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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월 초록영화제] <여자답게 싸워라>, <아빠가 죽으면 난 어떡하지?>

film /독립영화 리뷰

by 미디토리 2017. 11.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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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초록영화제는 '여성, 청년'을 주제로 두 편의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최대의 관객이 모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26명의 관객이 갑작스런 추위를 뚫고 상영장에 도착했습니다. 멀리 창원에서 오는 관객도 있었다니, 영화에 대한 뜨거운 호기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직접 만든 바질페스토, 생강차, 책을 판매하는 소소한 장터도 꾸려졌었고요. 저는 신선한 바질페스토를 이 자리에서 구입해 맛나게 만들어 먹었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를, 호미씨에게 드립니다.




 


Fight like a Girl, 2017

다큐멘터리 한국 33분

이윤영






줄거리


화병이 난 윤영은 싸움을 하기 위해 주짓수를 배우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라서’ 약하다는 자기 혐오를 멈출 수 없다. 자신의 여성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국내 유일한 여성 주짓수 블랙벨트(이희진)를 찾아간다. 희 진은 여성 수련자들의 특성을 소개하며, 지금은 콤플렉스인 것들이 결국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알려 준다. 위로를 얻고 윤영은 시합에 나가서 자신보다 약한 조건인 사람은 이긴 반면, 자신보다 강한 조건인 사람에 게는 처참히 패배한다. 강약을 전복시키는 것이 싸움이라는 것과 싸움을 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기자 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계속 싸움을 배우고 ‘여자답게’ 변해간다. 




첫 번째로 본 영화는 이윤영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여자답게 싸워라>입니다. 감독은 고시원에 사는 영상작업자입니다. 좁은 방에 주거와 노동을 함께 해결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보다 감독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영상작업자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일방적인 요구와 태도들입니다. 임금을 체불해놓고 미안함은 커녕 오히려 당당한 클라이언트를 보고, 감독은 속으로 외칩니다. "싸우고 싶다!"고요. 그렇게 감독은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무술, '주짓수'를 배우러 갑니다.


하지만 주짓수 도장에서도 감독은 좌절합니다. 우선 남성 수련자와 대련을 할 때, 아예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성 수련자들이 대련할 때 팽팽하던 분위기가 여성 수련자가 등장하는 순간 깨지고 맙니다. 모두들 여자 수련자를 약하고, 한 번 잡아주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도장의 사범마저 '여자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진다'고 대놓고 여성 수련자들을 무시합니다. 


감독은 고민합니다.


'동등하게 싸우고, 제대로 강해지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게 욕심일까?'

'다른 조건으로 같은 위치에 올라서고 싶은 건 욕심일까?'


어느날 주짓수 전국체전에 아마추어의 자격으로 과감히 출전합니다. 그리고 1번의 우승과 1번의 실패를 경험합니다. 이유는 당연합니다. 체급입니다.  감독은 자신보다 큰 상대에겐 지고, 자신보다 작은 상대에겐 이깁니다. 이기고 나서도 미안함 마음 투성입니다.


'나보다 약한 존재인 사람에겐 이기고, 나보다 강한 사람에겐 진다.'

'내가 강한 게 원망스러울 줄이야.'


그리고 멋진 여성 사범을 만납니다. 깨달음을 얻지요.


'여성스럽게 싸울 것!'


여자처럼 섬세하게 움직이고, 도망가지 않고 탈출할 것. 그리고 여자인 것을 숨기려하지 않고, 여자이기에 여자처럼 싸워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마 윤영 감독은 주짓수를 비롯해 앞으로의 노동, 삶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여자로써 살아가야 할 지 큰 힌트를 얻은 듯 보였습니다.

영화를 본 우리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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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Papa, please don’t leave. , 2015

434

다큐멘터리 한국 32분


줄거리


다들 힘들다는데 순아는 별로 힘들지 않다. 순아는 아빠에게 충분한 용돈을 받기 때문이다. 편하게 사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 순아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알바를 시작한다. 그런 순아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 
  
나는 아빠에게서 기본소득을 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당장의 생계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면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내가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과 혼자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쓸모없다는 취급을 받고 무기력한 것은 우리 탓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무기력 다음을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구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당당하게 사회로부터 배당 받아야 할 ‘나의 몫’을 요구하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영화는 남순아 감독의 <아빠가 죽으면 나는 어떡하지?>입니다. 영화감독 지망생인 순아는 대안학교 고등과정도 자퇴해버리고, 대학도 가지 않습니다. 나이는 성인인데 아빠에게 월 70만 원의 용돈을 받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순아가 그걸 바탕으로 하고자 하는 걸 하도록 돕습니다. 그런 순아가 고민에 빠집니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 제 밥벌이하지 않는 제 자신이 어쩐지 무능하고 사회부적응자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친구들도 그런 순아를 적극적으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싫은 일도 해야 하는 게 어른이라고 말해줍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영화는 무거운 제목과 달리 경쾌합니다. 순아는 친구들의 조언에 따라 하루 3탕의 알바를 뛰며 돈을 법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먹고 사는 게 무엇인지, 어떤 일이 의미가 있는 지 끊임없이 물으러 다닙니다.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인지 고민합니다. 순아는 다행히 아버지의 용돈이 있어 삼각김밥을 먹지 않아도 되며,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테이크아웃 초밥을 사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 영화를 찍을 수 있지요. 아버지는 말합니다. 용돈이 아니라, 사회가 너에게 주는 기본소득을 대신 주고 있노라고요.


순아는 기본소득 집회에도 참여하며, 자신이 아빠에게 기본소득을 받는 것처럼 친구들도 월세 걱정에 꿈을 미루지 않고, 전깃세 걱정에 전기장판에 몸을 밀어넣지 않길 바래봅니다. 기본소득, 누구나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꿈꿔 보는 거라고, 순아는 자신의 삶을 통해 당당하고 신나게 말해줍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고 여러 질문을 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것에 성실하지 않다는 비난을 받고, 어쩐지 공짜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받는 걸 어떻게 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요. 우리의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순아의 삶을 통해 이런 삶을 구체적으로 꿈꿔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소중했습니다. 그리고 꼭 실현됐으면 하는 소망도 덧붙이게 됐습니다.


초록영화제는 12월에도 계속 됩니다. 재미난 영화 감상, 즐거운 대화 시간이 여러분의 참여로 완성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예비관객은 070-4349-0910으로 문의주세요^^


글쓴이/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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