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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노트] '한글자막(CC) 한국영화' 캠페인광고 제작기

미디토리 스토리/제작 현장 소식

by 미디토리 2023. 8. 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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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한글자막이 들어간 영화를 극장에서 본 적 있으신가요?  

영화 <밀수>(류승완 연출)와 <더 문>(김용화 연출)은 한글자막 영화와 무자막 영화를 극장에서 동시에 상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즐기는 대중들이 OTT를 중심으로 늘어났고, 각자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서 영화를 해석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넷플릭스나 다른 OTT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자막서비스 기능을 이제는 극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극장 광고를 제작해 달라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의뢰로 의미있는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디토리는 오래전부터 배리어프리 영상 제작 가이드에 대한 필요성과 방법을 고민했었기에 촉박한 제작기한이었지만 선뜻 해보자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미디토리의 기획안이 채택된 후 남은 제작기간은 벌써 한달 남짓! 절대 계획대로 돌아가지않는 제작현장! 우당탕탕  요절복통 무아지경의 제작 현장속으로 함께 가보시죠!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클라이언트는 광고 타겟이 장애인을 포함하는 '비장애인'이라고 하셨어요. 배리어프리 영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느끼고 있었기에 잘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했는데요.  끝나고 보니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과정을 통해 배리어프리 콘텐츠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걸 알게 되었거든요. 

또 광고 제작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잘 할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미디토리가 걸어온 시간동안 배리어프리와 문화다양성, 공존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조금이라도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간절함도 있었구요. 그 마음에 영상에 그대로 표현되진 않겠지만, 제작 과정과 구성요소 그 어느 지점에서 디테일로 드러날거라 생각했습니다.   

단체사진, 모든 스태프와 배우분들과 함께

 

 

 


# 준비 단계 

 

 처음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광고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한국 영화의 한글 자막 서비스가 도입되고, 이제 그 비중이 점차 늘어날 예정인데 그걸 알리고 싶다. 꼭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즐길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캠페인 광고가 필요하다고 의뢰해 주셨습니다. 

여러 영상업체들에게 대략의 기획방향을 의뢰했고, 그중 괜찮은 기획안을 가진 업체와 제작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배리어프리 영상 영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미디토리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아이디어가 채택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도 노잼인간이라 규정하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부류였기 때문이었는데요.

 

광고를 찍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이 됐었어요. 

제가 연출과 프로젝트 총괄을 담당했는데 배우분들도 계시고 해서 디렉션에 대한 부담감이 좀 있었습니다. 

 또 광고 규모 자체가 우리가 평소에 하던 규모를 뛰어넘기 때문에 스태프들을 꾸려야 했거든요. 이분들은 딱 보면 현장이 어떤 곳인지 어떤 준비 상태인지 파악이 딱 된단 말입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도 있었어요.  

그런데 장은수 미술 감독님이 엄청 용기를 많이 주셨어요. 

그때 황지민 팀장(조연출/편집감독)하고 같이 만났는데 그때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은민 씨 다 똑같아요. 그냥 은민씨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요. 그리고 배우분들은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를 차라리 더 좋아해요.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있게 하면 이해해 줄 거에요.” 

그렇게 얘기를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마음이 좀 더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든 생각은 “아~내만 잘하면 되겠구나.” 였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이번에 경험해봤으니까, 우리가 이런 광고를 제작할 기회가 생기면 미디토리내에서 누구라도 도전해볼수 있는 발판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기획 의도 

이 광고의 핵심 카피  ‘진즉에 자막이 있었어야지.’

 대사가 잘 안 들리는 상황을 상상하다 보니 진즉부터 자막이 있었으면 훨씬 잘 들리고 읽기에 도움이 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거기서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 프로덕션 과정

광고 제작 확정이 두 달 전에 났었고 준비는 거의 한 달 전부터 들어갔는데 배우 섭외가 2주 전에 됐었거든요. 거의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거죠. 한 달 전에는 로케이션 헌팅을 미리 좀 알아봤었고요. 한 달 전부터 외부스텝을 꾸렸죠. 시나리오는 지금의 버전 말고 다른 버전으로도 준비를 했었습니다.  

배우 섭외 과정에서 전화를 제법 돌렸는데요.  우리가 미리 배우로 괜찮은 후보를 몇 명 뽑아놨었잖아요. 그 제작사에 전화를 일단은 다 돌렸습니다. 그래도 섭외 과정이 약간 수월했던 점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하는 사업이기도 했고, 전국 극장가에서 상영된다는 점 때문인지 제작사나 출연진이 고민해서 답변을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우리 부산에서 광고 찍는데요.. 그랬으면 섭외가 안 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광고 제작 일정이 너무 임박한 상황에서 섭외요청을 하는 거라 사실상 출연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핫한 배우 정이랑 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고마웠지요. 취지를 좋게 봐주셨고, 소속사와 영진위가 빠르게 소통해서 배우 확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남자 배우는 구동우 배우 님이라고 여러분의 후보분들이 있었는데 구동우님 프로필 영상을 보면서 확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먹는 연기, 우는 연기 영상을 올려두셨는데 그 연기를 보면서 저희 컨셉이랑 잘 맞겠다 싶어서 사실 정이랑 배우님보다 늦게 섭외가 완료됐거든요. 조연출이 배우 프로필 올려둔 사이트 다 뒤져가면서 막판까지 고민하면서 구동우 배우님과 섭외가 이루어졌거든요. 

 

섭외과정에서 느낀 건 부산이라는 촬영지가 핸디캡이었습니다. 배우분들이 서울에 계셨기 때문에 출장비, 이동하는 경비 등이 서울에 올라가서 한다고 하면  배로 들었을 거라 생각이 들고, 제작비 오버가 됐을 거예요. 문화산업 인프라 자체가 서울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어서 부산에서 배우분들과 광고를 찍으려면 여러모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촬영준비

극장 광고는 15초 내외라 카메라 무빙을 많이 줄 수 없었는데요. 카메라가 움직이다가 컷이 안 붙을 확률도 높았고요. 그래서 피사체와 대사를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앵글로 가기로 결정하고 오히려 대사에 집중하게 만들자고 했고 현장사운드 녹음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스토리보드의 일부

 

스토리보드의 일부


사전 로케이션

로케이션 헌팅 할 때 정성욱 촬영감독님과의 동행으로 좋은 장소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욱 촬영감독님은 예전에 저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 오프닝 촬영을 맡아주시기도 했고, 초장기에 사내 촬영워크숍 선생님이시도 하셨거든요. 부산에서 활동하고 계시고 다수의 단편. 독립영화. 극영화 등에 촬영을 맡아 진행하셨습니다. 

 

미리 저희가 섭외해 둔 공간을 직접 로케를 나갔는데 여러 가지 조건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붕이 가벽처럼 돼 있어서 소음이 문제가 되는 공간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촬영 앵글을 다양하게 잡을 수가 없었어요. 낮에 밤신을 찍을 계획이어서 빛을 다 차단했어야 하는데 막상 가서 보니 막아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거죠. 

그렇게 막으려고 보니까 너무 평면적이고 그 공간 자체가 한 벽밖에 활용할 수 없는 게 문제였어요. 

현장을 보신 촬영 감독님이 그냥 잠깐 얘기를 좀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여기 안 되겠는데요.”라고 바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저희가 한 군데 더 물색해 둔 곳이 있어서 연출, 촬영감독님, 조연출 세 명이 바로 달려갔고, 그 장소가 지금의 광고 촬영 배경이 되었습니다. 

 

현장 경험이 많은 선배님들과 작업을 해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떤 그림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드리면 이게 되는 그림인지 안 되는 그림인지를 빨리 판단해 주시고 바로 피드백 주시는 게 엄청 도움이 됐어요. 의사결정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미술 감독님도  그 분위기가 나올 때까지 만들어내시더라고요.  앵글 안에서 어떤 거를 집어넣고 빼야 되고 디테일한 것들을 알아서 다 진행시켜 주셨습니다. 

 미술 감독님은 그 라면의 그 연기가 연기 디테일이나 아니면 라면의 온도 상태도 체크하셨거든요. 배우가 라면을 먹을 때 입에 화상을 입지 않을 정도의 온도이면서도 뜨거운 연기가 나와야 하는 디테일을 계속 유지해 주셨어요. 대관한 촬영장소의 작은 홍보물이나 벽 곳곳에 노출된 전기선도  하나하나까지 앵글에 안 보이게 다 정리시켜주시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의 소품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욕쟁이할머니 식당 현장을 잘 고증하고 그 분위기를 표현하는데 많이 신경써 주셨어요. 

 

분장 감독님과 작업도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시장 가서 장만해둔 의상을 보시곤 바로 지적 해주신 부분이 있는데, 의상에 달린 액세서리가 문제였어요. 거기 달린 반짝이들이 조명에 반사될 여지가 있음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었는데 촬영이 코앞이라 막막했는데, 분장감독님 어머니 옷을 직접 챙겨 와 주셨습니다.  

 

이렇게 디테일이 모이고 모여 화면의 질감과 깊이감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각자 분야의 전문 영역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컨셉의 광고는  영화 느낌으로 딱 나와야 되기 때문에 이 합이 더 중요했고요. 

1차적으로 내만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을 했고, 두 번째는 좀 작업하러 와서 좀 편안하게 작업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촬영 현장을 조금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미리토리 또 이런 거 제작하면 같이 해보자고 말씀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한글자막(CC*)이 들어간 한국영화 <밀수> 

극장에서 저희가 제작한 광고를 보려고 영화 <밀수>를 보고 왔는데요. 한 달에 한번 미디토리 문화소풍으로 갔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보지 못했어요. 광고 상영을 안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보셨다고 연락이 오는데 저는 극장 광고로는 아직 못 봤어요. 한글자막이 들어간 <밀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영화에 삽입되는 노래 제목과 가사,  음악의 분위기를 전달해 주는 설명자막이 영화에 나왔는데요.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은 사람도 있는 반면에 저는 자막이 크게 방해한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청각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그 씬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정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연출에 따라서는 장면은 엄청 슬픈 분위기인데 역설적으로 경쾌한 음악이 나올 수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영화의 중요한 연출 요소인데 ‘잔잔하고 흥미로운 음악' 이런 식으로 음악으로 장면의 무드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정보인 거 같아요. 

 특히 <밀수>는 영화음악의 비중과 등장이 많은 편이었는데요.  자막으로 정보를 띄워주니 영화 전체적으로도 그러한 연출의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유용하다 느낀 점은  보통은 삽입곡이 궁금하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확인해야 하는데 영화 속에 음악이 나올 때 바로 정보가 제공되니까 그런 점도 좋았습니다. 


 들었던 생각들 

시나리오 쓸 때 고민했던 질문은 아직도 남아있어요. 술 마시고 우는 그 남자가 꼭 남자여야 했을까?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유명하다는 맛집 욕쟁이 노인의 성별은 왜 할머니일까? 욕쟁이 할아버지가 하는 식당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욕하는 건 똑같은데, 욕쟁이 할아버지보다 욕쟁이할머니가 더 호명되는 이유는 뭘까? 뭐 그런 고민들.. 


결론은? 

 

우리가 했던 새로운 시도들 중에 흔치 않은 기회인 건 분명했습니다. 기획부터 저희  주도로 만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잘 없기 때문인데요. 대부분의 의뢰 영상은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가 만든 행사나 그림에서 시작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우리가 전부 머리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그 기획안이 통과되고 광고를 만들어 본 경험은 우리 각자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미디토리가 걸어온 시간 동안 배리어프리에 대해, 문화다양성과 공존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조금이라도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것이 기획에 따라서는 영상에 그대로 드러나진 않을지언정, 이것을 제작하는 과정과 구성요소 그 어느 지점에서 차별화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진즉에 자막이 있었어야지' 유튜브 영상 보러 가기 ▼

이젠 영화관에서 즐기자! 한국영화의 한글자막(CC)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한글자막을 볼 수 있는 영화관 확인하기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입니다.

위 내역은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를 중심으로, 일부 작은영화관 등 기타 영화관이 함께 구성되었습니다. 향후 극장 현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 7.13. (부산) 영화의전당, (

www.kof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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