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작노트] 우리가 싸운 이유, 풍산노조 투쟁 다큐픽션 <천막을 찾아오는 사람들>

미디토리 스토리/제작 현장 소식

by 미디토리 2023. 1. 5. 14:17

본문

세상으로 눈을 돌리니, 어느 때 보다 춥고 혹독한 공기가 느껴지는 때, 

<천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제작하며 추위를 이기는 뜨거운 마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미디토리는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이 기획하여 진행한 <천막 in the city>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12년 간 투쟁을 이어온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큐픽션으로 풀어냈습니다. 

 

<천막을 찾아오는 사람들> 시놉시스
풍산재벌 특혜개발과 부당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십년을 넘겼다. 풍산마이크로텍지회 조합원들이 시청 앞 투쟁을 이어가는 하루 동안, 여러 사람들이 천막을 찾아온다. 일터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천막 안의 이야기가 발화되어 카메라에 담긴다. 투쟁이 십년이 넘어가도록 이들이 지킨 것과 남기고 싶은 것들은 무엇일까.  

* 다큐픽션 :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결합한 영화 장르이다. 다큐픽션은 사실성을 살리면서도 예술적 표현을 사용해 강렬하게 제시하기 위해 허구의 요소를 도입한 영화 장르이다. 다큐픽션은 픽션의 요소를 포함한 다큐멘터리이므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실시간으로 촬영하며 캐릭터는 현실에서의 그 자신을 연기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천막의 이야기를 소리내어 말하다”

아침 선전전, 천막으로의 출퇴근, 투쟁일지로 가득한 노동조합 사무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지언정, 12년째 묵묵히 투쟁을 이어온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들.

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조합원 분들과 몇 차례 사전인터뷰를 진행하며,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수차례 반복했을 이야기를

그래서 어쩌면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는 부산시청 앞 천막농성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합원들의 하루일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 곁으로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풍산 투쟁의 전말, 싸움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투쟁 이후 ‘우리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사진 ⓒ정하린 haMOLA)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

다큐픽션이라는 장르 또한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천막의 하루일과는 실제 상황이지만, 천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조합원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전문 배우와 스태프가 연기한 것입니다. 

연출자로서 실제이지만 실제가 아닌 상황을 관객이 인식하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현재시점을 흑백화면으로 과거시점을 컬러화면으로 설정했습니다. 영상이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객이 픽션임을 인식하여 실제 현실은 훨씬 녹록지 않음을 알아주었으면 했고, 희미한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투쟁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특혜개발의 중심이 된 풍산 부지의 모습

(사진 ⓒ미디토리협동조합)

 

 

“기나긴 장기투쟁과 가슴 속 응어리”

<천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 중 가장 핵심은 네 명의 조합원이 둘러앉아 12년간 투쟁의 소회를 나누는 마지막 시퀀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왜 싸웠는지, 투쟁에서 남기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떤 것으로도 내려가지 않는 가슴 속 응어리는 무엇인지.

무심한듯 오고가는 대화는 부조리와 비겁함이 넘쳐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정통으로 맞서는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 존재함을 확인시키며, 가슴 속에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사진 ⓒ미디토리협동조합)

 

 

“한 단락 맺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다”

이번 프로젝트는 투쟁X예술 아카이브展 <천막연대기> 전시로 따듯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전시 오픈식에 많은 분들이 발걸음 해주시고, 무엇보다 풍산 조합원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더욱 뜻 깊었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 문영섭 지회장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12년간의 투쟁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그것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투쟁의 한 단락을 맺고,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단락으로 투쟁을 이어가는 것이다.’라고요.

우선 백서로 투쟁을 정리하는 일을 본인의 책무로 여긴다고 하셨고, 투쟁의 방식도 문화적으로 접근하여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저희에게도 앞으로 영상 상영과 관련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하며, 늦은 밤까지 이야기는 계속 되었습니다.

(사진 ⓒ정하린 haMOLA)

 

⛺️<천막연대기> 웹페이지

https://triangular-crabapple-256.notion.site/7b8b44b95458459a8bb04095b26bab2f

 

천막연대기

풍산 12년, 투쟁 X 예술 아카이브展 <천막연대기>

triangular-crabapple-256.notion.site

 

 

 

글. 황지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