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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인터뷰 매거진 NOW] 미디어로 소통하는 팔방미인 : 미디토리

미디토리 스토리/언론이 본 미디토리

by 미디토리 2015. 8. 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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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미디어로 소통하는 팔방미인 : 미디토리



 

 

다큐멘터리 제작부터 라디오 제작, 출판, 영상·사진·글쓰기 등의 미디어 교육, 공동체 상영, 연구 조사, 팟캐스트까지. ‘미디어’와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척척 해내는 곳이 있다. 부산 어디에서나 미디어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는 미디토리다. 미디토리(meditory)란 이름은 미디어(media)와 스토리(story)를 합친 말. ‘미디어로 이야기를 디자인한다’는 모토 아래, 2011년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첫 발을 뗀 뒤 지금까지 발이 닳도록 바삐 뛰어왔다. 지역 문화의 활성화와 꾸준한 작품 활동의 의지까지, 미디어를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미디토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 부탁한다. 
김정근(이하 근) | 미디어 관련의 전반적인 일들, 미디어 교육, 영상 제작, 인쇄 디자인, 라디오 제작, 이주 노동자 대상의 팟캐스트 등 다양하다. 영상, 교육, 디자인 각각의 파트가 있고, 대표 박지선 감독을 비롯해 8명의 구성원들이 각 영역별로 참여하고 있다. 나는 제작 전반 분야를 관리하는 제작팀장으로 있고, 김은민 감독은 상영배급 담당으로 미디어 교육, 계약 관련, 공동체 상영을 맡고 있다.

 

2011년 미디토리가 처음 생기고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김은민(이하 민) | 처음에 ‘평상필름’에서 활동하던 선배들이 미디어 활동으로 먹고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보자며 사회적 기업을 제안했다. 그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주변에서 모여 ‘미디토리’란 이름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게 됐다. 
근 | 사회적 기업이라는 형태가 장점도 있지만 한계도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활동가들의 임금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해 수익을 좇아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의무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해야 하는 부분이 버거울 때가 있었다. 그러다 작년 10월쯤 결단의 시기가 왔다. 사회적 기업의 형태는 주식회사인데, 사실 내부적으로 우리 구성원들의 관계는 평등하다. 그 두 가지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모든 구성원이 1인 1표로 동일한 권리를 갖는 거다. 결정과 합의가 더뎌진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외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내부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각자 담당이 있지만 협업이 많을 텐데, 의견 공유는 어떻게 하나?
민 | 연초에 굵직한 사업들을 결정하고, 각자가 맡을 사업을 나눈다. 중간에 미디어 교육이나 영화 제작 같은 사업들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판단하고. 보통 상시적인 회의를 통해 의견 공유를 한 뒤, 파트별로 나누어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서로의 분야를 배우게 될 것 같다.
근 | 그렇다. 예를 들면 김은민 감독은 처음에 포토샵을 켤 줄도 몰랐다.(웃음) 나 역시 영상을 하기 위해 들어왔지만 인쇄 디자인 영역을 맡는다든지 라디오 제작을 하기도 한다. 라디오 제작의 경우 일종의 제작단이 꾸려져 진행되는데, 한 번도 이런 일을 접해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함께하면서 다른 영역을 배우는 경험을 한다.

 

미디토리2

(김은민, 김정근)

 

 

라디오 제작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인가?
근 | 부산 MBC <라디오 시민세상>에서 일주일에 한 번 시민들에게 채널이 열린다. 부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활동가들이 간사로 있으면서 함께 소재나 커리큘럼을 기획해 취재하고 풀어내는 퍼블릭 엑세스를 하고 있다. 지역민들만 아는 주요한 문제들을 다루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라는 코너에서는 부산의 일반 시민들을 만난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오지필름에서 ‘독립영화산책’이라는 코너로 독립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방송국과의 협조와 그 공간을 반드시 사수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작년에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근 | <버스를 타라>를 찍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분들과 막역한 사이가 됐다. ‘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서 매년 추진위 사업이 끝나면 해고 관련하여 기록을 보관하는 자료집 제작 작업을 한다. 미디토리에서 그 제안을 받게 됐는데, 당시 희망버스는 한진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한 투쟁이었기 때문에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료를 모아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두 번째로 그간 기록했던 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자고 했다. 그게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이다. 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서 책과 영화를 위해 일정 정도 투자하고, 우리가 펀드를 받아 진행했다. 노동자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종이배를 접는 시간》이라는 책이 나왔다. 미디토리의 허소희라는 친구와 김은민 감독, 박지선 대표가 집필하고 오도엽 선생님이 감수해 주셨다.

 

책이 기록과 소장의 의미도 있지만 미디토리 안에서 수익이 되는 부분은 없나?
근 | 없다.(웃음) 간간이 사 가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크게 수익이 되지는 않는다. 11월에 미디토리가 다음세대제단과 함께 부산에서 열리는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을 주최/주관하게 됐는데, 김진숙 지도위원님이 강의할 때 《종이배를 접는 시간》을 참석자 배포용 도서로 사용하시겠다 해서 감동받았다.

 

책이 출간될 때 배우 김꽃비 씨를 주인공으로 북트레일러가 제작됐다. 북콘서트도 했고. 
민 | 서울에 올라가 직접 촬영, 편집을 진행했다. 아무래도 영상을 전문으로 다루다 보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에선 같이하려고 한다.

 

미디토리 안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은 어떻게 진행해 왔나?
근 | 미디토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가 총 세 편이다. 퍼블릭엑세스 제작팀과 함께 내가 연출한 희망버스 이야기 <버스를 타라>, 여성 신발 노동자를 다룬 박지선 감독의 <전설의 여공>, 그리고 내가 연출해서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인 <그림자들의 섬>이다. 김은민 감독이 조감독으로 참여해 기획, 구성을 맡았는데, 구성원이 함께하면서 제작을 할 수 있는 각자의 역량이 길러지는 면도 있다.

 

공동체 상영과 공동체 배급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가?
민 | 정기적인 상영회에 한 달에 한 번씩 지원을 나가거나 우리가 직접 제작한 영화를 배급, 상영하기도 한다. <버스를 타라>, <전설의 여공>을 직접 배급하면서 공동체 상영 진행을 했고, 작년에는 <송전탑>과 <765와 용회마을> 배급을 했다. 정기 상영회로는 여러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초록영화제에 미디토리 역시 함께 결합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재개발 지역인 만덕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정기 상영회도 매월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 상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민 | 노동 관련 다큐멘터리 기획전에 <전설의 여공>, <버스를 타라>, <잔인한 계절>을 상영했었다. 첫 상영인 <잔인한 계절>에 환경미화원 분들을 초대하려는데, 오전까지 청소를 하고 바로 오셔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울 것 같다는 전달을 받고 마음을 접었었다. 그런데 극장에 한 시간이나 일찍 40여 명 되는 환경미화원 분들이 기다리고 계신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낀 경험이 있다.

 

미디어 교육은 굉장히 지역 밀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의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있나?
민 | 대부분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연계해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기본적인 교육 방침이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새터민, 저소득층 아이들, 장애인, 어르신들까지 사진 혹은 글쓰기 등의 교육을 한다. 우리가 직접 기획하는 교육도 있는데, 부산의 반송 지역에서 <‘청년 보통씨’ 잡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최근엔 금속노조 분들과 장기 투쟁 사업장에서 카메라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영상 교육을 진행했다.

 

미디토리가 부산에 기반을 두고 4년째 활동해 왔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근 | 연대를 많이 다니다 보니 노동 사업장에서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 미디토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하시더라. 그럴 때는 우리가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미디토리 내부에서 각자 느끼는 좌표는 다르겠지만 이게 내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우리의 위치인 것 같다.
민 | 미디토리는 협동조합의 이념과 비슷하게 지역 사회와 함께 미디어와 영상 교육을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디토리가 미디어를 기반으로 생긴 곳이니만큼 앞으로도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활동을 해 나가려고 한다.

 

미디토리 안에서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근 | 다들 진저리 치겠지만(웃음) 다큐멘터리를 계속 하고 싶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고, 내가 프로듀서가 되어 구성원의 작품들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각자가 가진 역량을 영상으로 소통하고 싶다. 그렇게 사회 문제나 지역 문제들을 함께 머리 맞대고 작품으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형태가 되길 바란다. 두 번째로는 지역 내 진보언론의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지역 현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내가 지역에 산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라디오 제작 등을 활용해 진보 언론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목표다. 사실 이 부분은 단지 희망 사항이 아니라 실제로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서 기대가 크다.

 

 

취재 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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