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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철길마을, 할머니들한테 찍혔다

local & community/미디어교육

by 미디토리 2011. 12. 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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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철길마을에서 할머니 7명이 참여한 사진전이 개최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나·동네골목이 주인공 뿌듯"

"그냥 예뻐서 찍은 건데 선생님들이 잘 찍었다 카네.(웃음)"

2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개금초등학교 뒤편 일명 '철길마을'에서 이색 사진전이 열렸다. 바로 '기찻길 옆 우리마을 사진전'. 동서고가도로와 철길 사이에 끼어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이 마을 한가운데에 세워진 하얀색 벽에 사진 작품 30점이 걸렸다. 모두 이 동네에서 40~50년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찍은 작품들이다. 

강명희(75) 씨 등 철길마을 70·80대 할머니 7명은 지난 4월부터 예비사회적기업 '미디토리' 강사진에게 사진교육을 받았다. 소외계층 대상 미디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미디토리가 부산문화재단 산하 부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8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철길마을 경로당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진교육을 진행한 것. 

교육을 담당한 박경배 미디토리 제작팀장은 "자신의 사소한 이야기와 주위 물건들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알려드려 어르신들이 삶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게 하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카메라를 만지려 하지 않던 분들이 나중에는 강사들도 깜짝 놀랄 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카메라를 다뤄본 적이 없는 할머니들은 첫 단계인 '초점 맞추기'부터 애를 먹었지만, 이내 배운 내용을 적용해 프레임 안에 마을과 이웃,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올여름·가을, 시간이 날 때마다 마을을 돌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 열매로 이날 전시된 사진에는 철길, 가파른 육교, 오래된 집, 이웃 주민, 길고양이, 화초 등 마을 곳곳이 할머니들만의 시각에서 표현됐다. 길고양이 '태순이'가 무심하게 걸어가는 사진, 철길과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있는 주택가를 담은 사진을 보고는 강사진이 "구도가 평균 이상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가장 많은 작품을 출품한 강명희 씨는 "낡고 오래된 골목길과 주택을 찍어 개발이 필요한 우리 마을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지만, 예술적인 면이 빛나 낙후된 마을마저 운치있어 보였다. 이날 단 하루 열린 사진전에 곱게 단장하고 나타나 내내 웃음을 감추지 못했던 '할머니 작가'들은 이미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선 듯 보였다.

[기사링크]
https://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111124.2200921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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