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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들

film /독립영화 리뷰

by 미디토리 2018. 6. 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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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록영화제는 5월 18일(금) 19시 30분부터 허주영 운영위원의 추천으로 김경만 감독의 <지나가는 사람들>을 함께 보았습니다. 김경만 감독은 <미국의 바람과 불>과 같은 편집 다큐멘터리를 주로 작업하는 분입니다. 1950년대 기록필름부터 최근 한국 사회의 모습을 86분의 런닝타임에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감독은 "시대에 휩쓸리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에서 인간의 마음을 발견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힙니다. 영화는 총 4가지 챕터로 구성됩니다.


0. 해고자에서 쇼핑몰에 이르기까지 이 시대의 공기

 I. 잃어버린 얼굴들 1945~1948 : 엄혹한 시절, 다가올 전쟁을 알지 못한 채 지금과 다른 얼굴을 지녔던 사람들과 거리. 
 II. 피난민과 포로 1950~1953 : 전쟁 아래에 놓인 얼굴들. 
 III. 동원과 노동 1953~1966 : 전쟁으로 인해 가능해진 동원체제와 노동의 고단함, 그리고 인간의 마음. 
  


15여명의 관객들이 모였습니다. 86분 동안 진행되는 기록필름을 보는 건 많은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는데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정말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쭉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 쇼핑몰을 또각또각 걸어가는 사람, 모두가 걸어가는데 간혹 멈춰 쭈그리고 앉아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다 영화는 암정되고 1945년부터 1965년까지의 흑백필름을 비춥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남산만한 짐을 지고 피나가는 사람들, 그러다 몇 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피나가는 사람들, 포로로 끌려와서도 카메라가 신기한듯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들. 나중에 전쟁이 끝나서도 사람들은 국가주의 방식으로 재건에 동원돼 야산을 맨 몸으로 개간하고, 바다를 흙으로 메꿉니다. 말도 안되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실소와 함께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상은 속도를 더해 빠르게 돌아가니,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은 뭐 말이 되는가 싶지만서도 그때는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세상이었는데, 국가 홍보용으로 촬영된 기록필름에는 인간에 대한 연민은 깡그리 사라지고, 성실한 노동의 찬양으로 가듭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시대의 독재자들이 국민들을 일개미마냥 얼마나 작은 존재로 바라봤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영화를 보고 둘러앉아 서로 느낀 점들을 나눴습니다. 


"기록물을 쭉 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어렵기도 했어요."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감독의 강한 의도를 느꼈습니다."


"전쟁 이전의 사람들의 얼굴에서 생기 있는 표정을 봤습니다. 지금은 풍요롭지만 오히려 질식돼 있는 느낌이예요."


"한 마디로 뚝심 있는 영화였습니다. 역사란 말을 다시 배운 듯합니다."


"마치 다른 세상을 본 것 같습니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걸아가는데, 아무 말이 없고 지나가는 모습이 섬뜩했습니다."


"예전에는 너무나 힘든 데도 다같이, 어려운 일을 해내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국가 홍보영상이라 그렇겠지요?"


"그 시절에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목표가 우선시 되었습니다. 산업화를 겪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파편화 된 것은 아닐까요?

생존하기 위해 두 발로 틀 속에 들어가는 세대가 바로 우리인 거죠. 진입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이요. 슬프네요."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아직도 모른다. 많이 순화해서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시기를 직접 겪은 어르신들은 정말 힘들 듯하다. 

그 점을 우리는 지금까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거고."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를 본 만큼 다양하고 색다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영균씨가 가져오신 스페인 꿀차는 우리의 수다가 계속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 중 이 영화를 골라온 허주영 운영위원의 소감을 옮기며 후기를 마칩니다.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 마냥 불행하다고 볼 수 없고, 과거도 마냥 행복이라고 볼 수 없는 거겠죠.

저 시대에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모습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지금도 기록되지 않은 삶이 많은 세상인데, 우리가 잘 한 번 살아봅시다."


다음 6월 초록영화제는 6월 22일(금) 저녁 7시 30분, 온배움터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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