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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시민세상] 책<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 한 1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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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114일간 투쟁을 기록한 책 <현장의 힘> 저자이자 부산지역일반노조 사무국장 '배성민' 작가와 책 속 주인공인 신라대지회 정경엽 지회장님이 출연하셨습니다. 언론미디어에 못다한 이야기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일상이 담겨 있는 책을 직접 소개해주셨습니다. 

 서울, 경기 등 중심부에 비해 변방에서 싸우고 있는 부산지역 노동자들의 투쟁은 알려지기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하면 조금더 알려낼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책 출간까지 이루게 되었다고 하시네요. 복직 투쟁에서 승리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정경엽 지회장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우리 목소리 들어 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말씀도 함께 전해주셨습니다. 


부산MBC <라디오시민세상> 

〈제목: 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 한 114일〉 

 

  • 방송: 2022. 11. 12(토) 08:30~09:00 (부산MBC 95.9)
  • 녹음: 2022. 11. 11(금) 10:00~11:00
  • 녹음장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3층 라디오녹음실
  • 출연: 배성민(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 정경엽(신라대 청소노동자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지회 지회장)   
  • 제작: 배성민  
  • 제작지원: 박지선(라디오시민세상제작지원팀/ 미디토리)

 

[오프닝]

S.G. 라디오, 시민세상

 

MC: 안녕하세요. 부산 시민이 만드는 청취자 제작프로그램,

<라디오 시민세상>의 김보영입니다. 

 

 입동이 지나니 코끝이 찡해지는게,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겨울 부산에서 일어난 일들을 돌이켜보면 신라대 청소노동자분들의 복직 투쟁과 따뜻한 연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2021년 1월 학내 청소노동자 51명은 전원 해고를 통보받고 학교 본부 로비에서 114일간의 농성투쟁을 이어가셨죠. 마침내 복직과 직접고용이라는, 당연하면서도 기쁜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긴 여정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고 하는데요. 책 제목이 <현장의 힘>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책을 직접 쓰신 배성민 작가와 책 속 주인공 중 한분이시죠, 정경엽 지회장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하는 말씀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MC 1/ 오늘 <라디오 시민세상>에서는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현장의 힘>이라는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책을 쓰신 배성민 작가 그리고 정경엽 지회장님 나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배성민(이하 배)/ 반갑습니다.

정경엽(이하 정)/ 반갑습니다. 

MC 2/ 네, 두분 반갑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까요? 

 

정/ 안녕하세요. 신라대 청소노동자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지회 지회장 정경엽입니다. 

배/ 네, 안녕하세요.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사무국장이자 <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 이라는 책을 쓴 배성민입니다.  

 

MC 3/ 작년, 복직을 위한 농성투쟁을 하시면서 라디오시민세상에서도 그 소식을 알려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복직 소식을 듣고 참 기뻤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정/ 네, 말씀하신 것처럼 작년 1월, 신라대는 학령인구가 줄어들었으니 지방대가 어려워졌다면서, 저희에게 집단해고를 통지했었죠. 저희 51명의 청소노동자들은 114일의  농성 투쟁 끝에  2021년 12월에 모두 복직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살았는데요. 저희 조합원들과 연대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직접고용까지 쟁취하고, 고용불안 문제도  해결했습니다. 저희 소식을 알려주고, 들어주신 라디오시민세상 청취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MC 4/ 네,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게 해주셔서 저희도 감사드립니다. 조합원들이 지내온 114일간의 농성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는데요.  제목이 <현장의 힘>이죠? 배성민 작가님,  현장에서 해고투쟁을 지원하면서 책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배/  네, 우리가 보통 뉴스에서 접하는 노동조합 소식은 늘 비슷한 이미지잖아요. 농성 투쟁하면서 분노로 가득찬 현장의 모습들이 대부분이죠. 농성장의 일상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들은 보도자료로 풀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요.  

 

MC5/ 그렇군요. 농성장의 소소한 일상들이 책에 담겨있다고 하니 더 궁금해지는데요. 청취자분들께 살짝 들려주실수 있을까요? 

 

정/ 책에 ‘수련회' 에피소드가 있어요. 투쟁 중에 농성장을 비우고 황매산에 수련회 갔던 이야기인데요. 저도 처음엔 농성장을 비우고 가는게 맞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좋았어요. 농성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 코에 바람도 넣고 조합원들과 맛있는 것도 먹고 하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배/ 수련회 다녀와서 조합원들 사기가 많이 올라가서 그 후에도 매주 주말에 연대 집회에 참석 하고 관광지를 다녔어요. 농성은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잖아요. 잘 버티기 위해서는 잘 쉬고, 잘 놀아야 한다는 걸 책을 통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하루하루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조합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구요. 그 소중한 순간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MC 6/ 네, 농성장의 작은 이야기들이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투쟁이 어찌보면 타지역에서 알기가 힘든 사안인데, 책을 통해 더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거 같습니다. 어떤가요?

 

배/ 맞아요. 사실 청소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해서 10년동안 농성을 세번이나 하고, 이러한 투쟁으로 직접고용을 쟁취한 사례는 전국에서 신라대가 유일하거든요. 전국 뉴스에도 신라대 투쟁의 역사가 한 번 나올법도 한데 지역 신문 이외 취재를 잘 안하더라고요. 서울,수도권 중심적인 한국사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서울에서 있었던 청소노동자 문제는 전국에 이슈가 되더라고요. 최근에 연세대 학생들 청소노동자 고발 사건 같은 경우도,  신라대 투쟁 때 이미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죠. 지방 대학의 위기 속에 소리 소문없이 학교를 떠나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어요. 

 

MC 7/ 그렇군요.  책 출간 이후 작가님의 의도가 전국 언론에 잘 전달된 거 같은가요?

 

배/ 책 이라는 매체를 쓰면 지금 당장 이야기가 되지 않아도 청소노동자 문제가 이슈되면 책이 언급될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역언론에서 책 소개를 적극적으로 해주셨습니다. 전국 언론에는 비중있게 실리지 못했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풀어나가는게 지방에서 글을 쓰는 저자로서 숙제로 남았습니다. 

 

MC 8/ 네, 책 출간 이후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어떤가요? 

정/ 책을 읽고 울컥한 순간이 많았어요. 우리가 이 힘든 일을 어떻게 해냈지?..라는 생각도 들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어요. 이 투쟁에 승리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셨거든요. 그 고마움이 다시금 떠오르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나중에 또 농성 투쟁하면 이렇게 열정적으로 다시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세 번은 했지만 네 번은 힘들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세번째 농성이 힘들었어요. 

 

MC 9/ 네, 책을 읽다보면 그 때의 마음이 떠오른다는 지회장님의 말씀처럼 저희도 그 마음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하는데요.  <현장의 힘> 책 속 문장들을 함께 들어볼까요?

(배경음악 F.I)

정/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왜 위험하게 투쟁하냐고 가족들이 찾아와서 설득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언니들은 끝까지 농성장을 지켰어요. 남자들만 의리있는게 아니거든요. 언니들은 의리로 농성장에 앉아 있던 거였어요.” 

배/ “이처럼 집단해고에 맞서 싸운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싸움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싸움이기도 했다.” 

정/ “우리는 페미니즘이나 노동운동은 잘 몰라요. 노조하면서 &나&라는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을 뿐입니다. 그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시작했는데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여자들만 집안일 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여자가 바쁘면 남자도 집안일 해야 하는 거죠. 노조를 통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알게 되었다면 투쟁을 통해서 성적으로 평등한 삶을 살게 되었어요.” 

(배경음악 F.O)

 

정/ 이 이야기는 정현실 전 지회장 이야기인데요. 저도 이 이야기에 많이 공감해서 읽어봤습니다. 

 

MC 10/ 네, <현장의 힘> 책 속의 문장들을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좀 이어가볼까요? 지난해 투쟁으로 직접고용을 이끌어내셨는데, 그 이후 일터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네, 저희도 직접고용이 되면 처우가 나아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청소노동자에게 별도의 ‘미화원 임용 규정’을 만들어 업무별로 차별 대우를 계속하고 있어요. 노조를 통해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의 입장은 강경하기만 해요. 용역업체에 고용되었을 때에 받았던 임금과 처우를 유지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심지어 학교는 인력이 반으로 줄었는데 용역때 하지 않던 외곽 청소를 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폐지수거를 저희가 하면 재활용 판매금은 노동자 복지를 위해 썼는데 그것도 학교가 가져가고 있어요. 심지어 올해 임금협약에 대한 소급분을 내년에 지급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요. 안정적인 고용은 보장받았지만 노동강도는 더 높아졌고 처우 개선은 너무나 먼일 같아요.  

 

MC 11/ 그렇군요. 아직도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취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 10년정도 노조 활동을 하면서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 없이 학교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파업을 통해 증명했기 때문에 이 일에 자부심도 생겼구요.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그래서 오늘도 저는 붉은 노조 조끼를 입고 우리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자 집회에 참석하러 갑니다. 

 

배/ 지방대 위기로 해고된 신라대 청소노동자 이야기를 통해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하나씩 풀어가고 싶었습니다. 그 첫 발걸음이  <현장의 힘>이라는 책을 엮는 일이었습니다. 꼭 한 번 읽어봐주세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하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고맙습니다. 

 

MC 13/ 네, 오늘은 <현장의 힘> 책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함께 자리해주신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배성민 사무국장님, 그리고  신라대 청소노동자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신라대지회 정경엽 지회장님, 고맙습니다. 

 

정, 배/  고맙습니다.

 

 

*<라디오 시민세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 부산센터 지원으로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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