 이름’ 수록곡 <잠이 안와> 중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iI1kcNaJRjw

 

그럼 회사를 나오고 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거군요.

 

권눈썹 기획회사를 다닐 때 배운 것 중에 프로세스 정리하는 기술이 있었어요. 내가 노래를 어떻게 해서 만들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부산에 내려와서 '메마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어요. 메마뮤는 메이크 마이 뮤직(Make my music)의 줄임말인데 음악 초보자들에게 음악 만느는 걸 가르쳐 주고, 완성된 곡을 무대에 올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자작곡워크숍> Make.My.Music. (메마뮤)은 '용기와 기회만 있다면 누구나 각자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철학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퍼플문은 매달 1회 북토크, 원데이 클래스, 미니 콘서트 등을 열고 있다. 누구나 편하게 문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을 환영한다.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문화 프로그램 '이달의 창작자', ‘이달의 언박싱'.

이달의 창작자-작가이자 뮤지션인 이진의 북토크 현장

https://www.youtube.com/watch?v=9tdUXN8zQqY 

이달의 언박싱-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팬미팅 컨셉으로 진행된 미니 콘서트

눈썹님은 다양한 아티스트의 기획을 하고 있으시잖아요. 

어떤 기획 방향을 가지고 하시는지 궁금해요.

 

권눈썹 저는 사람들이 현자엥 왔을 때 어떻게 하면 재밌을지 상당히 고민해요. 마치 개그맨이 코너 짜는 느낌으로요.

아티스트의 새로운 매력을 알 수 있게 하고, 관객들도 새로운 재미를 얻어가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해요. 

공연 기획할 때 아티스트분들에게 해보고 싶었는데 못 해본 공연이나 아이템이 있는지 물어봐요. 퍼플문에서는 그 전에 아티스트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을 작은 규모로 시작해보도록 서포트해요. 

그렇게 했던 기획 중에 프루츠 버니랑 함께한 '이달의 언박싱'이 생각나네요. 

프루츠 버니는 공연할 때는 퍼포먼스가 막 튀는 스타일은 아닌데 유튜브에서는 재미난 콘텐츠를 많이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공연 컨셉 자체를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팬미팅' 느낌으로 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색다르게 진행해보려고 했어요. 

 

듣기만 해도 색다른 느낌이고, 독특해서 인상에 남을 거 같아요. 

이런 기획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서 연구해야 할 것도 많고 배워야할 것도 많을 것 같아요.

 

권눈썹 음악 공부를 어디까지 해야 되는 건가하는 생각에 좀 답답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음악 공부를 많이 하면 진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건가 이것도 좀 궁금하기도 하고... 최근에 어떤 음악 프로듀서님이 얘기하셨던 말이 떠올라요. 

"공부는 자유롭게 하고 싶으면 하고 선택인데, 본인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걸 먹고, 어떤 환경에서 살고, 어떤 것을 보는지가 오히려 좋은 음악이랑 관련이 있다"고 얘기하셨거든요. 근데 그 말에 정말 공감해요.

일상에서 계속해서 재미를 찾고, 생각을 신선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그래서 아침에 운동을 하거나 책 읽거나, 글 쓰는 루틴을 지키고 있고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통해서나 아니면 환경을 통해서나 계속 새로운 생각과 자극을 받으면서 노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그럴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거 같아요.

 

눈썹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눈썹님이 운영하는 글 공간 <브런치>에 이름이 왜 ‘잘 먹고 잘 사는 아티스트가 될래’ 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뮤지션 권눈썹님은 어떤 작업을 계획하고 있나요?

 

권눈썹  저와 이내님, 꼬막님 이렇게 세 명이 '당근과 채찍'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음악 활동을 독려하는 모임을 하고 있는데요. 당근과 채찍이 올 연말에 열릴 '마우스 북 페어'라는 행사에 공연자로 초청받았어요.

기획자 프랭코님이 오는 김에 독립출판물을 가져와도 좋겠다고 하셔서 저도  날짜 맞춰서 한 가지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있어요. 

요리를 못해 재료를 콩처럼 태워버리는 친구가 있는데, 콩순이라고 놀리거든요. 그 친구를 위로하는 노래 <콩순이>를 완성하고, 비슷한 주제로 그림책도 만들어 가져가려고요. 

 

눈썹님의 작업이 글에서 출발해서 음악, 그림으로 뻗어나가는 걸 보면서 소위 말하는 ‘아티스트'는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감각을 자유롭게 키워나가면서 창작물에서 뻔하지 않은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

거기에 더해서 함께 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새롭게 조명해서 보여주려고 고민하는 이로운 기획자이기도 했다.

 

그런 눈썹님은 누구나 감각을 키우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과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을 하는 이유도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글도 쓰고, 멜로디도 만들어 내고, 악기도 다룰 수 있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언젠가 펼치고 싶은 공연, 프로그램이 있으면 퍼플문을 찾아달라고 했다. 

나는 왠지 모르게 설렜고, 기타를 배워서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권눈썹님이 운영하는 SNS 채널

인스타그램ㅣ권눈썹

브런치ㅣ잘 먹고 잘 사는 아티스트가 될래

유튜브ㅣ썹짜르트

 

커뮤니티 공간 ‘퍼플문' SNS 채널

인스타그램ㅣ퍼플문

블로그ㅣ퍼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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