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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부산 영어상용도시화 추진 과연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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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부산 영어상용도시화 추진 과연 타당한가>

 

 

 

● 방송 : 2022. 9. 24. (토) 08:30-09:00

● 제작/출연: 강진희(부산학부모연대 공동대표)

● 제작지원: 황지민(미디토리협동조합)

● 진행: 김보영

 

왼쪽부터 강진희(출연자), 김보영(사회자)

 

 

 

 

[오프닝]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 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김보영입니다.

최근 부산시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발맞춰 부산을 영어상용도시로 조성하겠다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영어상용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부산 영어상용도시화 추진 과연 필요한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본방]

MC 01 /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부산시 영어상용도시 추진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 옆에는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공동대표 나와계십니다. 

 

강진희 / 안녕하세요. 부산학부모연대 공동대표 강진희입니다.

 

MC 02 / 네, 반갑습니다. 최근 부산시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를 준비하면서 글로벌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일단 ‘영어상용도시’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추진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강진희 /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인 '영어상용도시'는 영어로 소통이 원활한 환경을 조성하고, 공공기관에서 외국어 서비스가 불편 없이 제공되는 곳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박형준 시장은 영어 상용도시 조성을 위해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영어역량 강화’, ‘영어 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조성’, ‘영어 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 등 4대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부산시는 이를 위해 공공안내판과 시설물 이름, 교통수단 등에 영어를 사용하며, 공문서와 시정 보도에 영어를 사용, '영어 능통 공무원 채용 확대' 하는 공공기관 선도 영어사용 전략과  '외국인학교 유치' '권역별 글로벌 빌리지(영어마을) 등 거점교육센터 조성' 방안 등을 내놨습니다. 

 

MC 03 / 네, 추진전략만 놓고 보면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강진희 / 부산시가 내세우는 4대 전략과 하부 추진계획들을 보면 무늬만 그럴듯하고, 실제로 목표 달성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회의적입니다.  

부산시가 발표한 4대 전략은 ‘부산형’이라는 포장을 제외하면 기존의 타 시·도와 기관에서 추구했던 전략과 대동소이합니다. 여기에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 낭비가 따릅니다. 실패하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용두사미가 되는 꼴이 되는 것이죠. 

이번 영어상용도시 공약은 유럽연합(EU)의 공인도 받지 않은 스웨덴 민간 영어교육업체의 상업적 평가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충분한 현실적 근거도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MC 04 / 네,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 공약이 공신력 있는 근거도 부족하고, 또 기존 다른 지역에서 시행한 전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씀이신데요. 그러면 다른 지역의 사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강진희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영어공용화 정책 시도는 그간 수차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일부 지자체는 야심 찬 영어마을(English village)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돈만 먹고 문을 닫았으며, 대기업이 시도한 영어 상용화도 실패했습니다. 지난 2004년 '국내 1호 영어마을' 안산영어마을 개원 첫해 118억원의 손실이 난 후 2012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파주 영어마을을 비롯한 여러 영어마을이 모두 실패했으며, 2008년 영어몰입교육 시도도 교육적 근거가 부족해 무산됐습니다. 

또 서울시에서 2003년에 공문서를 영문으로 만들고 간부들 영어회의를 추진했던 영어공용화 정책, 서울 서초구청이 2008~9년에 시행했던 공무원 영어회의 등이 이미 실패한 실험으로 끝났습니다. 

 

MC 05 / 말씀하신대로 공약이나 추진전략도 부실하고, 국내 성공 사례도 없는 상황이라면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강진희 / 한글 단체들은 공공언어 훼손이 우려되는, '근거도 없고 명분도 없는 설익은 정책'이라고 반발했습니다. 특히 공문서 등에 영어 표기를 확대하겠다는 방안은 알기 쉬운 용어 사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강조합니다. 

부산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도시 대부분은 이미 '영어 친화적 환경'입니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 번화가의 간판 중 우리글과 말로 된 건 거의 자취를 감췄고, 굳이 찾는다면, 영어 발음을 우리글로 적은 게 전부입니다. 가게의 이름도, 거기서 파는 물건의 이름조차 죄다 영어죠.

되레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적잖은 지장을 받고 있을 지경입니다.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모든 시민이 영어를 배워야 할 이유도 없고, 주변의 여러 시설물이 영어 명칭으로 적혀 있는 영어 환경에 내몰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MC 06 / 모든 시민이 영어를 배워야 한다? 조금 생뚱맞은 논리인 것 같기도 합니다.

 

강진희 / 부산시의 맹목적인 '영어 사랑'은 학교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당장 2030년까지 관내에 500여 개의 어린이를 위한 영어 전용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부산에 거주하거나 여행 온 외국인과 아이들이 어울려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말하자면, '부산형 영어 마을'인 셈인데, 언뜻 '영어 전용 키즈 카페'를 지방정부가 나서서 운영하겠다는 발상 같기도 합니다. 과연 얼마나 취지를 살릴지는 모르지만, 영어가 '출입증' 구실을 하는 곳이어선 곤란합니다. 아이들에게조차 영어가 하나의 외국어가 아닌 '권력'으로 여겨질 테니 말입니다. 

이는 그러잖아도 좀체 수그러들 줄 모르는 영어 사교육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됩니다. 부산시교육청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니만큼 학교에서 영어 교육의 비중이 커지게 될텐데, 벌써부터 영어 사교육 시장도 '재도약'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영어 교육이 강조될수록 상대적으로 우리글이 홀대받는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영어 교육을 강조하지 않아도 오매불망 '원어민(Native-Speaker)'을 꿈꾸는 사람이 차고도 넘치고,  과거 우리가 일본이 아닌 미국의 식민지였다면 더 좋았을 거라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인데 국어의 앞날이 걱정이 됩니다.  

 

MC 07 / 말씀하신 것처럼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영어 남용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부산의 외국어 사용 실태가 어떠한지 알 수 있을까요?

 

강진희 /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가 17개 지방자치단체의 최근 2개월치 보도자료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부산시가 외국어 남용 자료의 비율(6월 75%, 7월 74.7%)이 단연 1위를 차지했는데요. 낱말 1000개 가운데 부산의 외국어 사용 횟수(6월 15.37회, 7월 16.07회)는 울산(6월 2.78회, 7월 2.61회)의 거의 6배에 이르렀답니다. 부산에서는 기존의 명칭에 별칭을 달거나 아예 새롭게 바꾸어 쓰고 있어요. 

광안대교를 다이아몬드브릿지로 달맞이길을 문탠로드로 부르는 등 이건 단적인 예에 불과하구요. 새롭게 들어섰거나 들어설 건물이나 시설물의 명칭을 볼까요. 센텀시티, 마린시티, 에코델타시티, 휴먼브릿지, 금빛노을브릿지, 사상리버브릿지, 감동나룻길리버워크 등 현란합니다. 

 

MC 08 / 네, 그렇군요. 말씀하신 영어 남용 이외에 영어상용도시화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또 무엇이 있을까요?

 

강진희 / 정녕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영어 실력이 아니라 우리글의 문해력입니다. 

현직 교사가 쓴 글을 보았는데, 박형준 시장의 눈엔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보이는지 몰라도, 국어의 어휘력에 견준다면, 요즘 아이들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미국인으로 느껴질 정도라고 하더군요. 단어를 영어로 풀어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한다구요. 지난해 EBS의 ‘당신의 문해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영어 교사는 학생들이 한국어 단어 뜻을 몰라 영어 단어를 가르치기 어렵다고 토로했고요.

이처럼 국어 능력이 낮으면 영어 능력도 향상될 수 없으므로 국어 보존에 대한 정책뿐만 아니라 국어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육성 정책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MC 09 / 네, 내실없는 영어상용도시 추진 이전에 시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강진희 / 영어상용화 도시는 지금도 불편을 겪고 있는 영어약자에 대한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고, 영어 사교육을 부채질 하면서 빈부의 격차에 의한 교육격차를 조장할 우려가 큽니다. 지금도 학생들은 영어에 시달리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영어가 상용화 된다면 그렇지 못한 세대와의 소통도 어려워져 세대 갈등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국어가 아니라 영어가 강조된다면 우리말에 대한 소중함도 점차 떨어지고 자존감도 떨어지며 문화사대주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어쩌다 한 번, 외국인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엑스포 따위에 연연하기보다 평범한 시민의 일상생활을 보듬는 시정이 백만 배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가 아니라 영어를 몰라서 도망가는 도시가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MC 10 / 네, 오늘은 부산시의 영어상용도시화 추진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리해주신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님 고맙습니다. 

 

강진희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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